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부는 수염과 나 마음 잇는 아이 11
차영아 지음, 이나래 그림 / 마음이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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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치는 밤에 태어난 그대,

태양과 함께 여행을 떠나네.

이제 너의 비밀을 말해 줄게.

너는 말이야, 돌은 말이야, 별이란다.

(정말요? 난 놀랐어.)

반짝반짝 별은 가까이 보면 돌 돌 돌.

(세상에! 난 웃었어.)

『까부는 수염과 나』 p. 15

어쩐지 좀 잘생긴 네모난 돌덩이인 주인공 나.

만 년도 넘게 산에 달라붙어있다가 드디어 세상과 마주하게 되고 어디론가 옮겨집니다.

대성당에 도착한 후,

어떤 조각가가 나에게 구멍을 냅니다.

그 작은 구멍이 왠지 나는 마음에 듭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여러 명의 조각가들이

나를 조각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와도 조각을 못 할 거라면서

문제 덩어리 취급을 받게 됩니다.

사람들도 이제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고

나를 쓰레기처럼 생각합니다.

점점 쓰레기장이 되어가는 주변에서

한 생쥐를 만나게 됩니다.

태어나면, 그 다음엔 뭘 하는 거야?

『까부는 수염과 나』 p. 31

흔한 생쥐가 아니었습니다.

내 말을 알아듣고 오른쪽 귀 바로 옆에

생쥐 꼬리만 한 긴 수염 한 가닥이 서있는 생쥐였습니다.

"이제 '그거'할 시간이구나 하는 거야."

"그거가 뭔데?"

"그거?...... 그거는 자기가 정하는 거야. 자기 인생이니까."

『까부는 수염과 나』 p. 33

생쥐가 내 몸을 따라 쭈루루루룩 미끄러지며

나의 구멍 속에 쏙 들어가고

나는 따뜻함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생쥐의 이름은 '까부는 수염'.

돌덩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생쥐의 말에

나도 드디어 이름이 생깁니다.

'별'

그래서 나는 오늘 이름 두 개를 알게 됩니다.

내 친구의 이름과 나의 이름.

수다쟁이인 까부는 수염 덕분에

나는 이제 심심하지 않습니다.

보름달 파티도 하고 밤새 춤을 추기도 합니다.

돌덩이인 나는 천년만년 오래 사는 반면

생쥐인 까부는 수염은 삼 년을 살면

장수했다고 합니다.

삼 년하고도 이십칠 일을 산 까부는 수염은

이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잔치를 해달라고 합니다.

나는 돌덩이가 수천 개로 조각난 것처럼

우드득 쑤십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 주는

널 보는 게 좋았어.

너는 온몸이 귀인 것처럼

내 이야기를 들어 줘.

난 그때마다 느꼈어.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까부는 수염과 나』 p. 76

돌덩이인 별은 마치 심장이 있는 것처럼

아프기 시작합니다.

외롭고 혼자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목소리가 차갑게 들리는 담쟁이 씨앗이

담쟁이넝쿨이 되어 돌덩이를 감싸버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에 상처투성인 그 사람이 망치와 끌을

들고 나타나 담쟁이 줄기를 훅훅 쳐내고

'유명한 골칫덩어리'인 나를

쓰다듬고 조각하기 시작합니다.

커다란 궁전 앞에 서게 된

나를 보러 사람들이 뭉게뭉게 모여듭니다.

나는 미켈란젤로 덕분에

다비드상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미 이 돌 안에 있었어요.

힘이 넘치는 팔과 다리, 용감한 눈과 사려 깊은 귀, 따뜻한 심장까지

모두 다 이 돌 속에 있었죠.

난 그저 다비드가 아닌 것만을

깎아 냈을 뿐입니다.

『까부는 수염과 나』 p. 94




생쥐인 까부는 수염과 돌덩이인 별의 이야기.

둘의 우정이야기로만 표현하기에는

가슴 벅차고 울컥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돌덩이인 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순간 저희 아이들이 이 세상에

태어났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돌덩이지만 저 멀리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같다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자기 인생이니까 자기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더 이해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거든요.

어디까지나 본인들의 인생이니까요.ㅎㅎ

혼자 사는 인생이 아니다 보니

어떤 인연을 만나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며

자신의 '가치'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켈란젤로를 만나 그냥 돌덩이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상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저희 아이들도 같지 않을까요?

누군가에게는 돌처럼 보여도 반짝이는 별이라 얘기해 주면 아이들은

별이라 믿고 자랄 테니까요.

차영아_지음

이랬던 거예요. 동화의 첫 줄을 쓰자 바람이 불었어요. 기분 좋은 바람. 그래서 나는 얼른 일어나 춤을 췄어요. 막 내 맘대로, 후추루추추.

TV보다, 만화보다, 딸기빙수보다, 애인보다 동화를 쓰는 게 더 좋아요.

어린이 여러분 덕분에 저의 두 번째 동화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꼭 어린이 여러분에게 은혜 갚는 까치가 될 거예요. 어마어마 무진장 재밌는 이야기로.

오랫동안 SBS, EBS 방송 작가로 활동했고, 동화집 『쿵푸 아니고 똥푸』로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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