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 인류가 하늘을 날면서 공습은 시작되었다
요시다 도시히로 지음, 김해경.안해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1.

 어릴 적 비행기에 열광하던 나 자신도 떠오른다. 천진난만한 꿈의 성취라고만 여겼던 비행기의 발명. 그것이 성취한 지상과 하늘의 까마득한 거리는 손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고도 학살을 행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현실을 탄생시켰다. 마치 전등의 불을 켜듯 수백, 수천의 사람을 버튼 하나로 살상하는 무서운 '공습'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그와 동시에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당시의 뉴스 보도들이 떠오른다. 벙커를 뚫고 들어가는 '벙커 버스터', 수많은 자폭탄을 흩뿌리며 주변의 수많은 생명들에게 끔찍한 죽음을 안겨주는 '클러스터 폭탄' 등등의 미군의 신형 무기에 대해 열렬히 보도해댔었다. 클러스터 폭탄이 불꽃을 사방에 튀기며 폭발하는 장면을 마치 관람객을 위한 쇼처럼 보도하던게 기억난다. 전쟁이 발발했다며 흥분했던 중학생의 나도 관심은 온통 미군을 향했다. 어떤 신형무기를 사용하는지, 어디를 폭격하고 어디로 진격했는지에 대해 친구들과 열렬히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이렇듯 '전쟁' 즉 나와는 상관이 없는 전쟁에 대해서 사람들이 갖는 통념은 언제나 죽이는 자, 강한 힘을 지닌 자의 편에 서있다. 나 자신이 그 명백한 증거인 것이다. 머리가 커진 20대가 되어서도 역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심을 가졌고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로 어느정도 비판적인 관점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공습>을 읽어보기 전까지 난 폭격에 희생된 수많은 중동의 민간인들에 대해 단 한번도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 살해 당한 사람들에게 절절한 공감을 느끼게 되고 깊게 생각해보기 위해선 <공습>의 앞 장에 나오는 알리 사크반의 장면만으로도 충분하다. 평화로운 식사 시간에 난데없이 떨어진 폭탄으로 인해 머리가 갈라지고 배가 갈라진 자식들을 안은 채 병원을 전전하던 알리 사크반, 카메라를 향해 절규하던 알리 사크반. 미군이 전략폭격을 정당화 하는 논리인 '오폭'과 '네세서리 코스트'에 깊게 젖어있던 나의 의식을 흔들어 깨운 것은 알리 사크반이었다. 오폭에 의한 불가피한 부수적 희생이라..자기 자신과 자신의 주변의 무리들을 희생의 범주에서 빼놓은 채 '어쩔 수 없는 희생' 운운하는 권력자들의 역겨움이 공습의 논리에 여실히 배어 있다. 


2.

 공감을 위해 2인칭의 세계관을 가져보자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고통을 당한 자에게 3인칭의 이름(희생된 민간인, 사살된 적군, 집을 잃은 난민 등과 같은 이름)을 붙이는데서 끝날게 아니라 그 모두에게 "당신은 ..." 하고 말을 건네보라는 것이다. 그러는 순간 고통 당한 자와 나는 '나와 너'로 마주보고 서게 되고 서로의 입장을 바꿔보며 고통에 공감하고 서로 간의 공감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에도 의식적 노력과 반복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습관의 형성이 아닐까. 공감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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