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 - 한국건축대계 7 한국건축대계 7
장기인 / 보성각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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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공부할 때 필수 중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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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당신의 미래는 오늘 무엇을 공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시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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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가를 점령한 자기계발서적
 

요즘처럼 자기계발 붐이 부는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쏟아지는 자기계발서와 대인관계서적, 심리서적 등은 어떻게 해야 더 성공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잘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저는 만 원짜리 책 한 권에서 한 가지만 배워도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밥 한 끼만 먹어도 만 원은 금방인 세상이라 책 가격은 놀랍도록 싼 거라서요.

그럼에도 자기계발서는 읽고 나면 뭔가 공허해지더군요. 정작 읽을 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막상 책을 덮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실제로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를 놓고 주욱 읽어보면, 대개 제목만 다르고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세 시간 정도 투자해서 후루룩 뒤표지까지 읽고, '왜 다 아는 내용을 봤지?'까지 도달하면 이제 본전 생각마저 간절해집니다.
 

우리는 자기계발서가 뻔하다는 걸 잘 압니다. 그 사실을 아는 현명한 사람들이 굳이 (계속 속아가며?) 자기 계발서를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1. 내가 바르게 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2. 가만히 있으면 남에게 뒤쳐지는 것 같아서 뭔가 해보려고
3. 다 아는 이야기라도 어떻게 얘기를 모아놨는지 보고자
4. 베스트셀러라서 유명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저 중 하나 정도는 속하는 게 있다고 봅니다. 어쨌건 '자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 때문에 읽는다'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뇌과학자이자 정신의학계의 권위자가 집필한 자기계발서

우리는 바쁘디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타인에게 뒤쳐지는(혹은 그렇게 느껴지는) 세상이기에 현대인들은 잠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합니다. 이동 중에, 휴식 중에,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뭔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지요. 좋게 해석하자면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이지만, 나쁘게 해석하자면 여유가 없이 사는 겁니다. 다들 조금 느긋하게 지내도 좋으련만,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요즘엔 어디를 가도 어렵다는 얘기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막상 일터를 잡아도 쫓겨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합니다. 조급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
 

이런 와중에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며 뇌 과학자인 이시형 박사가 쓴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제목은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이시형 박사는 그동안 실체가 없다고 여기던 한국인의 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유명한 분입니다. 최근에는 얼마 전에 간단하게 리뷰를 쓴 바 있는 ‘우뇌 트레이닝’의 감수도 맡으셨죠.

-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이 책의 내용과 결론은 단순합니다. 공부할 분야를 정해두고 지금 바로 공부를 시작하라는 것. 단, 마구잡이가 아닌 자신에게 필요한 것으로 선택하고서.
 

현대인들에게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초중고12년, 대학4년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공부는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남들보다 창의적이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평생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의 공부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회가 공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무작정 공부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므로, 적당히 눈치를 봐가며 자기가 따로 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칼 퇴근도 쉽지 않고, 정작 퇴근 후 사회적 활동까지 많이 해야 하는 국내의 실정을 생각해 보면...
 

그래서인지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계기를 만들어주는 데 최대한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공부할 수 있도록, 뇌를 다스려 더 효율적인 공부가 가능하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열거하고 있지요. 
 

- 다만 뭔가 본격적이지는 않다는 느낌
 

눈부시게 과학이 발달한 요즘이지만, 뇌는 여전히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입니다. 아니 일반인은 '미지의 영역'이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명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저자가, 공부를 하는데 뇌를 적극적으로 쓰라 합니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헌데 웬걸? 상당수 주장에는 근거가 부실합니다. 본문의 내용은 어떤 경험론적 사실을 얘기한 후 뇌 과학적으로 어떻다는 식으로 근거를 뒷받침 합니다. 그런데 그 뒷받침 근거가 뭔가 빈약합니다. 가끔은 '그냥' 뇌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니 믿으라 합니다. 
 

