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지 2 - 풀어쓰는 중국 역사이야기
박세호 지음, 이수웅 감수 / 작가와비평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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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그 두 번째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춘추시대의 강자들을 소개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중심으로 펼쳐진다. 오자서, 손자, 범려, 공자, 서시 등등 지금도 명성이 자자한 이들과 지금은 잊힌 이름이지만 그 시대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이들 말이다.


 

여전히 패권을 손에 넣기 위해 크고 작은 전쟁을 일삼고 권력과 신념을 위해 죽고 죽이는 혼란 속에서도 시대는 변해가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이다.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 550년을 담은 총 3권 중 2권이다.


1권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각 나라의 이름이나 위치 각 사건이 발생한 상황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이름까지도 헷갈려서 다시 앞장을 들춰보곤 했는데 1권을 다 읽고서 2권을 읽으니 이어지는 내용이 바로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대충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져서 내용을 이해하기 편했다. 아마도 1,2,3권이 모두 발간된 후에 연달아 읽는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1권이 주(周) 왕조가 몰락한 뒤 여기저기서 각 제후들이 나라를 세워 혼란이 막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들 간의 관계가 복잡하고 각 나라의 정세가 불안정하여 많은 변화로 어지러웠지만 2권에서는 각국의 상황과 관계가 좀 더 안정되어 그런지 흥망성쇠의 큰 흐름과 중요한 인물들에 집중하고 있어서 덜 복잡하고 더 재미있다.

게다가 드디어 공자가 등장하니 더욱 흥미진진할 수밖에.


 

 

그래서 나 또한 그 흐름을 따라 기억에 남는 인물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진(晋)문공과 개자추

- 진혜공의 살해 위협을 피해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던 공자 중이(重耳)는 19년의 망명생활을 접고 진문공으로 등극한다. 망명 당시 그는 훌륭한 측근들(7인)과 함께였는데 그중 특히 '개자추'라는 인물이 있었다.

망명 중에 먹을 것이 떨어져 고생하던 공자 중이에게 개자추가 자신은 식욕이 없다며 분배 받은 음식을 사흘이나 주어 큰 감명을 주었다. 한데 막상 진문공이 되어서는 개자추에게만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았다. 개자추의 오해와 진문공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일을 바로잡을 틈도 없이 개자추가 노모와 함께 몰래 성을 떠나버렸고 진문공은 그를 찾기 위해 산에 불까지 질렀지만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에서 노모를 부둥켜안은 개자추의 시체만을 찾게 되었다. 진문공은 그의 시체 옆에서 통곡을 한 뒤 개자추의 친구 장해에게 개자추와 노모의 장사를 지내라고 명했다.


 

"이 산을 개자산(介子山)이라고 명명하겠소. 그대는 개자산 꼭대기에 개차추를 모시는 사당을 지으시오. 개자산을 에워싼 논밭을 개자묘의 영지로 정해 그대에게 관리를 명하겠소. 그 수익으로 오늘 이 날을 제사일로 정해 해마다 성대하게 제사 지내시오. 제사에는 칙사를 파견하겠으니 소홀히 하지 마시오!"

...진문공 2년 3월 5일의 일이었다.

>>> page 45 제25장 무릇 병사가 군주의 기량을 헤아린다 중에서


 

어느 시대건 오해가 깊어지면 통곡을 부르는가 보다.


 

'양침의 원한'

- 정나라가 송나라를 침입했을 때 송나라의 원수 화원(華元)은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양탕을 만들었는데 자신의 마부에게 주는 것을 잊었다. 마부가 투덜거렸으나 이미 양탕은 남아있지 않았고 화원은 그대로 출격을 했다. 그때 화원의 마부가 말에 채찍을 가해 적진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화원은 정나라 포로가 되었고 송나라 군대는 어이없이 궤멸하고 말았다.


 

이것이 역사에 기록된 '대극 전쟁'이다.

... 이 대극의 전쟁은 음식물로 인한 원한의 무서움과 함께 구전되어 내려오는 유명한 전쟁이다. 화원은 한 그릇의 양탕에 인색하여 붙잡혔고, 송나라는 병거 4백6십대를 잃었다. 단 그때 마부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양침(羊斟)'이라 이름 짓고, 그리고 '양침의 원한'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만큼 음식의 원한은 무섭다는 의미이다.

>>> page 117 제28장 원한은 두려움을 낳는다 중에서


 

마부의 돌진은 춘추전국시대 전쟁이니 가능했던 일이지만 음식의 원한은 이 시대에도 무시무시할 거라 생각된다.


