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는 흰 공간이 많았다. 딱딱한 책의 표지는 희었고, 글이 씌여진 종이는 더 희었다.

제목도 '흰', 글은 흰 것에 바치는 시였다.


제발 죽지 마.. 란 말을 들으며 죽어간 언니와

그 언니를 죽을 때까지 그리워하던 어머니와

그 언니와 어머니의 죽음을 가슴 하얗게 아파하는 여자가 있었다.


배내옷과 하얗디 하얫던 달떡 같은 얼굴과 

한 번도 어떤 색을 입어본 적 없는 언니가 빛으로 나아갔던 이야기를

작가는 하고 있었다.


하얀 빛으로 나아갔던 하얀 사람들의 이야기가 슬펐다.

짧은 글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책 장 넘기기를 멈추고 글자를 바라봤다.

첫 줄 부터 내 머리속에 그림을 그렸으니 글자라기 보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는것이 더 맞겠다.


원래 줄도 긋고 메모도 하면서 책을 보는 내가 줄을 긋는 것도 메모를 하는 것도 꺼려졌다.

뭔가 흰 공간을 흰 공간 그대로 두고 싶었다. 포스트 잇을 붙이기로 했다.

노랑색도 주황색도 그린색도 붙일 수 없었다. 결국 파란색을 붙였다.

배내옷에, 달떡에, 빛이 있는 쪽에, 레이스 커튼에, 흰나비에 그리고 언니에.


"엄마가 말한 달떡은 찌기 전의 달떡인 거야, 그 순간 생각했었다. 그렇게 깨끗한 얼굴이었던 거야. 그러자 쇠에 눌린 것같이 명치가 답답해졌다."


한강 작가의 흰을 읽고 흰 것이(내 감정이) 한 없이 희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색으로서의 흰 색이 아니라 모든 색의 빛깔이 모여 이루는 흰 빛에 더 가까웠다. 그 빛이 끝도없이 깊어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그 모든 느낌에 '희다'라는 표현은 안성마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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