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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경영 ㅣ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형철 옮김 / 서돌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브라보 마이 라이프
[카르마 경영]. 제목에서 예상한 대로 경영인이, 예상치 않게 일본인이 쓴 책이었다. 경제나 경영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는데다 전생에 유관순이라도 된 듯 일본에 반감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썩 내키는 책이 아니었다. 게다가 집 근처 도서관과 서점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도 없었으며 겨우 대구까지 나가 손에 쥔 후줄근한 표지 디자인은 읽기도 전에 좋지 않은 인상들을 가득 심어주기 충분했다. 표지 속 할아버지의 ‘오겡끼데스까?’하는 표정과 책을 권하시던 선생님의 온화한 표정이 아니었더라면 쉽게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경영과 관련된 책들은 딱딱하고 재미없다. 어떤 식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사람을 만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매뉴얼을 늘어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화려한 표지에 현혹돼 책을 펼치고 삶의 진리를 얻으려는 찰나에 보이는 것은 성공한 자들의 자기 자랑이거나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조롱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류의 책들에는 쉬이 손이 가지 않는다. 남의 삶을 보고 한숨을 쉬느니 자신의 삶에 맞는 방식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이 책은 좀 다른 방식의 책이길 바라면서 서점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펼쳤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27세에 3,000만원으로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에 들고, 그 후로도 수많은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특별한 점은 퇴직 후 탁발승이 되었다는 것, 어쩐지 이 책에서는 자랑 매뉴얼이 아닌 삶의 철학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라 글귀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은 영혼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책을 쓴 사람이 그렇고 그런 성공한 경영인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카르마’란 불교에서 말하는 업(業)으로 이 책에서는 현상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으로 부르고 있다. 생각한 것이 원인이 되며 그 결과가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하나의 인과응보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강렬히 원하고, 생각하고, 실현시키려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뉴턴이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물음을 품고 그것을 구하려 애썼기 때문이었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다면 우선 생각을 하고,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상상하고, 그것을 강렬히 바랄 것, 그렇다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저자가 특히 강조한 것은 꿈을 크게 꿀 것과 실천할 것이었다. 무언가 마음에 착 닿는 느낌, 내가 꾸고 있는 꿈의 크기와 실천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인생의 결과 = 사고방식 × 열의 × 능력’이라는 공식이 나온다. 여기서 능력은 타고난 재능이나 지능을 뜻하며, 열의는 노력의 정도를 뜻한다. 공식이 곱셈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큰 의미를 품고 있다. 셋 중 하나라도 0일 경우 결과는 없으며, 능력이 별로더라도 열의가 크다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고방식인데, 이것은 나머지 둘과 달리 -값을 갖는다. 따라서 부정적인 생각은 결과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이는 인생에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나타내주는 것이다. 원리와 원칙을 근간에 두고 필사적으로 살았던 저자의 삶이 어째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인지가 보인다.
이타심으로 살라,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를 경영한다는 사람이 했다고는 보기 힘든 이야기이다. 이기심으로, 나와 관련된 것들을 중심으로 수익을 올려야 성공할 것 같은 세상에서 이타심으로 살라니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쫓지 말아야 한다니 의아하다. 저자는 이타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시야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말을 한다. 멀리 보고 길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야 말로 현대인들이 이나모리 가즈오 씨에게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세 부분을 제외하고도 인상 깊은 부분이 많았다. 저자가 삶이라는 것을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지 성공적인 사고방식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곳, 그처럼 살기 위해 제시된 무척 평범하지만 어려운 원칙, 그리고 이나모리 가즈오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부분들이 그런 것들이다. 한 번 읽고 지나치기에는 아쉽다싶을 정도의 삶의 자취, 그래서 그가 참 부럽고 멋지게 느껴진다. 그래서 멀리서나마 이렇게 외쳐본다, 브라보 유어 라이브.
이나모리 가즈오 씨의 삶의 방식들을 살펴보았으니 이제 내 차례다. 비록 성공한 경영인도 아니고 아직 세상을 경험했다고 할 만한 이력도 뚜렷하지 않다. 그러니 삶의 방식이 어떤지를 판단하기도 이르다. 다만 나는 나의 리듬에 맞춘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하며 어떤 것들이 이나모리 가즈오 씨의 것과 겹치기도 하여 기쁜 마음이다.
강렬하게 바라는 꿈이 있다. 세상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그것들에게 존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모두가 좀 덜 외롭도록, 더 웃을 수 있도록 소통과 기록의 매개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일생을 그 일을 하면서 살면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이 없다. 머리는 커다란 꿈을 품고 있지만 발은 차가운 땅을 디디고 서 있어야 한다. 머리와 발이 따로 놀아서야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나침반을 마련했다.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인생의 결과를 구하는 공식에 나를 대입해 보았다. 사고방식은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열의는 넘치고, 능력은 최소한 0 이상이므로 꽤 좋은 값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자리에서건 내 몫을 해내겠다고 다짐하며 살고 있다. 남을 배려하며 사는 것에서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으니 이타심으로 사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목표를 정한지 오래되었고, 내 방식대로의 좌표도 정했으며, 펄펄 뛰는 심장을 달고 있으니 이제 달려갈 일만 남았다.
카르마, 마음에 그린대로 이루어진다는 것. 한번 믿어 볼 작정이다. 최선을 다해 생각하고, 노력하겠다. 내 방식대로 우주와 조화를 이루고,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겠다. 스스로 세상에 큰 몫을 할 자라고 믿는 것이 가장 큰 힘이지 않겠는가? 나를 믿는다, 잘 해낼 것이다. 내 존재의 우주적 의미를 밝히는 날까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