오나라를 강대국화시킨 하희

- 정목공의 딸 하희는 여희의 미모와 달기의 요염함을 겸비한 뛰어난 요부였다고 한다. 그녀는 15세 때 어떤 파계승으로부터 절묘한 규방의 기술 ' 소녀채전술(素女採戰術)'을 익혀 이복 오빠인 공자 만, 그녀가 결혼했던 진(陳)나라의 하어숙, 하어숙과 친했던 공녕, 공녕과 친구인 의행부, 진(陳)영공 까지 죽음으로 이끈다. 심지어 진나라를 공격한 초나라에 붙잡혀 초나라 대부 양노(襄老)의 본처가 되어 그마저 죽었다. 그 후 양노의 조문객으로 온 굴무와 사랑의 도피를 하여 진(晋)나라로 갔다. 굴무는 소녀채전술을 뒤집는 남자의 규방술인 '팽조탄토술(彭祖呑吐術)을 가지고 있었으니 하희와 굴무가 인연이 된 것은 숙명일 것이다. 이 둘의 도피로 굴무의 집안은 모두 살해당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굴무의 장남 굴용도 진나라로 망명했고 이들은 초장왕에게 보복하기 위해 진나라의 사신으로 오나라에 가서 병거의 전법을 전수했다. 그리고 오나라는 순식간에 강대국이 되어 초나라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하희의 욕망이 결국에는 오나라를 키우게 되다니 과연 난세에서는 그 무엇이 어떠한 결말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오자서와 손자

- 초나라 중신 오사의 둘째 아들 오원. 오자서. 그리고 초나라의 간신 비무극에 휘둘린 초평왕으로 인해 아버지와 형을 잃고 공손을 데리고 오나라로 망명한다. 공손 승과 오나라까지 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오자서가 가진 재주와 하늘이 보내 준 인연들이 더해져 우여곡절 끝에 오나라에 도착한 오자서. 오나라를 도와서 끝내 초나라에 복수를 했다. 초나라에 대승을 거둔 뒤 초평왕의 무덤을 파내어 그의 미라에 채찍질을 했던 것이다. 오자서의 이야기는 이 책의 1/3이다. 그가 초나라를 떠나 오나라에서 숨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인상적이다. 오자서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활쏘기에 능하고 재상까지 지낸 오자서가 문무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나라에서 온 손무(孫武) 가 없었다면 초나라라는 강대국을 격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손무. 손자(孫子). 내용은 모르지만 제목만큼은 당연히 알고 있는 그 책의 편찬자. 바로 '손자병법'의 손자이다.



 page 231 제33장 적지의 흙으로 적진의 벽을 바른다 중에서

 

손자병법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에서의 손자는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끈다. 병법책을 편찬하고 오자서와 함께 오나라의 군대를 강하게 키웠고 오합려의 태손 부차를 교육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정쟁에 휘말릴 수 있었음에도 다행히 이 난세에서 무사히 살아남았다. 이 책에서 그는 정치적 야망도 없고 복수를 위해 칼을 갈지도 않고 재물을 탐하지도 않은 그저 뛰어난 병법가였다. 자신의 병법을 실험하기 위해 무의미한 전쟁도 하지 않았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공자님의 취직운동

- 이 책의 끝부분에 드디어 공자님이 등장하신다. 노나라 도성 곡부에서 태어난 공구(孔丘).

하지만 춘추전국시대에서의 활약이 미비해서 그런지 분량도 별로 없고 제자들을 거느리고 노나라, 제나라, 위나라 등을 돌며 '취직운동'을 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에피소드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교를 중시했던 조선의 영향으로 아직까지도 공자의 사상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만 정작 공자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자신의 사상을 펼칠 기회를 끝내 잡지 못한 듯하다.


6예 학원에서 뛰어난 제자들을 배출하고 '춘추'를 집필하였으나 관중이나 오자서처럼 자신의 뜻을 펼쳐 한 나라를 이끌어가지는 못했으니 탄식하며 세상을 떠난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책에서 설명한 대로라면 공자는 정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사상가로만 남은 것이 다행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가 정치노선으로 내세운 이상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었다.

>>> page 361 제41장 기(夔)는 하나면 족하다 중에서



 

제24-제42장으로 춘추전국지 2권이 끝이 났다.


 

춘추시대가 시작되고 각 제후국들이 패권을 손에 넣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였지만 패왕이 군림하던 시절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동맹국들에 대한 책임만 무겁고 별 이득이 없는 패왕의 자리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제는 법과 돈 그리고 사상의 시대로 변하고 있었다. 잔인한 시절이지만 자유로운 시절이기도 했다.


 

왕이 되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고 미인에 휘둘려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간신의 말에 충신을 죽이고 살아남기 위해 자식을 죽이고 그러한 죽임들에 대한 복수로 또다시 누군가를 죽였다. 음식 한 그릇의 원한으로 수백 명을 죽이고 누구든 단칼에 이유도 모른 채 죽었다. 죄 없는 백성들은 이 성에서 저 성으로 쫓겨 다니기 일쑤였고 시도 때도 없는 전쟁으로 수탈을 당했다.


난세에서는 무탈하게 살다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복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현대인이 바라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평범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죽는 것.


난세가 끝나면 태평성대가 오고 태평성대의 끝에는 언제나 난세가 오는 법.

지금 이 난세 속에서 잘 살아남는다면 태평성대를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이 바로 또 다른 의미의 춘추전국시대이다. 잔인하고 자유로운 시절이다.


우리들은 이 난세를 어떻게 지나가고 있을까. 우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우리에게 개자추, 오자서, 손자보다는 간신 비무극이나 모신 태재비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공자의 사상이 우리나라에 화려하게 그 꽃을 피웠는데 왜 우리는 강대국이 되지 못했을까.

 


난세. 2권에 나온 많은 인물들을 되짚어본다. 아직은 그들의 가르침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 각주와 지도 첨부가 있으면 좋겠다.

** 오탈자가 많다. 사소한 오타부터 단어 자체를 잘못 쓴 경우도 있어 보이고 문장이 매끄럽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 위의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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