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세 번째 이야기
곽경택.김용택.성석제 외 지음 / 샘터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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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이 좋다. 괜찮다는 말은 왠지 '넌 틀린 게 아니야'라고 두둔하는 느낌이라서. 힘내라는 말은 어쩐지 그렇게 하기는 아직 힘든, 상대방의 감정을 잘못이라고 탓하는 것 같다. 감정에도 자연스런 흐름이 있는 건데 바꾸라고 강요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책의 제목에 끌렸다.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님은 괜찮단다, 서툴러도. 영화든 책이든 일단 끌리면 더 자세한 정보는 살피지 않고 보는 편이다. 이 책의 부제가 '나를 움직인 한마디 세 번째 이야기'임을 미리 보았더라면, 조금은 덜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나를 움직인 한마디 세 번째 이야기라니. 첫 번째, 두 번째가 아닌 세 번째라는 걸 알았다면 이 책에 관심 갖지 않았을 것이다. 뭐든 시즌1에서 시즌2로, 2탄에서 3탄으로 넘어갈 땐 후속작의 재미가 전편보단 덜한 법이니까. 예상대로 제목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감동이 덜했다. 제목에 쓰인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는 방송작가 송정림을 움직인 한마디였다.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 걸 표지에 내세웠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기상캐스터 이익선의 나를 움직인 한마디가 더 인상적이었다. 

 

 

 

불리한 조건을 뛰어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카프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불리한 조건들을 뛰어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라고. 이 말이 유난히 가슴속에 깊이 박히게 된 까닭은, 시도 때도 없이 내 발목을 붙잡고 의욕과 사기를 갉아 먹던 열등감과, 그 녀석을 물리치느라 힘겨웠던 내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성적, 작은 키에 작은 눈, 방송을 하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 사교성이 부족하고 내성적인 성격, 지나치게 걱정하는 태도...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꿈에 다가가려고만 하면 그런 콤플렉스가 내 발목을 붙잡았다. 특히 같은 업종에 있는 선후배를 만날 때면 정도가 더욱 심해져서, 일을 할 때도 자주 의기소침해지곤 했다. (중략)

우리는 누구나 각기 다른 조건 속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배경이 좋지만 건강이 허락치 않는다든가, 재능은 있지만 뒷받침해 줄 여력이 없다든가. 성격이나 외모, 집안 배경, 남다른 환경 때문에 도무지 내 미래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우뚝 일어서는 것은 불리한 조건들을 능히 물리치는 저마다의 비밀병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중략) 지금도 내게는 방송을 하기에 불리한 조건들이 많다. 이를 테면 매니저도 없이 혼자 운전하고 화장품 가방, 옷 가방을 모두 들고 다니면서 언제 일이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프리랜서의 처지, 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 둘의 엄마라는 자리, 갈수록 더해지는 집안에서의 책임, 눈 옆에 생겨나는 잔주름, 삐죽삐죽 나오기 시작하는 흰머리, 전보다 훨씬 빨리 찾아오는 피로감, 대책 없는 건망증... 그런 것들이 나를 괴롭히지만 '이 정도면 행운이다'를 주문 삼아 열심히 하루를 살아 낸다. 좋은 말을 자꾸 하면 실제 이루어진다는 긍정적인 마음은 나의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그렇게 마음속이 치열한 전장이었던 날은 카프카의 말을 되새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내 발목을 잡는 불리한 조건을 뛰어넘기 위해 애썼으며, 그래서 오늘 난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46쪽)

 

 

보통은 책을 읽을 때마다 인상적인 문구가 있으면 발췌해 둔다. 헌데 위에 옮겨 적은 내용 외에 딱히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다. 책 느낌을 다소 거칠게 표현하자면 월간 <샘터> 혹은 <좋은생각><행복한동행> 같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글들이다. 읽고 위로와 용기를 얻기에는 각 꼭지의 분량도 너무 짧다. 잔잔함이나 여운을 끌어올리기엔 글이 황급히 끝나버린다. 곽경택, 김용택, 이해인 등 내로라하는 유명인의 글임에도 감동이 기대에 못 미친 이유다. 책 표지를 보면 위로와 용기, 인생선배를 전면에 내세웠다. 2030을 메인으로 한 책이 아닐까 싶은데, 오히려 4050이 공감할 이야기로 비춰진다. 표지 일러스트 선정 역시 조금 아쉽다. 아직도 양파 껍질인지 뭔지 모를 동그란 초록색 그림이 내게는 계속 답답함을 준다. 본문 중에 훨씬 서정적이고 시원한 느낌의 일러스트가 많던데. 괜찮다는 제목에 끌렸으나 괜찮지 않았던 책. 이래저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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