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0
로얼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을 볼지는 알 수가 없지/ 어쩌면 우리는 볼지도 몰라,

황량한 설원에 살고 있는/ 머리가 마흔아홉 개 달린 괴물을.

감기에 걸리면/ 코를 마흔아홉 번 풀어야 할걸.

그러니 감기를 지독히 싫어할 수밖에."

p90

 

동화! 상상!

머리가 마흔아홉 개 있으면, 코도 마흔아홉개가 있으니까,

코를 풀려면 적어도 마흔아홉 장의 휴지가 필요하고, 적어도 마흔아홉번손을 올렸다 내렸다해야하겠네?

난 로알드 달 책 너무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애인가?ㅋㅋㅋㅋㅋ

 

 

 

 

 

"당치도 않은 소리 좀 하지 마세요!

나중에 잘 된다 하는 일치고 잘 되는 꼴을 못 봤어요.

뻔히 알면서들!"

p114

 

지렁이씨의 성격이 원래 좀 그렇긴 하지만,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다 잘될거야.'

라는 말보다 희망적이고, 또 한편으론 무책임한 말이 어딨을까.

 

 

 

 

하긴 진실을 말하자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p127

 

"아마 우리는 가라않는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오.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그저 별 생각 없이 그렇다고 상상했나 보오."

p159

 

두렵다고 생각한 진실은, 사실 그보다 훨씬 우스운 것일 지도 모른다.

아니, 훨씬 우스운 것이다.

두려움은 '알지 못함未知'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직 알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해, 아니 세계까지도 아니고,

현상이 드러나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해,

알지 못하기때문에 그만큼 많은 상상력들이 동원되는 것이다.

대게 그 상상력들은 좋은 쪽이 아니라,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모른다는 것은, 그러니까, 우리가 항상 느끼는 두려움, 그걸 불러일으키니까.

뭐, 사실은 그게 그렇게 두려워할 가치가 없단걸 결국엔 알게 되니까,

걱정은 없다.

 

 

  반강제적으로, 또 어린이 도서(?)를 읽게 되었다. 전에 로알드 달의 <마틸다>를 읽고나선, 번역상에서 문체가 변한걸 수도 있지만, 재미를 느끼고, 다시 로알드 달의 책을 잡아들었다. 마틸다보다 더 유치한 제목.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표지에는 진짜 슈퍼한 복숭아가 있다.대체 이건 또 어떤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풀어갈까, 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우리의 불쌍한 제임스. 마틸다는 그래도 부모님이 생존해 계셨지만, 우리의 제임스는 코뿔소에게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물컹이 고모와 꼬챙이고모 밑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외롭게 지낸다.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이 지금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 같은지, 않같은지는 모르겠다. 분명 나도 저렇게 어릴때가 있었는데, 그때 내가 외로움을 느꼈을까, 느꼈엇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 각설하고, 숲 속에서 만난 이상한 할아버지의 구슬 선물로 제임스의 여행이 시작한다. 이성적이라고들 말하는 어른이 되어서, 말도안되는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보고 있자니, 허허. 헛웃음이 나오다가도, 아, 나도 저렇게 여행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그럴까, 메뚜기랑 거미랑 무당벌레랑 지렁이랑 지네같은 것들이 내 몸집만 하면... 얼마나 무서울까. 날 잡아먹겠지ㅠㅠ

  이번엔 별점이 좀 짜다. 언젠가 별점1개짜리 책도 읽어봐야하니까, 적정선을 지켰다. 맨날 4개,5개 날려버리면 나중엔 내가 읽은 모든 책들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 될것만 같은 기분이라.... 아무튼, 대학생이 읽어도 오호라~ 하면서 심심풀이용으로 술술 읽히는 로알드 달의 책들. 히히, 담에 또 이렇게 반강제적으로 책을 읽어야만 하는 순간이 오면 이 작가의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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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2는 머리가 혼란스러웠습니다.

모자와 오이가 찾아왔을 때 무척 기뻣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갑자기 텅 비어버린 방안이 너무 쓸쓸해서 당혹스러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p28

 

지금 내 상황이 이런 걸까.

그냥 혼자 지낼때는 몰랐다.

누군가가 방문하는 반가움과

또 그 뒤에 남는 쓸쓸함.

왠지 방이 더 커보이고 싸늘해보인다.

 

 

 

 

2에게 문학은 수수께끼였습니다.

