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말한다 - 요즘 어린이로 산다는 것
김나무 지음, 경자 그림, 지혜 진행 / 키다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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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을 자주 만나는 일을 하다보니, 새학년이 되어 처음 만나는 어린이들을 파악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특성이 바로 성별이다. 남자 어린이들은 이런 특성이 있고, 여자 어린이들은 이런 특성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지켜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매번 깨닫지만, 짧은 시간 안에 학생들을 파악해야 하는 학기 초에는 여전히 성별에 근거해서 아이들을 포착하려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나도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까무잡잡한 외모 때문에 '너는 밖에서 노는 걸 정말 좋아하나보다' 얘기하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정작 나는 누구보다 실내에 있기를 좋아하는, 요즘 말로는 '집순이'였다. 그저 잠시만 볕을 쬐어도 피부가 잘 타는 체질이었을 뿐. 학교 실과 시간에 내 뜨개질 솜씨가 별로였을 때, '넌 여자애가 남자애들보다도 솜씨가 못하구나' 하는 동아리 선생님의 말도 있었던가.. '너는 여자애가 축구 보는 걸 좋아하네?' 중고등학교 때 남자애들은 축구 선수 얘기에 열을 올리는 나를 매번 신기해했다. 다행히 요즘 어린이들은 나때와 달라서, 여자 어린이들도 축구를 볼 뿐만 아니라 직접 즐길 줄 알고 '남자라서~' '여자라서~'라는 말을 붙이는 것을 아주 경계하는 모습을 본다. 


 어른들이 말로는 어린이가 나라의 미래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어린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다보면 사고가 생길까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최대한 보호하고 감시하는 입장이 되지만, 사실 어린이들은 자기가 짊어지는 믿음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며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깊은 생각을 품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을 썼던 어린이 시절의 작가처럼 말이다.


 가족이 함께 읽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편견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에도, 교실에서 학생들과 틈내어 읽으며 토론을 하기에도 좋은 주제들로 꾸려진 책이다. 어린이들 입장에서는 평소 불편했던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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