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리드의 창 - 기하학 이야기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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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매우 어려운 도형

기하학은 아마 가장 이해하기 쉬운 수학중에 하나이다. 그냥 중학교 시절의 도형을 떠올리면 된다. 도형은 유클리드시절의 기하학이다. 그러나 중학생에게 도형을 가르치다 보면, 중학교 도형이 고교시절의 벡터나 수학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등학교에서는 좌표나 공식을 사용하여 간단히 증명하던 것들이 중학교에서는 논리로만 증명해야하기 때문이다.

직관과 수학의 경계에서

어쩌면 도형은 가장 직관적인 수학이다. 그냥 보면(?) 삼각형들이 합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왜 합동인가, 무엇이 합동인가 라고 파고 들면 간단치 않다. 유클리드는 몇가지 공리와 전제사항을 바탕으로 모든 기하학을 증명한다. 그것은 중학생에게 논리만으로 도형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과정일 것이다. 직관적인 인식을 추상적인 논리로 변환시키고 그로부터 다시 직관적인 인식결과를 증명해내다면, 직관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던 부분까지 알게 된다. 혹은 직관의 오류마저 바로 잡게 된다. 이렇게 유클리드의 기하학은 자리잡는다.

기하학의 발전 - 목적으로서의 수학

한 게으른(?) 수학자(데카르트)가 좌표를 도입한다. 좌표계로 환원된 도형은 이제 수식으로 표현된다. 가령 한점에서 일정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이 x*x + y*y =r*r 이라는 간단한 표현으로 바뀐다. 이제 도형은 수식이 된다(기하학과 대수학의 결합). 대수학으로 표현된 기하학은 이전보다 훨씬 다루기 쉬워진다. 왜냐하면 이제 기하학은 직관으로부터 확실히 분리되어 보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쉽다는 점은 수학자에게만 해당된다. 직관이 감추어진 수학은 일반인에게는 점점 거리감을 가져다 줄뿐이다.)

추상적인 수학이 직관보다 훨씬 유용하다는 사실로부터 수학은 '자체의 체계'를 정립하는데 더욱 힘을 기울인다. 그러다보니 어떤 특정한 체계에서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닌 경우가 발생한다. 가령 동그란 축구공에 삼각형을 그리면 심지어 내각의 합이 270도가 되기도한다. 수학자들은 이러한 이상한 공간을 '타원공간'이라고 이름지었다.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체계가 사실은 우리 일상생활을 감싸고 있음을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증명해낸다. 실제 우주공간은 '휘어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휘어진 공간이 실제 우리 우주를 더욱 잘 묘사한다고 한다.

유클리드의 창

우리는 창문너머로 세상을 본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인식범위는 오직 '창문'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막 수학의 역사는 창문에만 제한되었던 인류가 어떻게 창문밖의 넓은 진실을 알 수 있었던가에 대한 기록을 보여준다. 가령 동그란 농구공 위에 놓인 애벌레는 자신이 구면 위에 놓였는지 평면위에 놓였는지 알수가 없다. 그저 끊임없이 앞으로 이동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우주에 나가 지구를 쳐다보기도 전에 지구가 동그란 구임을 알았다. 이 책 유클리드의 창은 이러한 인류의 놀라운 인식의 과정이 어떻게 수학과 함께 발전했는지 보여준다. 기하학이라는 소재는 수학이라는 추상적 학문의 특성을 드러내주기에 가장 안성맞춤으로 선택된 재료인 것 같다.

나는 직업적인 이유로 기하학의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그 외 현대 과학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도 기하학에 대한 지식 없이 상대성 원리, 끈이론을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분들께 매우 훌륭한 입문서가 되리라 생각된다. 더불어 이 책을 읽는데 필요한 자격조건은 낙제점에 해당하지 않는 중고교 수학지식과 책에 쓰여진 유머를 이해할만한 여유, 그리고 과학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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