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 2000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이렇게 도발적이지 않더라도, 나는 충분히 부정적인 결혼관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야 물론 부모님을 봐오면서 느낀 약간의 혐오증과 안타까움이 발단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을 선택한 사람까지 매도할 생각은 없다. 그 사람들은 내가 아니므로.

여러 가지 자잘한 일들은 놔두고서, 큰 맥락만 생각하자면 이렇다. 분명 둘이서 한 지붕아래 산다는 것은, 내가 미처 예상치 못한 나의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 더군다나 나는 여성이므로. 그리고 그렇게 막대한 책임을 질 자신이 없다는 것. 선택했다가 이게 아니다 싶을 때 돌이키기가 너무 힘겨울 것 같다는 것. 이렇게 쓰고보니 아주 비겁해 보이기도 한다. 가지도 않은 길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가.

일견 저자도 이런 나의 의견과 유사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이것이 논픽션일지라도 저자가 기혼자라는 배경이라든지, 저자후기에 나오는 자신의 말을 읽어보면 '미친'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할 정도로 시니컬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보인다. 오히려 이런 면도 있는데 이래도 할테냐, 내지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지나친 환상을 버리라는 충고를 던지고 싶은 것 같다.

말미에 있는 저자후기에서 보여주듯, 저자는 '순수한 척 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족이라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모든 욕망의 근원지이자 집결지이며, 새로운 가족의 구성이란 첫출발부터가 성적욕망의 충족이지 않은가. 이것이 인간일진대 사람들은 이런 욕구를 '순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나는 이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또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불편함이나 손해를 알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또 자신은 그러지 않을거라 다짐하며 그 길을 간다. 나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의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 책임에 대한 자신감, 어려움을 대적할 용기를 가지게 된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누군가와 더불어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