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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아주 기본적인 연애 소설을 쓰고자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 그 사람을 느낀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천애 고독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
정신과 의사 따위, 어차피 그런 거다.
그 의사가 나쁜 게 아니다.
아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p85
나도 볼수없는 나의 정신. 그게 아무리 뇌랑 연관되었다해도,
정신이란 보이지 않는 거다.
왜 못고치냐고 탓하지않는다.
나에게조차 보이지 않는 나의 정신은 병을 얻었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보이지 않으니까.
그녀에게 정신과의사는 그저 시덥잖은 말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존재다.
"무츠키들 은사자 같다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p126
은사자.
은빛의 몸을 가지고 태어나 결국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소수.
초식성 사자.
그러나 은사자들은 무리를 떠나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
쇼코는 무츠키'들'이라고 부르며, 동성애자들에게 이런 은사자같다고 한다.
그들은 초식성이다. 결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저 은빛의 색을 가지고있을뿐. 색만 다를뿐, 모습은 똑같다.
그러나, 은빛이란 이유만으로 같은 종족에게 버림받고 어디선가 자신들의 공동체를 만든다.
그러나 그 공동체는 보이지 않는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깊게 깊게 숨어버린다.
무츠키들 뿐 아니라, 무츠키의 아버지가 말했듯이 쇼코도 은사자같다.
알콜홀릭을 앓고 있는 그녀도, 다수의 사자는 아니다.
그저, 남들관 다르니까.
평범, 보통, 지극히 상대적인 그 말에서 아주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온갖 질타를 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에쿠니 가오리. 드디어 첫번째 책을 읽었다. <반짝반짝 빛나는>역시, 한때 책보다 TV를 가까이했던 나는 김현주와 이유리가 나오는 드라마부터 떠올렸다. 뒤바뀐 딸,그 여자들의 이야기. 그러나, 이 책은 앞서 작가가 아주 기본적인 연애소설을 쓰고자 한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연애의 기본. 그것은 무엇일까.
정신에 약간 문제가 있는 쇼코, 그런 그녀의 남편이자 동성애자 무츠키, 그리고 그런 무츠키의 남자친구 곤. 책은 이 세 인물에 대하여 풀어낸다. 기본적인. 연애소설. 쇼코는 무츠키를 사랑하고, 무츠키는 쇼코도 곤도 사랑한다. 곤은 무츠키를 사랑하면서 또 쇼코를 좋아한다. 연애의 기본은 뭘까. 평범을 넘어선 이 사람들에게서 작가는 어떤 기본을 찾고자했을까.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연애의 기본은 관심과 사랑이다. 정신병자라고, 동성애자라고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가 익숙치 않으니까, 따돌려버리는 것뿐. 재고 따지고 밀고 당기고를 떠나, 진심으로 연애의 기본을 수행할 수 있는, 순수한 그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이 셋이 아닐까. '사랑'. 그 존재만으로도 그들은 만족한다.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그래야만 한다. 이상한건 그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다. 정작 사랑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들.
형식으로 보자면, 쇼코의 입장에서 한챕터, 무츠키의 입장에서 한챕터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하듯, 서로 이해하듯 쇼코에서 무츠키로, 무츠키에서 쇼코에게로 시선은 옮겨진다. 그녀와 그. 또 그와 곤. 멀리서 사랑을 찾는 우리는 어리석다. 이 책에서, 세상에서 아마 가장 사랑을 잘 실천하는 사람이 쇼코가 아닐까. 사랑을 핑계로 상대에게 뭔갈 바란다는 건, 더렵혀진 사랑이다. 사랑보단 욕망이 앞선 것이다. 은사자처럼 하얀 마음을 가진 이 사람들은 참 깨끗하다고 느껴진다.
이러한 사람들이 현실에도 존재할까. 다름이 틀림이 아니란걸,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고 안아주는 사람들. 대가성을 바라지 않는 그런 순수한 사랑. 내가 너무 기대를 하고 읽었을까. 조금은 부족한것 같았지만 이렇게 다시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글을 읽을 만한 재미가 있는 소설인 듯 싶다. 다음은 호텔선인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