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걷고 달리고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김혜온 지음, 전해숙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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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아이들과 같은 학년에 전학 온 학생이 휠체어 이용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반 아이들이 실례(?)를 범하지 않을까 싶어, 학교에서 만나면 너무 신기해하지 말고, 혹시 내년에 같은 반이 되면 친구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도와주면 된다는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그러다 평소 호기심 많은 한 학생이 내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런데 휠체어 타는 친구도 신발을 신어요?" 자기 생각에 신발을 신는 건 갑갑하고 불편한데, 휠체어를 타면 신발을 안 신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단다. 신발을 신는 건 예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고~ 겨울에는 발도 시리고~ 하는 적당한 답을 준 뒤에도, 그 질문이 며칠 마음에 맴돌았다. 그러다 정말 반갑게도 이 책을 만났다.


10여 년 전 나는 낮에는 대학생, 저녁에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내 또래 대학생의 일상을 함께하는 일이었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을 그녀와 함께하며 나는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휠체어 이용자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대학가의 오래된 식당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도보에 장식처럼 달려있는 경사로는 너무 가팔라 전동 휠체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너와 함께 걷고 달리고>를 읽으며 그 시절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처절하게 투쟁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휠체어를 타는 친구가 있고 또 그 친구는 너와 함께 걷고 달리고 놀 수 있다고 나긋나긋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해준다. 아직은 지호와 모든 곳을 함께 갈 수는 없지만, 지호와 같이 신나게 놀고 싶으면 같이 신나게 놀 수 있다고 말이다. 10여 년 전 나와 함께 했던 그 친구가 지구 반대편에서 사람들과 연대하며 자기 뜻을 펼치고 사는 것처럼, 장애는 사람과 사람을 가로막을 수 없으니까.


조만간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려고 한다. 지호가 우리 동네에 놀러간다면 어디를 가면 좋을까? 10월에 가는 체험학습 장소는 휠체어 탄 친구와 다니기 괜찮을까? 만약에 휠체어가 가기 어려운 길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나올 현명한 답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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