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영혼 1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다가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강한 느낌이 남는 책이 있다. 무빙워크에서 빠르게 걷다가 맨땅에 발을 내딛은 기분이 드는, 바로 그런 책 말이다.

막심 샤탕의 <악의 영혼>은 위에서 말했던 ‘강한 느낌’이 남는 책이었다. 그리고 씁쓸한 여운까지도…….

철학과 사색의 나라 프랑스에서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스릴과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는 진짜 스릴러가 나온 것이다.

다소 끔찍한 느낌을 주는 시체의 등장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인다. 그리고 숨 막히는 수사와 또다시 벌어지는 범행. 그 사이에서 독자들은 예기치 못한 반전에 당황하게 된다.

막심 샤탕은 독자들이 잠시라도 안도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다음 스토리 전개에 대한 갈망에 빠져들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단 한 번도 예측이 적중했을 때 느끼는 희열을 느끼지 못했다. 독자들이 짐작하는 것을 무참히 짓밟아 뭉개버리는 사건과 사건들은 배반감과 함께 미칠 것만 같은 흥분을 선사한다.

섬세한 묘사와 잔혹할 정도로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는 문장은, 섬뜩했지만 아름다웠고 ‘달다 못해 쓴’ 캔디처럼 나를 자극했다.

철두철미한 스토리 전개에서 일단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그가 이 저작을 위해 얼마나 포괄적인 공부를 했는지 깨닫는 순간부터 더 큰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한때 범인이 되기도 하고, 그를 쫓는 수사관이 되기도 하며 끔찍한 고통을 겪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그 소설 속 인물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 그 경험들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나타나고, 그 믿음은 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성취감을 이끌어낸다.

우리들은 막심 샤탕의 <악의 영혼>을 읽으면서 슬픔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하며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그 묘사 자체의 잔혹성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게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스릴러를 읽으면서 현실의 냉혹함을 이렇게 신랄하게 느껴본 적이 드물다. 그것이 바로 막심 샤탕의 강점이며 그를 데뷔와 동시에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일 것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사건 속으로 끌어들여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좋은 스릴러 한 편으로 깊어가는 여름을 장식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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