때문에, 뭔가 으스스하고 수상쩍은 것은 죄다 '문학적인 것'이었습니다.

2에게 그것은 편리한 단어였습니다.

p33

 

수북히 쌓인 책들과 그 사이를 기어다니는 거북이에게도 거미줄이 쳐져있는

'모자'의 방을 둘러보고 2가 내린 결론이다.

수수께끼라는 건 알지 못하는 것, 그러니까 미지의 것이다.

문학적이란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가득 들어있는 것일까.

으스스하고 수상쩍진 않은데,

 

 

 

 

2와 오이는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합니다.

2의 눈에는 모자가 마치 '도망중인 범죄자'처럼 수상쩍게 조였기 때문이며,

오이의 눈에는 '일상에 지친, 그저 글너 아저씨'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그 모습이 모자와는 '다른 사람'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모자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p72

 

호텔선인장이 아닌, 밖에서 무심코 바라본 상대가 낯선 사람으로 보였다.

그것도 좀 지루하거나, 질나쁜 사람으로.

그들은 모두 서로 아는 사이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겉모습이 말해줄수 있는 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나는 나를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숨긴다는 것은 도둑질의 시작이니까."

p73

 

'오이'가 생각도, 악의도 없이, 그저 말해본 말이었다.

근데, 내겐 생각도 악의도 떠오르게 한 말이다.

정말? 그럼 나는 무수히 많은 도둑질의 시작을 하고 있었나.

숨기는 것과 말할 필요가 없어 말하지 않는 것은 무슨차이지.

아니, 이해하지 못할 게 뻔해서 말하지 않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 걸까.

그래도 말해야 할까.

상대편이 나의 이야기를 완전 이해까진 아니라도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세상은 변하는 거야.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난 여행갈에 나섰어.

'모자'란 한 곳에 안주하며 살 수 있는 게아니.

그런 사실, 아주 오래전에 알았으면서,

어쩐 일이지 지금까지 잊고 있었어……."

p153

 

호텔선인장의 철거 소식을 듣고, 또 한번 세상은 변한다는 것을 실감한 모자.

그래, 모자의 말처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래서 세상살이는 슬프고, 또 그래서 아름답다.

 

 

 

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이후에 보는 두번째 책.

  처음에 '숫자 2','오이','모자'가 호텔 선인장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이게 사람이름인가? 싶었다. 근데 읽다보니, 사람이 아닌 진짜 그 사물인 것 같았다. 근데 또 읽다보면 사람인 듯도 싶었다. 대체 뭘까. 처음에는 2와 오이, 그리고 모자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오이와 모자는 어느정도 이해를 하겠는데, 숫자 2는 뭐지? 왜 하필 2일까? 혼자 사는 사람인데. 3도 4도 아니고 왜 2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그냥 그냥 숫자 2는 2라고, 오이는 오이라고, 모자는 모자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2가 될 수도 있었고, 오이가 될 수도 있었고 모자가 될 수 있었고, 또 그 호텔선인장에 살고 있는 검은 고양이가 될 수도 있었다. 그제야 이해가 됬다. 여기 나오는 2,오이,모자는 딱히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옆집에 사는 그 사람, 앞집에 사는 저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다. 작가는 그렇게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거다.

  사람같기도 한데, 모자를 쓴 2,를 본 순간 패닉이 된건 내가 너무 현실적인 책만 읽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판타지'나 '동화'같은, 어릴 때는 몇번이고 읽었던 그런 책들을 지금은 까먹고 있었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다. 그렇게 가볍지도 않지만 또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다. 읽고나면 뭔가 모를 먹먹함이 남기도 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호텔선인장이라는 이상한 나라에 초대되었다가 책이 끝나면 우리도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호텔선인장이 그 곳에 이젠 없다는 말을 보며, 뭔가 모를 섭섭함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현실로 돌아왔다. 음..그래요..

  별점을 몇점을 줘야할지 고민했다. 재밌었다. 뭐 나한테 재미없는 책이 어디있겠냐만은, 어쩌면 이해할 수 없을 것도 같고, 어쩌면 너무 이해하기 쉬울 것도 같고, 어쩌면 재밌을 것도 같고, 어쩌면 지루할 것도 같아서. 3개만 줬다. 뭐 별점은 지극히 주관적이니까. 솔직히, 책이나 영화같은걸 평점보고 읽는 사람을 별로라 생각한다. 뭐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정보가 없으면 그런 정보도 효과적이니까. 그래도, 좀 그렇다. 음... 언젠가부터 내가 그러지 않아서 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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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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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철은 "다 너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자들을 멀리 하라고 당부했다.

