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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야곱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캐롤라인은 앙증맞고 예뻤으며 웃음꽃이 활짝 핀 얼굴에
눈부신 금발 곱슬머리를 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로 두 팔을 뻗고 있었다.
나는 뚱뚱하고 까만 그림자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캐롤라인을 곁눈질로 보면서 입에는 엄지손가락을 물고 있어
그 뭉툭한 손으로 얼굴을 거의 다 가린 모습이었다. p30-31
혹자는 말한다.
지금 우리는 현대 문명 속에서 자의식 과잉이라는 저주를 받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자의식이야말로 ‘나’가 존재함을 증명해주는 축복받은 증거라고.
이러한 우리의 자의식(自意識)이
진정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바로 책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사라 루이스 브래드쇼의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로마서 9장 13절. 성경에 기록된 바,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했다."p230
‘내가 캐롤라인은 사랑하고 사라 루이스는 미워하였다.’로 귀결되었다.
‘나’라는 주체가 하느님이라는 존재에서 다수로 변화 되었지만
사라 루이스 그녀는 스스로를 불쌍한 ‘에서’라고 여긴다.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자의식 속에서
자신의 쌍둥이 동생 캐롤라인에 대해 끝없는 피해의식과 질투를 느낀다.
그러다가도 자의식 속에서 스스로를 절제한다.
이러한 그녀의 변덕스러운 자의식 속의 생각들이 책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책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우리는 마치 내가 그녀가 된 듯 복잡한 감정들에 현혹된다.
책을 읽는 내가 야곱일 수도, 에서일 수도 있는 상황.
어쩌면 야곱은 의도치 않은 혹은 의도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사라 루이스의 자의식을 보며 죄의식을 느낄 수도 있고
또 다른 에서들은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며
나아가 그녀와 같이 그 이유없는 죄의식에서 탈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나는 뭘 원하는 걸까?
내가 원한다면 이 섬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p252
그래, 오, 맙소사, 엄마 말이 맞았다.
섬을 떠나고 싶은 내 꿈 밑바닥에는 언제나
떠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p293
탈피. 이전 그녀는 왜 탈피 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부모님 때문에? 할머니 때문에? 과연 그게 다일까?
그렇다.
사라 루이스에게 진정으로 부족했던 것은, 필요했던 것은
바로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었다.
자신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기에
그녀는 캐롤라인에 대한 피해의식에서, 할머니에게서, 작은 라스 섬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그녀가 용기를 냈듯이 우리는 ‘탈피’를 해야 한다.
어쩌면 지루해질 수도 있었던 이 뉴베리 상 수상작 딱지를 붙인 청소년 소설책이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부분이 아닐까.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어머니로부터 선장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그 용기로 인해
그녀는 마음 속 깊이 자신도 모르게 꿈꾸던 탈피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두려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두려움을 느낄 만한 그 무언가가 내 앞에 존재한다는 것 아닌가.
아주 작은 일이라도 그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두려움보다 0.001앞선 용기가 그 두려움을 모두 잊고 일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청소년 소설책을 읽고 자의식의 과잉이다 탈피다 너무 무거운 말만 늘어놓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지루해 질 수 있었던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는 부분부분 내 의식을 찔러 댈 만큼 충분한 힘이 있었다. 사라루이스의 자의식과 함께 여라가지 에피소드를 따라가다보면 벌써 책의 마지막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혹자는 용기가 부족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사라 루이스에게 냉소를 보낼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러한 냉소를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직 무엇인가를 시작하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당신의 내면 속 두려움을 깨는 도끼 같은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말 하찮은 자의식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모든 것을 해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자의식을 가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