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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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

 

 

 

시골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p9

 

유일한 배경. 황폐한 시골길의 나무 한 그루.

희극, 무대위에서 공연되는 것

배경은 단지 나무 한그루.

그것도 다 죽어가는 나무.

나무와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다 닮았다.

허무하고, 쓸쓸하고, 매말랐고, 늙고, 무채색이다.

 

 

 

 

고도를 기다려야지.

 

고고(에스트라공)와 디디(블라디미르)의 알맹이없는 대화속, 혼란한 그 상황 속에서

그들이 유일하게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은 '고도를 기다리는 것'이다.

고도는 누구일까, 무엇일까

그리고 고고, 디디는 또 누구인가

누가됬던, 고도 하나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비춰진다.

뭘까, 두 사람의 멍청한 행동들이 우습기도 하지만

허무맹랑하다.

 

 

 

 

 

디디 (격언조로) 인간은 저마다 작은 십자가를 지도다.

(한숨짓는다) 잠깐 사는 동안에 잠깐 동안에, 그리고 그 뒤로도 잠깐.

고고 그래, 그동안 우리 흥분하지 말고 얘기나 해보자꾸나.

어차피 침묵을 지킬 수는 없으니까.

디디 맞아. 끊임없이 지껄여대는 거야.

고고 그래야 생각을 안하지.

디디 지껄일 구실이야 늘 있는 거니까.

고고 그래야 들리질 않지.

디디 우린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니까.

p104

 

그들이 얘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 나왔다.

고도를 기다리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 전혀 이해가 되지않는다고 했다. 누군가는 박수를 보냈다고도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高道(매우 높고 원대한 도리)로 생각하고 책을 잡은 내가 너무나 웃겼다. 고도는 사람이름이다. 핫.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기다리는 사람. 고도. 아 고도.

   등장인물은 다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늙고, 병들고.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 그리고 지나가는 포조와 럭키. 그리고 소년.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는 친구로 보이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둘은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지만, 매일같이 오지않을 것을 어느정도 예감하고 있으면서, 기다림을 멈추지 않는다.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생산적인 어떤 것도 하지않는다. 그저, 기다림에 모든 것을 맡기고, 시간이 흘러가게끔, 상대적인 그 시간이 조금 더 빨리 흘러가게끔, 서로 욕을하고, 춤을 추고,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놓는다. 이야기가 서로 통하는 것 같기도, 서로 다른 말만을 하고 있는 것도 같다. 행동은 굼뜨고 바보같다. 그리고 지나가는 포조와 럭키. 럭키는 사람이나, 노예처럼, 짐승처럼 목에 밧줄을 매단채 포조에게 충성한다. 그러나 포조도 럭키도 늙었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지만 서로에게 의지한다. 2막에선 포조가 장님이 되어 나타나지만(디디는 장님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 럭키는 예전히 그 옆에 있다. 이젠 럭키가 앞장선다.

   고도는 뭐든 될수 있다. 작게는 시험이 끝나길 기다릴 수도 있고, 나의 평안, 행복, 성공, 구원, 세계평화, 자신이 바라는 모든 것이 고도가 될 수 있다. 고도를 향한 기다림은 계속된다. 고도를 기다릴 수 있는건, 매일 찾아와 고도가 내일은 꼭 올것이라고 말해주는 소년 때문. 슬프게도 고도는 내일도 오지않을 것임을 알지만, 기다림을 멈출 수가 없다. 그게 유일하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기다림을 어떻게 채우느냐의 문제다. 극중 인물들 처럼 하면 안되겠지. 고도가 오기까진 아직 시간이 있고, 난 아직 젊다.

  나는 좋다. 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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