본격적인 과학 서적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보는 입장에서 뭔가 살짝 맛만 보다 만 느낌입니다. 때로는 '이걸 정말 믿을 수 있나? 뇌 과학을 가장한 자신의 경험담 나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갖게 됩니다. 어쩌면 얘기할 필요도 없는 걸 과감하게 생략했는데, 그 결단을 눈치 채지 못한 제 무지의 소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새로 공부를 시작하려는 데 자극을 받고 싶은 분들이라면.
 

책의 내용만 따지면 제법 도움이 됩니다. 최소한 돈값은 하니까요. 통괄성 지능을 예로 들어보지요. 통괄성 지능은 현상 파악 능력, 기획력, 의사결정력, 관리 능력 등 정보를 통합하고 총괄하는 능력인데, 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훈련도에 따라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합니다. 이는 경험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우리가 어르신들을 보고 ‘지혜의 보고’라고 것과 일맥상통할 테죠.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로 “머리가 굳었기 때문에 안 돼”라며 공부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넌 틀렸다’고 역설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제때 재생해내도록 두뇌훈련방법을 열거해주는 것도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기대도가 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권위자의 책임에도 내용이 부실하다는 생각을 지워버리기 어렵습니다. 뭔가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누누이 과학적임을 역설하고 있지만, 주먹구구식이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기계발서가 어차피 다 그런 거 아니냐고 항변하시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만(...).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계기를 못 찾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자못 진지하게 이 책을 받아들인다면, 확실히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봅니다. 뇌에 대한 재미난 얘기도 볼 수 있고 말이죠. 그러나 그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신다면 실망을 하실 것 같습니다.
 

책의 평점은 7/1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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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러독스 - 시간이란 무엇인가
필립 짐바르도.존 보이드 지음, 오정아 옮김 / 미디어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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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당신의 시간은 언젠가 끝이 난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집니다. 시간은 한정적이며, 시간을 벗어나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수명'이란 관점에서 보면 조금 더 일찍 가느냐 늦게 가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리 부유해도 혹은 아무리 가난해도 시간은 공평합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단 한 순간과 바꾸고 싶다"고 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얘기처럼,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어도 지나친 시간을 되돌리기란 불가능합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기에, 그리고 누구나 겪고 되돌릴 수는 없는 시간이기에, 인간이라면 시간에 막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누구나 시간의 소중함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상 시간을 공허히 보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우리가 보통 살아가면서 마치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시간의 소중함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사실이죠. 그렇지만 이렇게 한정된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군복무 시절,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구소련의 과학자인 류비셰프의 유고 속에서 나온 '시간통계' 노트를 단서로 단 1초도 소홀히 다루지 않던 그를 추적한 다큐멘터리인데요. 생전에 70권의 학술서적과 1만2,500여장(단행본 100권 분량)의 연구논문, 그리고 박식한 지식을 뽐내며 다양한 분야의 학습 자료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정복한 남자'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잘 어울릴 정도로 완벽해 보였기에, 별천지의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압도적'인 위용 앞에 의욕 자체를 잃었달까요. 그렇다 해도 시간을 이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감명을 받았음은 물론입니다.


2. 내 시간관과 행동에는 모두 근거가 있다
 
저는 게으른 데다 무책임한 사람입니다. 성장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이나 제 판단 등에 의한 결과겠죠. 평소엔 제 성향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중요한 일이나 급한 일을 해결해야 할 때는 '게으르다'는 면을 애써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임을 방기할 때가 있다는 건데요. 그럴 때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나는 옳았어. 어쩔 수 없었던 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모든 분들이 저와 같지는 않겠지만, 정도 차이는 있을지 언정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가져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의 경향성은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왜 그런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나 자기합리화에 대한 상당히 설득력있는 답변을 한 책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관'과 관련시켜서요.

<타임 패러독스>라는 466페이지의 책은, '시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진 필립 짐바르도와 존 보이드라는 심리학자들이 30년 동안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기술한 책입니다. 단순히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들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론까지 열거하고 있습니다.


3. <타임 패러독스> - 시간이란 무엇인가

<타임 패러독스>는 사람의 성향이나 행동을 저자들이 분류한 6가지 시간관의 측면에서 분석합니다.

