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니체와 고흐 -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은 2020년부터 2021년 지금까지 정말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나 보다.

빈센트 반 고흐, 프리드리히 니체, 헤르만 헤세, 윤동주, 고전, 심리학, 인문학, 철학, 시, 마음, 위로, 괜찮아 등의 제목이 붙여진 책들을 작년부터 부쩍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코로나 블루에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 두기로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고 책 읽을 여유와 더불어 안타깝게도 마음은 팍팍해진 사람들을 위한 책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나 또한 작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나 또한 어려운 책보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찾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위로를 말할 때 생각나는 것은 시나 심리학 또는 자기계발서와 같은 종류였는데 의외로 그림과 철학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와서 의아했었다. 요즘 미술과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기 전까지 그림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고 철학은 너무 고차원적인 이야기여서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거기에서 위로를 받는다니. 충분히 이해해야만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었다.


니체와 고흐. 왜 프리드리히 니체이고 왜 빈센트 반 고흐일까. 그들이 과연 어떤 위로를 줄 수 있는 것일까.

질문으로 독서가 시작되었다.

몸도 마음도 춥고 쓸쓸한 겨울의 끝자락에서. 조금이라도 힘을 내보기 위해.




책 표지에 쓰인 '누구나 한 번쯤 니체처럼 생각하고 고흐처럼 꿈꾼다' 라는 말은 멋있지만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리기에는 어려웠는데 책을 읽고 나니 알게 되었다. '누구나 한 번쯤' , 나 또한 살면서 한 번쯤 니체처럼 생각하고 고흐처럼 꿈꾸겠지. 나에게는 어쩌면 지금이 그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펴고 머리말을 살폈다. 나의 질문의 답은 바로 여기 있을 터였다.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현재의 질서에 순응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갈 것과 그 어떤 고통 속에서도 열정을 잊지 말라. 라고 말하려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기존의 가치를 부수는 철학자 니체와 자신의 귀를 자를 수밖에 없던 고통 속에서도 명작들을 남긴 반 고흐를 함께 담은 책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라고 썼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니체의 글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고 반 고흐의 140점이 넘는 그림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니체가 유명하기는 해도 우리나라에서 그의 글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니체의 여러 책에서 발췌되어 이 책에 실린 짤막한 글들을 읽다 보면 때로는 너무 어려워서 해당 책을 다 읽으며 이해해 보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구절을 발견하게 되어 그 나머지 글도 읽고 싶어진다. 결국 책을 덮고 나서는 니체의 책을 한 권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니체의 글은 생소할 수 있어도 반 고흐의 그림은 '화병의 해바라기',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빈센트 침실' 등 대표적 작품들이 너무 유명해서 어느 카페에 걸려진 모조 그림이나 엽서 또는 반 고흐의 굿즈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반 고흐의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든 한 번은 봤을 것이다. 하지만 '에턴의 길', '담배를 피우는 해골', '말 석고상' 과 같은 그림들은 생소하다. 제목도 생소하고 책에 실린 삽화로 보아도 반 고흐의 그림인가 싶다. 나처럼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딘가에서 실제로 그 그림들을 봤어도 반 고흐의 작품인지는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반 고흐의 많은 작품들은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것은 행운이다.




이 책은 니체의 잠언들을 삶, 아름다움, 지혜, 인간, 존재, 세상, 사색, 신앙, 예술가 등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읽기 쉽게 정리하여 고흐의 그림과 함께 보기 좋게 배치했다.

>>> 머리말 중에서


정말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는 게, 내용은 대부분은 니체의 글이 실리고 그 옆으로 고흐의 그림이 있다. 고흐의 그림이 니체의 글과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신경 써서 글에 맞춰 그림을 배치한 것이 느껴진다.


