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뿌쉬낀의 서재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조혜경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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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옙스끼의 중단편집!

벼르고 벼르던 [죄와 벌]을 읽은 지 얼마 안 되는 책린이∗∗인 나는 작년 말에 읽었던 그 책이 마음에 들어서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책들과 [죄와 벌] 완역본을 올해 읽어야지 했는데 때마침 그의 중단편집이 나오다니 이것은 운명. 게다가 내가 가진 [죄와 벌] 책을 펴낸 뿌쉬낀하우스의 책이니 절대로 놓칠 수가 없었다.



 

[죄와 벌]도 그랬지만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도 표지가 예뻐서 마음에 든다. 앞뒷면 모두 깔끔하면서도 보기 좋다.

뒤표지에 '대문호 도스또옙스끼의 장편 소설의 세계를 맛보기 위해 준비된 '전채' 요리' 라고 쓰여 있고 딱 맞는 표현이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들을 읽기 전에 읽어봐야 할 책이다. 긴 장편 소설을 읽기 위한 준비운동.

도스토옙스키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죄와 벌], [악령], [까르마조프의 형제들] 등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 대표작들은 꽤 긴 장편 소설들이다.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독서광이 아니라면 그의 단편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작가 위주가 아니라 유명한 작품 위주로 책을 선택한다면 그의 중단편은 평생 읽지 못하고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나 또한 그의 대표작들은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초기 작품이나 중단편 소설에 대해서는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2021년 행운 중 하나다.

운 좋게 이 책을 읽어보니 긴 장편 소설보다 쉽게 책을 펼칠 수 있고 희극적인 내용이 재미있다. 작은 반전들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으며 심리 묘사나 상황 묘사가 장편 못지않게 촘촘하다. 작가의 초기 작품이기도 해서 '아.. 이런 글을 쓰다가 [죄와 벌]을 쓰게 됐구나..' 하고 느끼는 재미도 있었다.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지 도스토옙스키가 쓴 것임에는 틀림없다.

책은 작고 얇은 편이다.

출퇴근 시 지옥철 안에서라도 들고 읽을 수 있는 무게고 요즘은 코로나 시국이라 힘들지만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읽으면 금세 읽어낼 분량이다. 가벼운 분량은 단편 소설의 매력이기도 한데 이 책도 그 매력을 뽐내기 위해 총 4편으로만 가볍게 구성했다.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제목을 보자.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아니었다고 해도 이 책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제목을 읽자마자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이 생각나면서 뭔가 자극적이고 막장 드라마와 같은 매력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불행한 한 남자에게 일어난 우연들이 한 편의 시트콤처럼 펼쳐지며 색다른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여러 이유로 '남의 아내'가 등장하고 여러 우연으로 '침대 밑 남편'이 등장한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나서야 왜 제목을 그렇게 붙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내용에 아주 잘 맞는 제목이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1,2로 구성되어 이 책의 거의 반 정도 분량을 차지할 정도로 꽤 길다.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1이 '남의 아내', 2가 '침대 밑 남편'에 대한 이야기.

"아니, 전 결혼하지 않았어요 ······. 그런데 저 같으면 불행한 상황에 놓인 존경할 만한 사람에게, 최소한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매번 '젠장'이란 말은 하지 않을 거요. 그런데 당신은 언제나 '젠장, 젠장!' 하고 있네요."

>>> page 26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중에서

작품 해설에 따르면 작가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늘 의심해 침대 밑을 조사하며 어머니를 괴롭혔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녹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네 번째 단편을 제외하고는 세 편의 소설 모두 아내들의 불륜 관계가 나온다.


page 212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작품 해설 중에서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

제목 그대로 이 소설은 9통의 편지로만 이루어졌다.

