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아침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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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누구에게도 아름답거나 충만하지 않다.
오히려 젊음은 우리 모두에게 미숙한 지혜, 불안한 미래, 가난한 일상을 선사할 뿐이다. 그 시기의 사랑 역시 결핍과 오류와 허상으로 빚어진다. 훗날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우리는 젊은 날 사랑의 이름으로 행한 과오나 악행에 대해 알아차리게 된다. [천 개의 아침]에는 바로 그와 같은 사랑의 과정이 공감할 만한 서사 구도를 통해 묘사되고 있다. 젊은 시절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절의 상대방과 화해하고, 사랑의 한 과정을 마무리 짓는 여정이 세밀하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된다. 

- 김형경(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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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글이 표지에 써 있는 소설을 한 권 읽었다.
아름답거나 충만하지 않은, 모두에게 미숙한 지혜, 불안한 미래, 가난한 일상을 선사하는 '청춘'의 중후반 즈음에 서 있는 내가 그 청춘을 지난 이의 글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었다.

읽으면서 궁금증은 일종의 연민으로 변했고, 가슴 한 구석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나와는 거리가 있는 그들의 삶이기에, 다행이도 소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박정환의 한 많은 청춘과 최수영이라는 가여운 청춘이 만나 사랑이라는 것을 하더라. 오해와 이해를,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함께 있음을 행복이라하고 사랑이라 하면서 불행한 시간을 따뜻하게 보내려 하고 있더라. '사랑이 사치인 존재', 그들이 참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작가의 말에도 있듯 이 글은 작가를 위로하기 위해 쓴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듯하며, 읽고 난 뒤 마음이 헛헛해진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런 시절을 보내기때문에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좀 더 참신한 문체나 특별한 소재의 글이 좋다. 징징거리는 옛날 연애는 좀 진부하지 않은가.

글이란 독자에게 힘을 주는 것이었으면 한다. 장르가 어찌되었든, 무슨 이야기가 되었든 읽고 나면 머리에 한참 동안 남아서 울리고 있을 큰 힘을 지닌 것이 되었으면 한다. 삶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도, 보기에 따라 또 쓰기에 따라 다른 의미를 발산하는 액체성 개념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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