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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현대미술가들 A To Z
앤디 튜이 그림, 크리스토퍼 마스터스 글, 유안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한 때 미술을 전공하려고 생각할만큼 나는 미술에 관심이 많고 미술 작품을 좋아한다. 서울에서 전시회나 기획전을 연다하면 왕복 7~8시간을 버스를 타고 가는 나이니 내가 미술을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미술과 현대 미술가에 대해서는 나 자신 스스로 무지하다고 생각할만큼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반쪽짜리 사전처럼 나는 근대미술(2차 세계대전 이전의 미술)만 좋아하였고 근대미술의 정보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미술에 다가갈 무엇인가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였다.
이 책은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마르셀 뒤샹, 프리다 칼로, 바실리 칸딘스키, 로이 리히텐슈타인, 르네 마그리트, 앙리 마티스, 호안 미로, 피에트 몬드리안,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등 교과서에서 실릴만큼 유명한 현대 미술가들을 포함한 52명의 현대미술가들을 소개하고 그의 작품을 실어놓았다.(미술계에서 지속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라는 기준을 가지고 52명을 꼽았다고 하는데 중국인과 일본인은 있는데 한국인은 없어서 좀 아쉬웠다. 우리에게도 백남준이라는 비디오 아티스트의 거장이 있는데!) 또 화가들의 작품관을 이용하여 화가들의 초상화를 일러스트로 나타내었고, 그들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며, 그와 그들에 얽힌 야사(역사의 정사가 아닌 야사)와 같은 이야기도 실었다.
'루시안 프로이트'라는 화가는 독일 출신 영국의 아티스트인데 개성적인 인물화를 주로 그리며 작품 속 인물은 종종 경직된 자세를 취해 인물을 미화하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가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라는 점에서 한번 흥미로웠고 그가 좋아했던 레스토랑에서 주위 손님들이 자신의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할 때면 빵을 던졌다는 웃픈 이야기가 두번 흥미로웠다. 루시안 프로이트의 일러스트도 그의 화풍처럼 경직된 표정에 인물의 피부 색채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도 소마 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프리다칼로 전시회의 그 화가 '프리다 칼로'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인사가 된 것 같다. 내가 프리다 칼로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미술책이었는데 화살을 맞은 사슴 몸에 본인의 머리를 달아 놓은 희괴한 그림 <상처입은 사슴>이 기억난다.(사실 그 얼굴이 그녀라고 했을 때 일자로 이어진 눈썹도 참 특이하다고 생각하였다.) 그 그림의 의미가 궁금하여 도서관에서 그 그림에 대하여 찾아보았었다. 그 때는 프리다칼로가 척추 수술을 받고 결과가 안좋았던 해로 그녀의 엄청난 실망과 통증, 좌절감을 사슴에 투영하여 그렸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역시 18세 때 다리를 다쳐서 회복되지 못한 이야기와 그녀의 남편인 벽화 아티스트 디에고 리베라와의 이야기도 실어 놓았다. 리베라와의 이혼 후 <짧은 머리의 자화상>을 그렸고 멕시코 노래가사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면 그건 당신의 머리칼 때문이었지. 이제 당신의 머리칼은 사라졌고, 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를 적었다. 그러나 이혼한 지 일 년 후 그들은 재결합했다고 하고 리베라의 외도 상대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에 충격받아 본인도 외도를 했다고 하니 참 그녀의 인생이 기구하다고 생각하였다.
화가의 일러스트만 봐도 그 화가가 어떤 세계관과 화풍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책이 몇이나 될까? 또 현대미술가와 그의 작품을 이렇게 흥미롭게 소개할 수 있는 책이 몇이나 될까? 이 책은 현대미술이 그렇게 멀리있고 어렵고 난해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당신이 현대미술에 흥미가 생겼다면, 조금이라도 궁금하다면,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보기를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