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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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포니아와 함께 떠나는 어디에도 없는 비밀의 강, 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비밀의 강!


이 세상에 어쩌면 당연한 것은 없다. 그저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여 배려하지 못하고 감사할 줄 모를 뿐! 그래서 사심 없이 나누는 것에는 더욱 인색한 것이 아닐까.


이는 마저리 키넌 롤링스가 글을 쓰고 딜런 부부의 일러스트로 되살아난 책 『비밀의 강 (The Secret River)』이 던져주는 메시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혜롭고 천사처럼 착한 주인공 칼포니아에게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이란 없는 듯 보였다. 아이여서, 천진난만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때론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이 어른들보다도 더 지혜롭고 착한 것 같다. 칼포니아도 마찬가지.


만약 칼포니아가 어른들처럼 별거 아닌 것에 걱정이 많았더라면,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았더라면, 희망을 잃고 그저 어쩔 수 없는 거라며 체념하였더라면.......알버타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대로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상을 살만큼 살아서 세상을 다 아는 것 마냥 행세하며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여느 어른들 같았다면 숲 속에 비밀의 강이 있다는 알버타 아주머니의 조언에 코웃음을 치며 거짓말 말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런 강이 어디에 있어요. 거짓말 마세요. 날 바보로 아시는군요?”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 그런 어른들의 마음이었다면......비밀의 강을 혹시나 해서 찾아 나섰다 하더라도 내가 만약 물고기라면 무엇을 물고 싶을까 라며 물고기의 입장에서 상상할 줄도 몰랐을 것이고, 부엉이 소리에도 그저 놀라 줄행랑을 쳤을지도 모른다. 곰이나 표범을 만났을 땐 더더욱 무서워 어쩔 줄을 몰랐을 테지. 하지만 칼포니아는 그러지 않았다.


칼포니아는 아주머니의 말을 따라 자신의 코끝으로 찾아 낸 숲 속의 강 앞에서 삼나무 밑동에게도 “네 무릎에 앉아서 강을 봐도 괜찮겠니?”라며 먼저 배려의 마음으로 양해를 구한다. 강에서 헤엄치며 즐겁게 잘 살고 있는 물고기들에게도 먹을 것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신의 마을을 도우려고 하니 잡아가도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낚시하는 것에 대해 물고기와 강에게 양해를 구한다. 그런 아이에게 마치 자연은 화답이라도 하듯 칼포니아의 낚시에 메기들이 줄줄이 낚여든다. 자연이 아낌없이 베푼 선물을 들고 가던 칼포니아 앞에 숲 속의 무서운 동물들이 나타나지만 칼포니아는 두려움 대신 그들 역시 배가 고픈 걸 거라고......그래서 무섭게 대하는 걸 것이라고 여겨 사랑의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메기를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누군가 널 겁주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 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33쪽)


라는 시까지 읊으면서.


무사히 마을로 돌아오게 된 칼포니아는 알버타 아주머니에게 비밀의 강에서 물고기를 잡게 된다면 나누어 주겠다던 약속대로 자신이 잡은 메기를 나누어 주고 집으로 돌아와 어려움에 처한 아버지의 생선 가게와 함께 마을을 구하게 된다. 훗날 칼포니아가 다시 비밀의 강을 찾고자 하지만 찾을 수가 없어 알버타 아주머니에게 찾아가서 물어 보는데.......사실 비밀의 강 따위는 없는 거라니! 어떻게 된 것일까? 비밀의 강이 없는 거라니......분명히 그곳에서 수많은 메기들을 잡아서 아주머니에게도 나눠줬고 어려움에 처한 마을도 살렸는데 말이다.



긍정적으로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 사랑으로 모두와 나누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 속에 행복이 있음을 아는 우리의 어린 시인 칼포니아와 그런 칼포니아가 찾아 낸 비밀의 강을 통해 로버트 풀검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를 통해 알려 준 "상상력은 지식보다 강하고, 신화는 역사보다도 강력하며, 꿈은 사실보다도 힘이 세고, 희망은 늘 경험을 이기며, 사랑은 죽음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오로지 엄마 아빠를 돕고 어려움에 처한 마을을 구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찾아냈던 비밀의 강. 행복한 칼포니아는 이제 눈을 감고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비밀의 강으로 간다.


비밀의 강은 내 마음속에 있네.

언제든 갈 수 있는 그 강.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은 모두 맞았지.

하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너울

강에는 옥빛 물살이 출렁출렁

강, 강, 비밀 속에 감춰진 내가 사랑하는 강. (44쪽)



여전히 아름다운, 그리고 고마운 비밀의 강으로.....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로 유명한 딜런 부부의 환상적인 일러스트로 인해 마저리 키넌 롤링스의 글을 따라 더욱 풍부하면서도 신비로운 상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책은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와는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딜런 부부의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정말이지 때론 어른들보다도 순수한 아이들이 더 지혜롭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쳐 주는 책이다. 그런 맑은 동심의 지혜로 대자연을 대할 때 자연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도와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란 없다는 것. 자연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해 배려하고 고마워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나누며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상력은 지식보다 강하고, 신화는 역사보다도 강력하며, 꿈은 사실보다도 힘이 세고, 희망은 늘 경험을 이기며, 사랑(나눔)은 죽음보다도 강하다는 것. 이 모두가 『비밀의 강 (The Secret River)』이 건네는 메시지다.



만약 열 살쯤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떻게 다가왔을까?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떤 메시지로 다가왔을까?

앞으로 세월이 흘러 흰머리가 더 많은 노인이 되어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준다면 또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그림책을 보는 것은 어른들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내 강아지 이름은 버기 호스.

당연히 버기 호스. (5쪽)


칼포니아가 처음 지었다는 이 시를 처음 마주했을 때 사심 없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내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또 ‘비밀의 강’의 ‘비밀’에 대해 가르쳐 준 칼포니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나도 비밀의 강으로 가련다. 어디에도 없는 비밀의 강, 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비밀의 강. 그래서 내 마음속에도 있는 아름다운 비밀의 강으로.

 


 


어디에도 없는, 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비밀의 강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지.

하지만 네 마음속에도

내 마음속에도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는 그 강은

그래서 비밀의 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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