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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2년 4월부터 1986년 2월까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을 쓴, 제목 그대로 '스크랩 북'이다. 하루키는 미국의 <에스콰이어>, <뉴요커>, <라이프>, <피플>, <뉴욕>, <롤링스톤>의 잡지와 <뉴욕타임즈> 일요판 신문에 나온 여러가지 이슈와 흥미거리를 하나씩 소개해준다.
(그 많은 잡지를 소유하고 - 물론 읽기엔 너무 버겁겠지만 - 읽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을까)
<호밀밭의 파수꾼>과 <소피의 선택>, 레이먼트 카버와 스티븐 킹, 스콧 피츠제랄드의 글과 이야기들. 아놀드 슈워제너거, 빌 머레이, 샘 셰퍼드의 영화인들에 관한 이야기.
뉴욕의 재즈클럽, 일본의 커피숍, 비치발리볼 등 누구나 알지만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이야기.
섹스와 헤르페스, ET 까지 다양한 잡문들이 200여 페이지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사실, 잘 알기도 하지만 잘 모르기도 한 80년대의 셀렙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흥미롭고 가십을 듣는듯한 호기심도 발동하여 책은 한번에 쭉 읽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벼운 농담 혹은 제스처도 이 책이 지닌 매력.
결국 부러웠던 건 미국의 그 많은 잡지들을 매번 받아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그만의 서평법.
어디까지나 일반론이지만, 공포소설 작가가 진지하게 공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거나, 유머소설 작가가 진지하게 유머란 무엇인가 생각하기 시작하면 만사가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p.112]
그럼 둘이서 곧잘 코카인을 한 건 아닌가요? 라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그는 "아뇨, 전혀. 우리한테는 코카인 살 돈이 없었는걸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는 닥치는 대로 술을 마셨어요. 어쨋든 공연을 하면 술은 실컷 마실 수 있거든요. 들어오는 대로 다 마셔제끼느라 코카인 생각할 때가 아니었죠. 그 시절에는 벨루시하고 롤링록 맥주를 엄청 땃죠."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