편지로만 이루어진 소설이라면 연인 관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소설에서는 두 명의 남자가 주고받은 편지이다. 첫 편지를 읽을 때만 해도 별다른 사건이 발생할 것 같지 않았는데 편지가 쌓일수록 긴장감도 고조되고 소소한 반전도 있다. 아무래도 편지라는 독특한 형식의 단편이라 읽다 보면 궁금한 내용들이 많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드러난 내용 외의 부분은 내가 상상할 수 있어 그 점이 재미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편지로 인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할 것을 예고하는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된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page 214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 작품 해설 중에서



[꼬마 영웅]

이 소설은 묘사가 뛰어나다. '내가 열한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로 시작되는 문장에서 화자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소설의 배경이 되는 모스크바 근교의 대저택과 그 주변 풍경에 대한 묘사, 그 대저택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묘사, 사건의 중심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자세하다. 특히 화자인 꼬마 자신에 대한 감정 묘사가 섬세하다. 사람들 사이의 직접적인 대화도 적고 사건 그 자체로만 보면 단순하고 밋밋할 수 있는데 묘사 부분으로 내용을 꽉꽉 채운다. 길지 않은 내용이니 한 번에 쭉 읽어가겠지만 혹시라도 읽다가 책을 덮어야 할 상황이 온다면 흐름이 끊길 수도 있다. 꼭 이 소설은 쭈욱 읽어내려가야 함.

그녀의 얼굴에는 번개처럼 반짝이는 뭔가가 있었고, 불꽃처럼 생기가 있으며 민첩하고 가벼웠다. 눈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고, 커다란 눈에는 마치 불꽃이 이는 듯했다. 난 그녀의 반짝이는 파란 눈을 그 어떤 검은 눈동자와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 검은 눈동자가 홍주석보다 더 검더라도 말이다.

>>>page 127 꼬마 영웅 중에서



page 215 [꼬마 영웅] 작품 해설 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와 결혼식]

책에 실린 소설 중 가장 짧다. 하지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내용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의 탐욕이나 현실 비판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건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완벽하게 '탐욕스럽고 비열한' 인간에 대해서 화가 나지만 상황만 조금 다를 뿐 그런 일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심지어 미래에도 일어날 일이라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면 심각한 내용인 것 같지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화자가 제3자의 입장에서 보게 된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 단순하고 가볍다. 나도 화자의 눈으로 함께 보다 보면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마음에 쏙 드는 단편 소설이다.


page 217 [크리스마스 파티와 결혼식] 작품 해설 중에서


네 편의 소설이 끝이 났다.

책을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읽는 나도 금세 읽었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네 편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마음에 들었다.

역시 대문호의 작품은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버릴 것이 하나도 없네.

러시아 문화 교육 센터인 뿌쉬낀하우스 도서에서 발간된 책이라 번역이 매끄럽고 각주도 적절하게 달려있다. 러시아 문학에 관심이 많다면 뿌쉬낀하우스 도서에서 발간된 책으로 읽으면 좋겠다. 나 또한 뿌쉬낀하우스에서 발간되는 책들을 유심히 살펴볼 생각이다.

아, [죄와 벌] 완역본부터 어서 읽어야겠구나.

** 책린이 : 요즘,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거나 그 일에 아직 미숙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로 '책을 읽다 + 어린이'의 의미. 신조어를 과감하게 써봄

**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검색하다가 '나무위키' 를 보고 알게 된 사실. 한데 소설이라는 것이 늘인다고 늘일 수 있는 것이었나!! 늘이고 급하게 써도 대문호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 대문호라서 가능한 일이었나!

도스토옙스키는 원고료로 겨우 먹고살았으며, 이 때문에 그의 후기 소설들은 굉장히 길다. 왜냐하면 그 시절 러시아에서는 글자 수대로 원고료를 책정했고, 따라서 소설의 길이가 늘어나면 원고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나마 돈이 조금 남으면 도박장에서 날리고 빚만 더 벌어왔다. 이렇게 돈에 쪼들리다 보니 쓰고 있던 <죄와 벌>을 급하게 완성했으며 <노름꾼>은 26일 만에, 그것도 <죄와 벌>을 쓰는 중에 구두로 완성했다.

>>> 출처 : 나무위키

** 도스토예프스키, 도스또옙스끼, 도스토옙스키 .. 책마다 다른데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무엇이 맞는 거지...?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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