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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오자와 아키미 지음, 김동성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7년 2월
평점 :
이 세상은 많은 사람들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회가 주는 외로움이 고립이라는 아픔을 남긴다. 그러다보니 따돌림도 생기고 미워하는 마음도 생기고 ……. 우울한 내 마음에 사랑을 친구와의 우정을 일깨주는 책 한권이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우리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건 사랑 때문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유명한 작가를 볼 것도 없이 2학년 딸아이가 책을 읽더니 “자만만이 많이 있는 도시는 자기만 자랑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도시가 된다. 하지만 자만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같이 있으면 좋은 도시가 된다. 나는 이제부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더 많이 가져야지.” 하며 일기장에 적었던 부분이 생각난다. 배려라는 말로 표현이 되어 있지만 어린 딸아이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마음이 가득 차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반딧불이들의 가슴속에도 사랑은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가득 찬 사랑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반딧불이들은 서로를 멀리서 쳐다만 보고 만 있다. 쪼그라든 날개를 가진 반딧불이는 멀리 있는 친구들이 원망스러웠고 쪼그라든 날개를 가진 자신이 싫어 미친 듯이 몸부림친다.
쪼그라든 날개를 가진 반딧불이야 내가 너였다면 나는 너보다 더 했으리라. 더 원망하며, 더 미워하고, 더 많이 울고, 반딧불이야 가슴이 너무 아파 나도 어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는 굉장한 결심을 한다. 날지는 못해도 높은 곳으로라도 올라가 보리라. 갯버들 가지 위로 열심히, 열심히 올라가 본다.
세상은 아름다웠다. 마을은 금모래를 뿌려 놓은 듯 깜빡거렸고 항구에서는 배들이 쉬고 있고, 아이들의 노래 소리는 흘러들어오고 ‘반 반 반딧불이 이리로 와 저기 저기 저쪽 물은 맛이 없어~’ 아이들의 노래처럼 나도 조용히 음을 넣어 불러 본다. 슬픈 눈으로 친구들이 날아가는 모습만을 뒤쫓고 있는 날지 못하는 반딧불의 마음. 반딧불이는 외로운데 그 곁에 있어 주는 이가 없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났지만 아무도 반딧불이를 찾아주는 친구들이 없다. 서로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뭐라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만 있다. 내가 아무 말 못하고 반딧불이를 생각하며 가슴만 아파하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망설이고 있는 사이 가슴 뭉클한 사건이 생긴다. 다리가 아파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원이를 위해 호야와 누나는 반딧불이를 잡고 있다. 갯버들 가지 위에서 멍하니 날고 있는 친구들은 바라보고 있는 순간, 용감한 반딧불이는 다가오는 호야의 손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친구를 위해 자신이 몸을 던져 아이들의 손에 대신 잡혀가는 거였다.
너무나 감동적인 순간이다. 가슴 찢어지게 와 닿는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의 울음소리를 김동성 선생님은 반딧불이의 눈물 한 방울로 이 모든 것을 표현하셨습니다.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는 마음에 변화를 갖는다.
흉하게 쪼그라든 날개는 변함이 없건만 용감한 반딧불이가 잡혀가기 전과 잡혀가 버린 지금 마음의 변화는 너무나도 달랐다. 해골바가지의 물을 달게 마시고 깨달음을 얻어 신라의 불교를 발전시켰던 원효대사처럼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도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쪼그라든 날개 따위는 이제 중요하지가 않았다. 용감한 반딧불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래 맞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야. 세상의 경쟁만을 볼 것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더 넓음을 쳐다봐야겠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는 작은 책 한 권.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책을 우리 아이들이 많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반딧불이의 작은 불빛이 내 가슴속에 남듯이 모두의 가슴 속에도 하나씩 가지고 환하게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