책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반부에는 저자들이 시간과 관련한 수많은 시도를 통해 얻은 결과로 여섯 가지의 시간관- 과거부정적 / 과거긍정적 / 현재숙명론적 / 현재쾌락적 / 미래지향적 / 초월적인 미래지향적 -을 언급합니다. 그리고 개인과 시간의 상관관계와 사회와 시간의 상관관계가 개인 혹은 사회의 행동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요.

저자들은 여섯 가지 시간관 중 어느 한 쪽을 옹호하지 않습니다. 각 시간관에 대한 설명과 긍정적인 면/부정적인 면을 알려줍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적인 시간관을 갖는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후반부에는 이런 시간관들을 적절히 활용해 시간을 가치있게 사용하고 행복을 찾는 법에 할애합니다.

심리학적 결정론에 따르면, 우리의 모든 생각과 감정, 행동이 과거의 사건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의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거는 우리 미래를 예언하는 최고의 예언자입니다. 프로이트는 '과거와 현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적을수록 미래에 대한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쾌락주의자건 과거부정주의자건 미래지향주의자건 모두 자신이 '과거(의 시간)'의 경험에 좌우됩니다.

중요한 것은 기억 속에 가장 오래 남는 몇몇 기억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과거의 '기억'이란 너무도 쉽게 조작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고, 자신이 부정적으로 알고 있던 '중요한 과거' 역시 잘못 기억되고 있을 가능성도 높음을 역설합니다. 따라서 '자신을 바꾸는 것은' 시간관에 서서히 변화를 꾀해가는 것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균형잡힌 시간관을 '강한 과거긍정적 시간관/비교적 강한 미래지향적 시간관/비교적 강한 현재쾌락적 시간관/약한 과거부정적 시간관/약한 현재숙명론적 시간관'으로 결론짓고 있습니다.


4. 자살 폭탄테러범은 지극히 정상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참 많은 점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제법 두꺼운 분량을 '시간'에만 할애한 덕분에 독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사례를 들고 있거든요.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 몇 개만을 꼽아보죠.


- 자살 폭탄테러범은 지극히 정상인이다!?

우리의 시각에선 정신 이상자들이나 저지르는 것 같던 자살폭탄테러범이, 실은 대단히 신념이 강하고 높은 교육 수준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줍니다.

"대부분 중산층 출신으로, 직업이 있었고 그 중엔 백만장자의 아들도 있었다. 하나같이 공손하고 진지했으며, 모두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는 귀감이 되는 젊은이였다."

단지 내세나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초월적인 미래지향관이 강했던 것이기 때문에, 테러를 줄이기 위해서는 '초월적 미래'가 아닌 '근미래' 지향적으로 변화시켜야 함을 역설하기도 합니다.

- 우리의 교육제도나 형사사법제도는 근미래지향주의자들만의 것!?

우리 교육제도의 주요 기능은 현재쾌락적인 아이들을 길들여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낼 미래지향적인 어른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그램은, 애초에 미래지향적인 성향의 사람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의미는 없습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이미 구원받은 사람에게 설교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지향적인 사람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이런 교육들은 주로 현재의 행동이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가르치지만, 현재지향적인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사사법제도도 현재에서 죄를 지으면 미래에 벌을 받는다고 '경고'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런 면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래지향성을 가르치거나, 이런 성향과 관련 없는 행동 변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5. 총 평

이 책은 매우 훌륭합니다. 올해 본 책들 중 단연 최고로 꼽을 수 있을 정도죠. 책에 가끔 보이는 맞춤법 오류나 오탈자가 약간의 흠임에도, 그런 점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책의 내용이 훌륭합니다. '시간'이라는 주제를 과학적으로 심도있게 파들어간 책을 원하신다면, <타임 패러독스>는 가장 훌륭한 답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네요. 평점은 9.5/10점입니다.

p.s.1. 여담이지만, 제 절친한 친구 녀석 하나가 최근 힘든 직장과 과거의 좋지 못한 경험 탓에 힘들어합니다.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가 계속해서 떠올랐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며 현재의 분위기를 개선시킬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새해 선물로 꼭 선물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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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 위기에서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존본능
리앤더 카니 지음, 박아람.안진환 옮김 / 북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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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과 스티브 잡스, 실과 바늘

애플(Apple Inc.)이라는 회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에 엄청나게 많은 신경을 쓰는 회사?
- 어린아이와 노인도 쉽게 적응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
- 그러면서도 도전적이고 반항적이며 돌출적인 면이 있는 엉뚱한 회사?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를 모두 통제하는 폐쇄적이고 수직 통합적인 방식의 회사?

