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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몰리 뱅 글.그림, 이은화 옮김 / 케이유니버스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항상 아이의 책을 주문하면서 하는 걱정은, 과연 아이가 이책을 얼마나 좋아하고 재밌어 할까? 하는 건데... 그런 고민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책을 가끔 발견할 수 있어서 기분이 무척 좋을때가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이다.
겉표지에서부터 노랑과 빨강이 대조를 이루고, 쏘피의 화가 난 표정이 클로즈업 되어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아이의 얼굴이 이렇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을 스스로 품게 만들기도 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이가 책의 내용을 굳이 읽어보질 않아도 어떠한 분위기 인지 대강은 짐작을 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는 이야기~ *^^* 아이가 글씨를 전혀 모르거나 혹은 잘 읽지 못하더라도 강한 색깔들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여 책장을 넘기는 아이의 손이 쏘피의 감정과 비슷하게 콩닥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림만으로도 아이가 내용을 읽을 수 있다면, 정말 이보다 더 좋은 그림책이 또 있을까..싶을 정도이다.
내용면에서 살펴보면, 쏘피가 화를 내게 된 경위와 집을 뛰쳐나가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스스로 감정을 다독이고 다시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까지...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작가는 여유있고 단순한 표현으로 내용을 전개해 나감으로 해서, 책을 읽으면서 아이 스스로 쏘피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또는 책을 읽어주는 이가 아이에게 쏘피의 기분을 잘 설명해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까지 제공해 주는 아량을 베풀어 주는 듯 하다.
엄마로서 이책을 몇번이고 읽고 또 읽으며, 새삼 '아..내 아이도 이렇게 화를 냈던 거구나, 이렇게 힘들었구나..'하는 걸 느꼈다. 또 한가지, 쏘피는 화가 나면 혼자서 다독일 시간과 공간이 주어졌지만... 과연 우리 아이에겐 그런 시간과 공간이 허락되어졌는지..다시한번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접하면서 자주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의 책은....어쩌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