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아래, 동생에게 - 스스로 떠난 이를 애도하는 남겨진 마음
돈 길모어 지음, 문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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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08일 어느 기사의 내용이다.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기사라고 한다.

-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인 한국, 특히 여성 자살률이 느는 추세,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1명, 출산율은 OECE 꼴찌인 0.78명인 상황에서 자살률은 1위. 지난 3년 코로나 사망자보다 자살자가 더 많았다.





이 책의 표지에는 <스스로 떠난 이를 애도하는 남겨진 마음> 이라고 적혀있다.

저자의 동생이 자살한 후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동생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살'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탐구하며 써 내려간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저자와 그의 동생 데이비드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요즘 말로 육아 난이도가 '헬'이었을 돈 길모어와 데이비드 길모어.

2살 반 터울의 형제는 지붕에 올라가고 정원을 불태우고 치고받고 싸우며 각종 짓궂은 장난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아이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경제 호황기에 캐나다 중산층 부모에게서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이다.

그들의 아버지는 건축가이자 교수였고 그런 아버지가 대학시절 만난 어머니와 일찍 가정을 꾸려 그들을 낳았다.

잘 다듬어진 가정에서 풍족한 삶을 살며 하키와 피아노를 배우며 저자는 작가가 되었고 그의 동생은 뮤지션이 되었다.



어릴 때는 형과 동생이 함께 장난을 치며 어울렸지만 점차 자라면서 각자의 삶을 산다.

저자는 함께 뒹굴며 자란 동생과 멀어진 것에 대한 생각을 하며 '멀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라고 끊임없이 되뇌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다. 부모형제자매라도 그 누구도 함께일 수 없다. 도움은 가능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수는 없다.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다. 이 길이 맞는 길이고 그 길이 틀린 길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관심을 쏟을 수는 있지만 그 마음이 어떤지는 100% 알 수가 없다. 우리는 때론 우리 자신의 마음조차 알 수가 없다.

저자가 알지 못하는 동생의 삶을 되짚어보는 것은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함이 아닌 '애도'하기 위함이다.

데이비드는 북극의 유콘, 화이트호스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데이비드는 마리화나와 줄담배를 피우고 밴드를 결성해서 음반을 내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알았고 악기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으며 바에서 연주를 하고 끊임없이 여자를 만나고 알코올 중독에 걸리기도 한다. 마약을 하고 맑은 정신인 적이 별로 없었을 데이비드의 삶은, 그 누가 보기에도 엉망진창이니 자살을 한 것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음..?


이 말을 쓰고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엉망진창의 삶은 자살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라니. 아니, 그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오히려 삶이 안정되었을 때 자살을 택했다. 게다가 누군가의 삶이 엉망진창이니 뭐니 할 자격이 내게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자살한 사람들을 보는 시각은 편협하다.


'차라리 그만두지', '차라리 말을 하지', '차라리 병원을 가보지', '차라리...' 이건 마치 우리가 역사를 말할 때 '만약에..'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데.



이 책은, 데이비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자살'에 관한 저자의 리포트다.

그의 동생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자살을 택한 사람들에 관한 사연이 나오고 자살 학회에 참석해서 강연을 들었던 이야기도 나온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모두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진 않다.


이 책이 마음에 든다.

그 어떤 판단도 없다. 데이비드의 삶을 정의하지도 않았고 그를 비난하거나 동정하지도 않았다.

남겨진 이들의 깊은 슬픔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들지도 않았다.

죽은 사람들에게 물을 수 없기 때문에 남겨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가 속한 집단 (지리적 위치, 연령대, 인종, 교육수준이나 직업 등)에 집중해서 분석한 것조차 나쁘지 않았다. 당연하지 뭐.

새로울 것 없는 그의 시각이 나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온 점도 좋다.



나는 늘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하나도 바꾸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놀랍다. 나라면 바꿀 것이다. 다 바꿀 것이다. ... 나라면 야망을 더 크게 품고, 더 집중하고, 더 많은 연민을 보였을 것이다. 관계의 소중함을 더 일찍 깨달았을 것이다.


>>> page 146 길 잃은 소년들 중에서



세상의 모든 죽음은 애통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슬픔과는 또 다른 문제다.

그 문제는 절대 풀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가야만 하고, 누군가에게는 금세 털어버리고 싶은 일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 된다.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 말이 되는 걸까. 나는 결코 자살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내 주변인들은 자살로부터 안전할까. 나는 나 자신과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까. 과연 삶의 끝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 시작보다 아름다운 끝을 선택하다. 

- 발타자르 그라시안



** 오역이나 오타가 많은 것 같달까 아니면 너무 직역을 했기 때문이거나. 잘은 모르겠지만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껴진다. 특히 긴 문장일수록 무얼 말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되는 문장이 꽤 많았다. 아쉬운 부분.



** 한때 시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시인의 기대 수명이 62.2년으로 작가 중에서도 가장 짧다고 밝혔다." 라는 문장을 읽고 너무 놀랐다. 내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결국 시인이 되지 못했으니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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