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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미자 씨 ㅣ 낮은산 작은숲 12
유은실 지음, 장경혜 그림 / 낮은산 / 2010년 6월
평점 :
미자 씨는 혼자 살아요.
어쩌다 보니 가진 돈을 다 날리고
빚을 잔뜩 지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지고
날품을 팔아서 버는 돈으로 가난하게 살아가죠.
미자 씨는 얼마나 가난한지
찢어진 모기장도 바꾸지 못하고
해진 구두를 그냥 신고 다녀요.
첫장, 궁상맞은 미자씨, 나와는 별개의 인물이라고 설정하고 읽으려고 작정을 했다.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울렸다 웃겼다, 머리털이 쭈뼛 서게 상당히 잘쓴 작가의 글에
어느새 스르르 녹아들어, 내가 미자씨가 되었다가 성지가 되었다가 내안의 내가 되었다가,
백석이 되었다가, 이유정이 되었다가, 누구 집에 간 마고할미가 되었다가, 암튼 진귀한 경험을 했다.
현철의 노래 가사를, 초간편 인터넷 레시피를, 네이버 지식 검색에 있을 치약 사용법을
유은실 작가처럼 절묘하게, 유머러스하게, 짠하게, 감동적으로 버무려 놓을 작가가 또 있을까.
선수처럼 솜씨좋게 눙치면서도 진심이 전해져 오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시선 때문이다.
소외된 사람들, 약한 사람들, 비껴선 사람들을 보듬고 감싸안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나는 그게 '선생님'이 아니라
'은실이'를 잃지 않는
작가의 단단한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연하되 단단한,
속깊고 뚝심있는 출판사 선택과도 맞닿아 있는.
이 작가의 다음 행보가 여전히 기대된다.
지금까지 늘 빛났다.
여전히 빛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