자신을 위한 자기 만족을 위한 행동이 대부분이니까.

진심으로 위한다면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이는 것이라 했다.

부담 듬뿍 주면서 "내가 너를 위해 이만큼 했다."고 하는 건

행한 만큼의 억압도 행사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P29

 

바로 어제, 막 <닥치고 정치>를 읽었기 때문일까,

왜 자꾸 정치와 연관이 되어 생각나는 걸까.

우리는 어쩌면 그게 억압인지 알면서도 당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근데,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도 그저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흔히 드라마들에선 잘난 남자주인공의 기쎈 어머니들이 나온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오드리나,

<제빵왕 김탁구>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의 사랑을 받해하고, 자신의 아들의 생활을 억압하며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말한다.

그래, 진심으로 아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엄마가 생각하는 아들, 내 아들의 위치를 자신이 정해놓고선 하는 말이다.

아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아들이 원했으면 하는 것.

다 자기 욕심이다.

 

 

 

자식의 좋다 싫다는 의견은 그저 의견일 뿐,

이혼 재혼의 결정은 어른들이 하는 거였다.

결과가 뻔하니 차라리 미우니까 이혼에 찬성하고,

좋으니까 재혼에 찬성한다고 하는 게 덜 비참했다.

그 과정에서 지란은, 어른들의 어떤 사과로도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p66

 

시각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수업 중, 경노훈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대게,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홀려 결혼하고, 여자는 남자의 뻥에 속아 결혼한다'고

그래서 이혼율이 그렇게 높다고하셨다.

'사랑'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내 귀에 실제로 들리는 것에만

속아

진짜를, 그 속을, 마음을, 실재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결혼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이혼이 늘어나고,

그보다 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된 아이들이 늘어난다.

 

 

 

 

담임은 연구실이 떠나가도록 웃었다.

고구마 줄기와 병아리, 그리고 백숙......

이 소박하고 따뜻한 말들을 열여덟살 남학생에게 들었다.

고등학생의 뇌는 무조건 대학으로만 채워야 할 것처럼 세상이 떠들어 대는 바람에,

본인들도 그래야 하는지 알고 0.1점마저 절박해한다.

대학을 통과하지 않으면 추레한 인생이 될 거라는 무언의 협박에,

점수와 동떨어진 세계를 탐색하는 아이들은 죄라도 진 것처럼 큰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해일은 그냥 꽂혔고, 그래서 직접 부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이다.

담임의 숨통이 트였다.

p111

 

그리고 나도 숨통이 트였다.

분명 존재한다. 해일같은 아이가. 해일같은 부모님이.

입시를 위해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남들이 하니까, 해야만하니까 누군가가 정해버린 잘못된 틀속에 갇혔다.

난 소심하게 발악한 적이 있다. 그 답답함에. 어쩌면 무서워 숨어있었던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게 다가 아니란 것은 알고있었다.

아니, 지금 이시간에도 생활에 쓸모도 없는 삼각함수 앞에서 무릎끓는 학생이 있을거다.

무릎을 왜 거기서 꿇나.

하. 근데. 이런얘기. 지금해서 뭐해.

이미 난 지나왔고, 지금 거기있는 애들에게, 이런말은 와닿지않겠지.

당신이 내 앞길을 책임져 줄꺼냐라는 불만만 듣겠지.

사실, 대학생이 된 나는 아직도 보이지않는 어떤 것에 갇혀있다.

참. 아직 답답하다.

 

 

 

 

"문제는 자기가 누굴 죽여도 된다고 믿는 멍청한 자들이지."


"말이 좀 샜는데, 하여간 왕비의 거울이 자기 내면의 거울이라는 거다.

자기가 묻고 자기가 대답하는 거야.

그러니까 거울이 남을 지목하면 독사과를 먹일 게 아니라,

왜 그런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다.

자만심과 자존심은 격이 다르다."

p150

 

하. 난 용창느님같은 선생님.스승을 만나지 못했을까.

물론, 좋은 선생님들은 많았다.

근데, 이렇게 멋진 스승은 만나보지 못했다.

