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 운명조차 빼앗아가지 못한 '영혼의 기록'
위지안 지음, 이현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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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녀를 한 방에 무너뜨린 운명조차

그녀에게서 끝끝내 빼앗아가지 못한 '영혼의 기록'이며,

우리에게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를 가르쳐주는 인생교본이다.

 

 

 

 

"바람직한 사랑 혹은 결혼이란,

모든 중심을 상대에게 두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중심을 잃지 않게 서로 균형을 잡아주는 거야."p75

……

사랑은 구속이 아니다.

상대가 진정 원하는 일을 찾아 자유롭게 떠날 수 있게 해주어야 하고,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도 충분히 사랑을 지키고 그리움을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p77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항상 그에 대한 사랑보다 나에 대한 사랑이 크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당신의 사랑은

당신의 모든 중심을 나에게 두길 원하고

나로 인해 당신이 한번쯤, 아니 문득문득 흔들리길 원하고

어느정도 구속도 해줬으면 한다.

그래야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있다.

못된 욕심이겠지.

내 사랑보다 당신의 사랑이 더 컸으면 하는 욕심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까워지고 마침내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아집처럼 지니고 있던 전제 조건들을

하나하나 버리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p86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이

내가 그토록 꿈꾸던 백마탄 왕자님일까.

아니,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내 존재만으로도 행복해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나도 그 사람으로 인해 행복해지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고.

시간이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라고. p105

 

언젠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갈꺼야, 혼자서 제주도를 갈꺼야.

말뿐이다. 그래 '언젠가'라며 기약없는 혼자만의 다짐을 한다.

내 두다리가 거뜬하고, 내 눈과 귀와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젊을 때,

당장이라도 떠나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수록, 합리화나 포기도 더 빨라지는 법이니까.

후회한다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이니깐.

 

 

 

 

 

 

하지만 그때, 나는 알았어야 했다.

불안과 두려움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p125

 

내가 그저 무시한다고, 내가 느끼는, 나를 둘러싼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불안과 두려움도 내 것이라는 것.

행복과 설레임처럼 내 것이라는 것.

좋은 것만 가지려 떼쓰는 어린아이가 아닌,

쓰고 짜고 매운 맛도 느낄 줄 아는,

감내할 줄 알고, 이겨낼 줄 알아야,

그래야만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기적은 꽤나 가까이에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대단한 것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기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기적이 그 다음의 기적을 불러내지 못하는 것이다."p195

 

어쩌면 내가 이렇게 건강한 것도 기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적'이라는 것을 번개를 맞고 살아났다거나, 복권을 당첨됬다거나

뭐 그런, 큰, 굉장한 어떤거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내 삶 속에서도 기적은, 일어났다.

기적을 기적으로 깨닫는 순간,

우린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고

또 다음 기적을 불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티가 끝나면 결국 혼자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짐으로 돌아가야 한다.

……

그래서 모든 이별은 필연이며, 이별은 또한 홀로서기와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p215

 

삶의 여정 속에는 크고 작은 파티가 하나씩 하니씩 이어진단다.

그러나 결국 파티는 끝나기 마련이고, 그 후 우리는 혼자가 된다.

우리는 태어날때, 혼자 세상에 나온다.

결국 삶은 '나' 혼자 길을 걸어가도록 정해져있다.

이별이란,

다시 혼자인 나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난 외로운 걸까.

 

 

 

 

 

 

 

 

어쩌면 암이란 자신의 삶과 환경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자양분을 얻는지도 모른다. p262

 

위지안은 강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는 항상 열정적이었고, 바쁜 여자였다.

자신의 삶과 환경보다, 더 큰 것들이 중요했다.

그래서 일까, 그 강했던 여자는 한순간 꺽여버렸다.

무관심

참 무서운 단어가 아닐까.

다름사람들의 무관심도, 내가 하는 무관심도.

결국 무관심이 어느 순간, 훅, 하고 모든 관심을 쏟게 만들어버린다.

긍정적이기보단 부정적으로.

 

 

 

 

 

 

 

 

"좋은 삶이었고, 이 세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후회 없이, 화내지 않고 떠날 수 있어 참 좋다." p301

 

책의 마지막, 위지안이 적은 글의 마지막이다.

저 글을 보자마자,

난, 나는?

나는 과연 죽음의 문턱에서 저런말을 할 수 있을까?

그 만큼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어쩌면 뻔한 질문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결론은 항상 '아니'지만.

 

 

 

 

뭐, 병에 걸린 사람의 이야기에 관한 책이길래, 그저 지루하듯 슬프고 정적일 줄만 알았다.

근데 이게 왠걸, 왜 난 눈물을 흘리지. 진짜 별것도 아닌 부분에서. 누군가 자신의 인생, 그 끝에서 전하는 메세지라 그럴까, 살아있는 우리에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우리에게, 후회없이 잘 살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됬으면 하는, 더 행복해했으면 하는 그녀의 바람이 들어있어서 일까.

생각보다 책의 내용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쾌함마저 들어있었다.

저 위에 동영상은 너무, 감정적으로 다가오기만 하고 이 책의 의미를 제대로 실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한명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책을 읽었으면..그녀의 바람이 이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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