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2 - 1994.11 - 1995.11
장정일 지음 / 미학사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남이 기록해둔 도서목록을 보는 것은 속쓰린 일이다. 독서를 위해 따로 떼어둔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없어진 듯한 아쉬움과 함께 그 동안의 텅빈 행적을 자책하며 분노한다.

그러나 비슷한 성향을 가진 누군가에게서 내 식욕을 채워줄 양만큼의 책 목록을 공급받는 것은 기쁜 일이다. 읽지 않아도 앞으로 채워나갈 나만의 목록을 상상하면서 뿌듯해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은 쇼핑과 같다. 그가 자신만의 기준으로 매겨둔 물건들의 등급을, 또다시 내가 검토해보며 쓰레기인가 알짜인가를 판단하여 읽고 싶은 것들을 낚아낸다. 가지진 않았지만 가진 듯한 허영을 충족시킨다는 면에서. <장정일의 독서일기2>를 읽는 것은 인터넷쇼핑센터에서 골라둔 물건을 내 바구니에 쌓아두는 것과 같은 기쁨을 선사한다.

이 책에 담긴 서평은 분명 독후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독서일기는 그야말로 일기, 장정일의 말마따나 '기껏해야 중얼거림에 지나지 않는 쾌락'이다. 장정일식으로 바라보기. 그의 글쓰기에서 내가 배울 것은 '자기식대로의 분석'이다. 좋고 싫음, 혹은 옳고 그름이 아닌 분석. 그것이 바로 내가 지금 닥치는대로 써나가야할 글의 방향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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