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영원의 시계방 초월 2
김희선 지음 / 허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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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거울을 보면 현재의 얼굴과 다른 얼굴일 때가 많다.

꿈을 꾸는 시점보다 어릴 때도 있고, 나이가 많을 때도 있고,

이가 한꺼번에 여러 개 빠져서 무서워 울 때도 있었는데

신기한 것은 그것이 꿈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매번.

 

다시 태어날 때마다 전생과 다른 몸과 얼굴을 받게 된다고 해도

전생의 영향으로 이번 생의 취향이 결정되기도 할까?

혹은 지난 생에서 파괴된 영혼이 내가 죄를 지은 사람에 의해 회복될 수도 있을까?

 

김연수 작가는 미얀마 여행에서 본 보리수 나무 불상을 회상하며 윤회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미얀마 군이 잘라낸 수많은 부처의 머리 중 하나가 그 보리수 아래로 굴러가고, 몇 백년이 흐르는 동안 그 나무가 마치 자신의 일부인 양 부처의 머리를 뿌리로 감싸면서 자란...' 


삶과 밀착되어 있으면서, 진실을 내장한 이야기들은 늘 어느 정도 공포의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김희선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단편인「달을 멈추다」는 마인드 업로딩된 데이터로 그러한 윤회를 신비하게 풀어낸다.

신비하고 기이한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학으로도 연결이 되어서 더 소름이 끼친다.

밤을 새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창 밖으로 불을 밝히고 나와 동시간대를 살아가는 저 많은 사람들과 나라는 사람이 무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다 어느 부분에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사라지는 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빛나는 진실 같은 것이 있을까? 

김희선 작가는 단 하나의 진실 같은 것은 없다고, 모두의 진실이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빛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 봄에 여러 번 정독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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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삶 워프 시리즈 3
앤 차녹 지음, 김창규 옮김 / 허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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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라 친다면
쓸모 없는 카드를 버리고 새로운 카드를 손에 쥘 수 있었겠지

그러나 생활은 죽을 수 없는 체스


마음을 걸으며 살펴보면 모든 것이 
화물 목록처럼 명료하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눈 먼 채로 기억한다

화물을 확인하는 시간 


우리의 죽음이 시작되면  녹색 저녁에
화물 하나에 한 사람이 적용된다

필립 라킨, 계속 살아간다는 것 중에




필립 라킨은 잔디 깎이에 끼어 죽은 고슴도치에 대해 쓴 적있다.

자본과 관련된 모든 시스템은 그 자체로 살아 있다.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입과 무쇠로 된 치아를 가지고 있고,

그 날들에 갈려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들이 망가진다.


<계산된 삶>은 사무직 노동자들의 미시사, 

그것을 초월해 자신의 세계를 망치면서도 

슬픔이라는 끓는 물 속의 삶은 개구리로 살아가면서도 솥에서 나갈 수 없는 한 인간의 비애와 고통을 그렸다. 


복제 인간인 제이나에게도 돈은 중요하다.

그녀는 '석관'이라는 차명 계좌들에 우회로를 만들어 돈을 모으는데

돈은 그녀에게 더 싱그러운 식물들이 있는 곳, 

더 그녀 자신다운 생활이 보장되는 곳으로 탈출할 기회의 티켓 같은 존재다.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저 잔디 깎이에 갈려 죽는 고슴도치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결론이었다.

나도 그 시스템에 참여하면서 보수와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쉬운 진리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리마인드하게 되었다.

사람은 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경이로울 정도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진실을 외면하며 망각한다는 걸.

(이러한 상처-작업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웃기는 사실)

<계산된 삶>은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래 생각해 보게 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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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삶 워프 시리즈 3
앤 차녹 지음, 김창규 옮김 / 허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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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회사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만을 고민했다.
이 소설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다른 얼굴을 발견해 가는 여성 서사다.
지속가능한 직장 생활에 대한 동기 부여와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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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 인류를 사로잡은 놀라운 과일 이야기
베른트 부르너 지음, 박경리 옮김 / 브.레드(b.read)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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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돌덩이처럼 단단한 아보카도를 당기거나 비틀어 따기 위해 굽은 나무들의 무성한 진녹색 잎사귀를 헤치며 나아갔다" 인간과 함께한 과일의 향기롭고 찬란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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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워프 시리즈 2
알렉산더 케이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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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발견한 유리병 편지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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