그림에 누군가의 설명이 붙지 않고 간략한 설명만이 쓰인 것도 좋다. 보기에도 간결하고 좀 더 그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글이고 책에 들어있는 그림이라 책장이 슥슥 넘어갈 것 같지만 니체의 글도 반 고흐의 그림도 종종 여러 번 읽게 되고 오래도록 보게 된다. 어려운 내용은 두 번, 세 번 읽었다. 오래도록 그림을 보았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내 식으로 이해한 뒤에 책장을 넘겼다. 그렇게 니체의 글에서 많은 생각을 했고 반 고흐의 그림에서 많은 이야기를 찾았다.


우리의 이성이 멈춰 버리면 우리들은 서로에게 관대해질 것이다. 상대방에게 아무 말이나 해도 상관없고, 상대방이 아무 말이나 해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 _____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page 26 이성이 없다면 서로에게 관대할 것이다 1. 아름다움에 대하여 중에서


인간에게 용기는 가장 훌륭한 살인자다. ... 왜냐하면 용기는 "그게 삶이던가, 그럼 좋다. 다시 한 번!" 이라고 외치기 때문이다. _____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page 42 용기는 죽음까지도 살해한다 2. 삶에 대하여 중에서


...신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깊은 속내와 바탕을, 은폐된 치욕과 추함을 남김없이 보고 말았으니. 호기심 낳고 주제넘은 자, 동정하는 마음이 너무 깊었던 자는 죽어 마땅했다. _____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page 80 웃다가 죽은 낡은 신들 3. 신은 죽었다 중에서


도덕적 인간은 물질적 인간보다 더욱 위험하다. 왜냐하면 물질은 도덕을 잠재울 수 없으나, 도덕은 물질의 가치를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_____이 사람을 보라

>>> page 118 물질적 인간보다 도덕적 인간이 더 위험하다 4. 지혜에 대하여 중에서


이상을 좇는 인간은 구제할 방법이 없다. 그는 천국에서 추방당하면 지옥에서 새로운 이상을 찾아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_____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page 150 이상에만 매몰된 사람은 파멸할 수밖에 없다 5. 인간에 대하여 중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결코 고통을 아픔이라 부르지 않는다. _____즐거운 학문

>>> page 172 살아남은 자들은 고통을 아픔이라 부르지 않는다 6. 존재에 대하여 중에서


... 이와 반대로 한 국가가 소멸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영양 섭취, 과잉보호, 이기적인 개인주의, 외래문화에 대한 무분별한 열광이 진행되어야 한다. _____선악의 저편

>>> page 192 국가의 발전과 소멸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7. 세상에 대하여 중에서


나의 경우 독서란 잠시 숨을 고르는 것과 같다. _____이 사람을 보라

>>> page 234 자신을 빨아들이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독서이다 8. 사색에 대하여 중에서


돌이켜 생각해 봐도 나는 바그너의 음악 없이는 내 청년 시절을 견디어 내지 못했을 것 같다.

>>> page 282 바그너의 혁명 9. 예술가에 대하여 중에서


...그렇다면 철학자는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그는 자신이 시대를 극복한 '초월자'로 남기를 바란다. _____바그너의 경우

>>> page 298 철학자는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10. 니체를 만난다 중에서




예술과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예술과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니체의 글을 맛보기로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나 고흐의 다양한 작품이 궁금한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따뜻한 위로.

늘 그렇듯이 택배가 도착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고

그 택배가 기다리던 '니체와 고흐'에 관한 책이라면 책을 펴기도 전에 이미 위로받을 준비가 된다.

읽고 싶었던 책을 기다리고 택배 도착에 맞춰 포장을 뜯는 것. 시간을 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그 책을 읽는 것. 어려운 내용이라도 많은 생각을 하며 소화하여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 그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 이런 시간들이 쌓여가는 것.

그것이 이 책 '니체와 고흐'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니체처럼 생각하고 고흐처럼 꿈꾼다'



** 어느 팟캐스트에서 주워들은 지식으로는, 빈센트 반 고흐님은 이름이 빈센트, 성이 반 고흐라서 우리가 흔히 고흐라고 부르지만 '반 고흐'로 부르는 것이 맞는다고 한다. 띠용.


** 니체는 자신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이자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라 말했고 출판 후 반응은 '한마디도 이해 못 하겠다'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띠용.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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