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죽이기 - 2004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주희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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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맞지 않는 건 교복만이 아니었다. 내 작은 체구는 훌쩍 커버린 영혼을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36쪽

사랑이나 죽음이나 주변에 쓰레기처럼 굴러다니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랑이 재활용 쓰레기인데 반해 죽음은 폐기처분용이다. -44쪽

살아 있는 것들은 뻔뻔하다. 내가 방에 갇혀 있었을 때 놀아달라고 짖어대던 피테쿠스의 개들만 봐도 그렇다. 학교에서 태연하게 사람을 만나고 다녔던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태연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애인이 말하길,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고 감정을 털어 놓는 건 아이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상처를 함부로 까발리지 말라던 첫 번째 애인의 충고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47쪽

"꿈? 그건 깨라고 있는 거지. 장래 희망하고는 다른 거야. 선생님, 간호사, 군인. 이런 건 장래 희망이다. 노력하면 이룰 수 있어. 꿈이란 건 말이다. 약 같은 거야. 정우같은 놈이 먹으면 비타민, 우리같은 사람이 먹으면 마약. 먹을수록 중독되고 정시만 몽롱해져."
두 번째 애인이 말하길 우리 나이가 되면 꿈만 꾸고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꿈만 꾸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꿈에서 깨어난 친구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혼자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꿈을 지키는 파수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5쪽

"나 스머프에 빠진 것 같아."
"슬럼프겠지?"
언어장애인가? 나는 위기감을 느꼈다.-75쪽

"떼 돈 버는 게 다 성공이냐? 자본주의에 세뇌 당한 놈. 우물이 날 알아주는 게 성공이지?"-81쪽

두 번째 애인과 헤어진 후로 나는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뒤는제 깨우치는 아이들에겐 감수해야 하는 짐이 있다. -92쪽

당장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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