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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당신의 미래는 오늘 무엇을 공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시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3월
평점 :
- 서점가를 점령한 자기계발서적
요즘처럼 자기계발 붐이 부는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쏟아지는 자기계발서와 대인관계서적, 심리서적 등은 어떻게 해야 더 성공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잘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저는 만 원짜리 책 한 권에서 한 가지만 배워도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밥 한 끼만 먹어도 만 원은 금방인 세상이라 책 가격은 놀랍도록 싼 거라서요.
그럼에도 자기계발서는 읽고 나면 뭔가 공허해지더군요. 정작 읽을 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막상 책을 덮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실제로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를 놓고 주욱 읽어보면, 대개 제목만 다르고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세 시간 정도 투자해서 후루룩 뒤표지까지 읽고, '왜 다 아는 내용을 봤지?'까지 도달하면 이제 본전 생각마저 간절해집니다.
우리는 자기계발서가 뻔하다는 걸 잘 압니다. 그 사실을 아는 현명한 사람들이 굳이 (계속 속아가며?) 자기 계발서를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1. 내가 바르게 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2. 가만히 있으면 남에게 뒤쳐지는 것 같아서 뭔가 해보려고
3. 다 아는 이야기라도 어떻게 얘기를 모아놨는지 보고자
4. 베스트셀러라서 유명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저 중 하나 정도는 속하는 게 있다고 봅니다. 어쨌건 '자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 때문에 읽는다'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뇌과학자이자 정신의학계의 권위자가 집필한 자기계발서
우리는 바쁘디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타인에게 뒤쳐지는(혹은 그렇게 느껴지는) 세상이기에 현대인들은 잠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합니다. 이동 중에, 휴식 중에,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뭔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지요. 좋게 해석하자면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이지만, 나쁘게 해석하자면 여유가 없이 사는 겁니다. 다들 조금 느긋하게 지내도 좋으련만,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요즘엔 어디를 가도 어렵다는 얘기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막상 일터를 잡아도 쫓겨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합니다. 조급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
이런 와중에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며 뇌 과학자인 이시형 박사가 쓴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제목은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이시형 박사는 그동안 실체가 없다고 여기던 한국인의 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유명한 분입니다. 최근에는 얼마 전에 간단하게 리뷰를 쓴 바 있는 ‘우뇌 트레이닝’의 감수도 맡으셨죠.
-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이 책의 내용과 결론은 단순합니다. 공부할 분야를 정해두고 지금 바로 공부를 시작하라는 것. 단, 마구잡이가 아닌 자신에게 필요한 것으로 선택하고서.
현대인들에게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초중고12년, 대학4년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공부는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남들보다 창의적이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평생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의 공부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회가 공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무작정 공부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므로, 적당히 눈치를 봐가며 자기가 따로 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칼 퇴근도 쉽지 않고, 정작 퇴근 후 사회적 활동까지 많이 해야 하는 국내의 실정을 생각해 보면...
그래서인지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계기를 만들어주는 데 최대한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공부할 수 있도록, 뇌를 다스려 더 효율적인 공부가 가능하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열거하고 있지요.
- 다만 뭔가 본격적이지는 않다는 느낌
눈부시게 과학이 발달한 요즘이지만, 뇌는 여전히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입니다. 아니 일반인은 '미지의 영역'이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명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저자가, 공부를 하는데 뇌를 적극적으로 쓰라 합니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헌데 웬걸? 상당수 주장에는 근거가 부실합니다. 본문의 내용은 어떤 경험론적 사실을 얘기한 후 뇌 과학적으로 어떻다는 식으로 근거를 뒷받침 합니다. 그런데 그 뒷받침 근거가 뭔가 빈약합니다. 가끔은 '그냥' 뇌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니 믿으라 합니다.
본격적인 과학 서적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보는 입장에서 뭔가 살짝 맛만 보다 만 느낌입니다. 때로는 '이걸 정말 믿을 수 있나? 뇌 과학을 가장한 자신의 경험담 나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갖게 됩니다. 어쩌면 얘기할 필요도 없는 걸 과감하게 생략했는데, 그 결단을 눈치 채지 못한 제 무지의 소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새로 공부를 시작하려는 데 자극을 받고 싶은 분들이라면.
책의 내용만 따지면 제법 도움이 됩니다. 최소한 돈값은 하니까요. 통괄성 지능을 예로 들어보지요. 통괄성 지능은 현상 파악 능력, 기획력, 의사결정력, 관리 능력 등 정보를 통합하고 총괄하는 능력인데, 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훈련도에 따라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합니다. 이는 경험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우리가 어르신들을 보고 ‘지혜의 보고’라고 것과 일맥상통할 테죠.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로 “머리가 굳었기 때문에 안 돼”라며 공부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넌 틀렸다’고 역설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제때 재생해내도록 두뇌훈련방법을 열거해주는 것도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기대도가 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권위자의 책임에도 내용이 부실하다는 생각을 지워버리기 어렵습니다. 뭔가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누누이 과학적임을 역설하고 있지만, 주먹구구식이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기계발서가 어차피 다 그런 거 아니냐고 항변하시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만(...).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계기를 못 찾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자못 진지하게 이 책을 받아들인다면, 확실히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봅니다. 뇌에 대한 재미난 얘기도 볼 수 있고 말이죠. 그러나 그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신다면 실망을 하실 것 같습니다.
책의 평점은 7/1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