뭐든 좋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다른 것을 나열해도 좋아요. 그런데 이런 면들을 종합해 보면, 확실히 평범한 회사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현재 이런 평범하지 않은 회사를 지휘해가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라는 괴짜입니다. 그의 주도하에 애플이 설립됐고, 애플의 이미지가 만들어졌죠.

제가 스티브 잡스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990년이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월간 마이컴이라는 잡지가 있었는데요. 1980년대에 컴퓨터 학습으로 불리다가 IBM-PC 호환 기종 전용 잡지로 탈바꿈하며, 이름까지 바꿨던 잡지였습니다. 몇 월호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렸더랬죠. 참 재미있게 써둔 기사여서 몇 번이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 잡스를 알고 계신 다른 분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1. 디자인에 대한 각별한 철학이 있다,
2.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인쇄시 문자를 예쁘게 배열하는 방법론)와 캘리그래피(calligraphy; 글자를 예쁘게 쓰는 법. 서양의 서예술이라 보면 됨)에 매우 능하다.
3. 흡사 장인처럼 매우 깐깐한 완벽주의자이며 당당한 성격의 소유자다.


*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잡스처럼 개성 넘치는 인물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과 잡스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책은 수도없이 많이 쏟아져 나왔죠. 이번에 위드 블로그를 통해 접하게 된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도 다분히 이런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일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인기인을 다룬 아류서 정도로 보시면 곤란합니다. 우선 기존에 나온 책들과 관점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이 책은 1985년 실적부진을 이유로 애플에서 쫓겨났고, 1997년 복귀에 성공한 스티브 잡스의 발자취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IT 전문매체 Wired.com 뉴스 재직자인 리앤더 카니가 애플에 대한 12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편찬됐습니다. 거의 침몰 직전에 있던 회사를 현재 정도의 위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는 지, 주로 그의 철학과 경영의 관점에서 써내려가고 있죠. 애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많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리고 잡스의 편집증적인 완벽주의 성향을 잘 드러내주는 일화가 이 책에 많이 실려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집에서 사용할 세탁기 하나를 고르기 위해 2주 동안이나 가족들과 토의를 했다던가(결국 독일제 세탁기 구입했고 대단히 만족했다고 합니다), 프리젠테이션에서 0.1초 일찍 아이팟에 조명을 쏘기 위해 몇 시간이나 기사들을 닦달하는 면모(이 장면을 본 기자는 결국 극찬을 할 수밖에 없었죠) 등. 심지어 바이러스, 트로이목마, 스파이웨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맥 OS X를 폐쇄적으로 만든 인물이니까요. 이런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읽어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 잡스의 방식, 그리고 애플의 방식

이 책에서 정리한 잡스는 이런 인물입니다.

1.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지녔으며, 이를 주도적으로 밀어붙이는 사람

자신이 한 번 옳다고 생각하면, 이를 흔들림 없이 철저히 밀어붙입니다.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경우에는 반발도 심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를 내뿜습니다. 계산적인 협박, 의도적인 성냄 등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들이죠. 일부러 자신을 무서운 사람처럼 생각하게 하게끔요.

2. 혁신적인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기꺼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사람

보통 디자인과 기능은 양립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러나 잡스는 디자인과 기능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 같은 선상에서 본다는 게 가장 멋졌습니다.

3. 복잡하지 않게 포커스와 단순성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잡스는 쿨링 팬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이를 고집스럽게 제거하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생각해 보면 어이 없는 촌극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심플함과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거죠.

4. 타협할 줄 모르는 완벽주의 성향을 지닌 사람

가끔은 직원들에게 종교 교리를 세뇌시키듯 자신의 철학과 디자인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당시에 없던 새로운 타입의 컴퓨터 매킨토시 제작 때의 에피소드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는데요. 그러나 이것은 특정한 계층의 사용자들만 쓰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애플 제품에 대한 사용자들의 충성도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죠.