용창느님의 말씀들을 다 옮겨 적고 싶었으나, 책을 아직 읽지 않는 사람들이나,

내가 나중에라도 궁금해서 다시 찾아 읽도록, 아껴야지.

자만심과, 자존심의 격

멋진데?

 

 

 

고백 실패.

뽑아내지 못한 고백이 가시가 되어 더 깊이 박히고 말았다.

잘못 고백했다가 친구들을 잃을까 겁이 났던 것이다.

p171

 

고백. 그것도 실수를 고백하는 것.

그 고백은 시간을 먹을 수록 더 깊이 박힌다.

용서와 이해는 한시라도 빨리 진정성을 가진 고백을 해야

더 잘 이루어지는 것이다.

미룰수록, 신뢰도 잃는 것이다.

 

 

 

오랜 야간 자율 학습으로 밤길에 익숙한 아이들이다.

어둠을 쓰고 목적지만 바라보며 걷는.

누가 말을 거는 것초자 귀찮다.

혹시 누구 아니세요?

글쎄요.

실례했습니다.

뒤돌아, 사실은 내가 그 누구 맞습니다만......

지쳐버린 아이들의 의도적인 숨김.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한다.

그리고 쓸쓸해한다.

p173-174

 

고등학교 딱 2학년

딱 공감하기 시작할 말들.

내가 이 책을 고등학생때 읽었다면 어떻게 됬을까.

위로받았을까, 아니 그러면서도 어쩔수없잖아 해버리고 말았을까.

내 의지가 담긴 자발적인 생활이 아니기에,

귀찮다.

그리고 쓸쓸하다.

 

 

 

명료하게 판결할 자신이 없으면, 중재 그거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다.

중재의 탈을 쓰고 이쪽 저쪽 어느 쪽이 자신에게 더 이로운지 간을 보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는 빛이 없다.

검은 빛이든 하얀 빛이든 존재감 제로다.

p222

 

박쥐같은 아이들이 꼭 있다.

여기붙었다 저기붙었다.

진짜 존재감 제로다.

그렇기에 더 간을 보는 것일까.

 

 

 

삶의 근육은 많은 추억과 경험으로 인해 쌓이는 것입니다.

뻔뻔함이 아닌 노련한 당당함으로 생과 마주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p289 작가의 말

 

 

  어디서부터 정리의 말을 시작해야할까. 올해 내 생일에 선물받은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들과 조금 거리감이 생겼다. 아마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가시를 고백하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가시가 박힌채 서로에게 다가가려니, 그 박힌 가시들이 자꾸만 나를 더 깊게 파고드니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딱 이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대체 이 가시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박혔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가시따윈 박혀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하루만에 읽었다. 이말도 우습지. 몇시간만에 가뿐히 읽어내려갔다. 킬킬거리며, 끄덕거리며, 수많은 공감과 이해를 반복하며 읽었던 것 같다. 내 고등학교 2학년, 딱 그때가 떠올랐다. 내가 절때 잊을 수 없는 그 2학년. 반마다 '미연이'가 존재한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선생님의 알바를 하는 아이들. 자기 손은 직접 더럽히지 않고, 그 깔끔하지 못한 입으로 헛소리를 옮기는 아이들. 책을 다 읽고 나니, 결국은 이 책은 미연이를 욕하는 책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제일 불쌍한 것도 미연이었다. 해일과 지란의 가시는 뽑혔다. 그리고 가시가 뽑힌 자리에는 뽀송뽀송한 새 살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미연은? 마지막까지 혼자 남았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고치지도 못했다. 그대로다. 성장이 없다. 그래서 가장 안타깝다. 미연이를 위한 해결방법은 없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은 그저 자기를 헐뜯는 얘기일 뿐이다. 왕비의 거울을 깨뜨려줄 무언가가 없었다. 미연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완득이>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마구마구 완득이가 땡기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대학생인 아닌,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까. 참 궁금하다. 아무튼, 모든 고등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마다 마음속에 가시를 품고 있는 대부분의 고등학생에게 전해주고 싶은 책이다. 가시를 고백하세요. 시원하고 깔끔하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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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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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이 꼭 장엄해야할 필욘 없죠ㅎㅎ가시는 일찍 뽑을 수록 잘 뽑힙니다. 놔두면 점점 더 깊게 파고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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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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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죽음에 대한 나의 hard에 대해 담아낸, 깔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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