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영혼의 최초이자 가장 단순한 작용들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거기에 이성보다 앞선 두 개의 원리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우리의 안락과 자기 보존에 대해 스스로 큰 관심을 갖는다는 원리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감성적 존재, 주로 우리 동포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혐오감을 느낀다는 원리이다.
타인에 대한 의무를 지혜의가르침으로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인간은 동정심이라는 내적 충동을 억제하지 않는 한, 타인이나 어떤 감성적인 존재에게 결코 해를 입히지 못할 것이다. 자기 보존이 걸려 있어 스스로에게 우선권을 주어야 하는 정당한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사실상 내가 동포에게 어떤 종류의 해도 입혀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동포가 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감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인 듯하다. 이 같은 특질은 동물과 인간에게 공통된 것이므로, 적어도 동물은 인간에 의해 불필요하게 학대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만일 우리 자신을 서로에게 맡겼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볼 때, 그 자비로운 손길로 우리의 제도를 바로잡고 그 제도에 흔들리지않는 지위를 부여하여 만약 그러한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일어났을 혼란을 예방하고,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었을 수단을 사용하여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신 분에게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인류에게 두 가지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연적 또는 신체적 불평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에 의해 정해지는 것으로, 나이·건강·체력의 차이와 정신이나 영혼의 자질 차이로 성립된다. 또 다른 불평등은 일종의 약속에 좌우되고, 사람들의 동의로 정해지거나 적어도 용납되는 것으로 도덕적 또는 정치적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후자는 일부 몇몇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쳐 누리는 갖가지 특권들,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유하다거나 더 존경을 받는다거나 권력을 더 가지고 있다거나 또는 타인을 복종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특권들에 의해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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