그리고 이런 잡스가 지휘하는 애플은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타 기업과 다른 방법론이 시행됩니다.

충격적인 컨셉 제품을 시연한 기업이더라도, 시판 즈음에는 경쟁사 것들과 다를 바 없는 제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부서별로 따로 진행하는 제품 완성 절차 때문인데요. 디자인 부서에서 멋드러지게 디자인한 시안은 엔지니어에게 넘어갑니다. 엔지니어들이 시안을 보니, 현재로선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을 제거하면 이제 프로그램 부서로 넘어갑니다. 여기서도 '안 되는 부분'은 삭제당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절차를 몇 단계나 거치다 보니 결국 밋밋한 제품만 남게 되지요.

애플의 통일성은 디자인 단계부터 시작됩니다. 각 부서별로 작업을 따로 해가는 게 아니라, 디자인을 할 때 엔지니어, 마케터, 프로그래머도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죠. 각 부서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디자인 단계부터 모두 고려를 해가니, 최초의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디자인까지 뛰어난 제품이 탄생한다는 겁니다.


*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인가  <잡스 관점에서 일한다는 것>인가?

저는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을 읽으면서 유용한 내용들을 많이 얻었습니다. 어렴풋이 느끼던 애플에 대한 인상이 대부분 맞았음을 느꼈던 계기도 됐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던 내용도 많았습니다. 다만 이 책에 대해 지적하고픈 점은 두 가지입니다.

1. 이 책은 위인전인가?

12년 이상 애플을 취재해온 저자가 기사 자료와 전현직 애플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이만큼 잡스라는 인물에 대해 생생하게 다룬 책은 없을 겁니다. 그랬기에 저는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을 '위인전'이 아닌 '평전'으로서 기대했습니다. 위인전이란 표현이 좀 그렇지만, 장점만 늘어놓는 것을 '위인전'보다는 단점도 적절히 나열한 것을 '평전'으로 이해해주시면 되겠군요.

근데 이 책의 내용은 전자에 가까웠습니다. 이 책을 보다 보면, 잡스가 거의 완벽한 사람인양 생각하게 되거든요.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책의 저자인 리앤더 카니는 맥 예찬론자입니다. 'Cult of Mac'이라는 블로그까지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요.

잡스라는 인물에 대해 배울 점은 분명 많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실수도 많이 했고 실패도 많이 했지요. 물론 이 책에서도 잡스의 실패에 대해서 언급은 됩니다만,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서인지) 대충 넘어갑니다. 그러나 현재의 잡스가 있기까지, 잡스의 변덕에 의해 스러져간(...) 사람들도 많을 것임이 자명합니다. 지극히 잡스의 관점에서 보려했기 때문인 지, 잡스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게 아쉽더군요.

2. 간간이 보이는 어색한 번역 문장

이 책의 번역은 두 분이서 하셨더군요. 그 중 한 분은 모 번역학교 대표까지 맡고 계시고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문장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책의 내용이 방대한 것 같진 않으니, 교정국에서 제대로 봐주지 못한 것인가요? 그것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몇 번을 읽어봐야만 이해가 되는 문장들이 간간이 있더군요. '번역서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건 전적으로 번역가의 책임이다'라고 생각하는 저로선, 이를 번역가 분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엉망이라는 건 아닙니다. 오해는 없으시길.


*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의 총평

저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면모 중 디자인과 캘리그래피에 대한 그의 철학만큼은 꼭 알고 싶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잡스에 대해 가장 각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했으니까요. 대학을 중퇴하면서도 캘리그래피 수업만큼은 계속해서 들었다던 그를 말이죠. 다행히 책을 읽으면서 만족할 만큼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잡스 관점에서 책이 쓰여졌다는 것과, 조금 어색한 문장 정도를 빼면 그다지 나무랄 데가 없는 책입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잡스의 철학을 알게 된 것도 재미있었고, 나중에 귀감으로 삼을 만한 것이 많았던 점도 좋았습니다. 잡스를 알고 있고 동경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총점은 8/10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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