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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타이거 - Rebirth of Tiger JK [2CD]
드렁큰 타이거 (Drunken Tiger)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8년 11월
평점 :
드렁큰 타이거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른다.
1998년. 벌써 20년 전이다.
윤미래가 속해 있던 업타운의 팬이던 나는 작은 지하 클럽에 업타운 공연을 보러 갔다.
그곳에서 업타운은 드렁큰 타이거라는 듀오가 곧 앨범을 발매할 건데,
이 친구들 실력이 장난 아니니까 나오면 많이 사랑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난 널 원해,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2곡을 불렀다.
업타운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뭔가 본토 느낌과 한국적 정서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느낌?
사실 뜰 수 있을 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이듬해 초, 드렁큰 타이거는 정식 앨범을 발매했고, TV에도 나오게 되었다.
반응은 점점 달아올라, 힙합을 좋아하던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리스너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나는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 티비 뉴스를 통해 업타운의 마약 소식을 접했다.
죄없는 윤미래와 드렁큰타이거까지 걸고 넘어갔던 스티브와 카를로스는 미국으로 추방 당했고,
친구들을 잘못 만나서 맘고생했던 윤미래와 드렁큰 타이거는 누명을 벗고 음악을 계속했다.
윤미래는 이후 소속사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로 전성기를 많이 까먹게 되었고,
드렁큰 타이거는 4집 이후로 서로 갈라서며, Tiger JK 혼자서 그 명맥을 이어갔다.
이 시기에 힘들었던 부분들을 서로 채워주며 윤미래와 JK는 사랑을 키워갔을 것이다.
힙합 좀 한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타이거 JK 를 인정하고 따라 부르며 커왔는데,
(개인적으로는 드렁큰 타이거의 1,2,3집과 7집을 가장 좋아한다.)
어느샌가 타이거 JK는 올드하고, 랩 못하는 아저씨 처럼 불리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문익점이 목화 씨앗을 몰래 들여와서 면으로 된 옷을 입게 된 사람들이,
이제 신소재로 된 기능성 옷을 입으면서 면으로 된 옷을 누가 입냐며
문익점의 공로를 평가절하하는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앨범이 2CD 로 제작되어, 첫번째 디스크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힙합 그대로를,
두번째 디스크에는 대중적인 후배들과의 팝 성향의 팬서비스를 보여준 것 같다.
공식적으로 드렁큰 타이거 이름을 걸고 내는 마지막 열 번째 앨범이니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음원으로 들어도 되겠지만, 굳이 2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이 앨범을 사는 이유는
드렁큰 타이거가 지난 20년간 걸어온 길의 마지막 발자취이자,
Tiger JK의 새로운 시작(Rebirth)를 알리는 앨범이기 때문일 것이고,
그동안 순진하게 음악만 하느라 여기저기서 돈을 뜯기며 살았던 그에게
내가 공식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120페이지나 되는 부클릿 속에 담겨 있을 지난 20년의 그의 흔적들을
힙합을 좋아하며 지내온 내 모습들과 함께 떠올리며 확인해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