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다면 미국에는 <#걸보스>라는 책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 청년들(특히 소녀들)이 많이 읽는 책이라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 청년 중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이 정도의 인기라니 내가 읽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이 책의 무엇이 소녀들을 사로 잡았을까.
책의 표지에 보이는 저 여자가 Nasty gal 창립자이자 1000억대 CEO인 소피아 아모루소이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한 때는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먹던 여자라니 믿겨지는가? 책은 총 11장 <1. 그래, #걸보스가 되고 싶다고?>, <2. 나는 어떻게 #걸보스가 되었나>, <3. 시시한 직업이 내 인생을 구하다>, <4. 좀도둑질이 (그리고 히치하이킹이) 내 인생을 구하다>, <5. 돈은 발밑보다 은행에 있을 때 더 예쁘다>, <6. 마법적인 사고의 힘>, <7. 나는 안티 패션이다>, <8. 채용, 회사 생활, 취업, 해고에 대하여>, <9. 당신의 사업 관리하기>, <10. 모든 것에 창의성을>, <11. 기회들>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장부터 저자는 자신의 말을 전부 다는 믿지 말라부터 당부하는데 어떻게 첫장을 이런식으로 시작하다니 참 파격적이다라고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하였다.
창업신화와 같은 책들을 읽다보면 나오지 않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정말 처참한 바닥생활까지 숨김없이 다 털어 놓는다. 어떻게 정신과 치료를 받고 다니며 학교를 중퇴한 여자가 게다가 쓰레기통을 뒤져먹으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훔친 물건을 팔아먹고 살던(심지어는 어떤 물건을 훔쳐달라는 부탁을 받을만큼의 좀도둑이었다고 한다.) 여자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40세 이하 경영인에 선정되었는지 이해가 갈만하다. 물론 어린이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을만큼 예쁜 외모를 소유하고 있지만 어찌 외모만 가지고 80%가 1년 반 안에 실패한다는 미국 시장에서 살아 남았을 수 있겠는가. 또 소피아는 어릴때부터 아르바이트란 아르바이트는 다 해봤을만큼 피고용자이기도 했고 현재는 고용자이니만큼 두가지 입장을 잘 기술하였다. 8장에서는 회사가 어떻게 채용을 하는지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는 게 좋을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을뿐만 아니라 회사생활, 고용자가 어떤 경우에 해고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써놓아서 좋았다.
자꾸 김난도 교수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이 책을 비교하게 되는 것 같은데 사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한참 베스트셀러를 달렸을무렵(2012년 정도일테지. 물론 이 책은 지금도 베스트셀러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기는 커녕 화가 났다. '이별'과 관련된 대목을 읽고 이게 위로하겠다는 건지 싸우자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고 내 진심이 왜곡되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을 읽자마자 책을 덮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굳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걸보스>를 비교하자면 전자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처럼 약간의 교훈을 주는 듯한 문체와 내용이고, 후자는 자신의 실패와 성공 일대기를 친구에게 말하듯이 써놓았다. 어떤 책이 더 우위라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은 전자는 안개깔린 잔잔한 호수처럼 동양적인 느낌이고 후자는 뜨거운 태양아래 하늘 높이 치솟는 분수처럼 서양적인 느낌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이 책이 더 좋았던 이유가 자기계발서에 흔히 존재하는 '성공을 하기 위해서 너는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규율같은 것이 없고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봤는데 이 중에서 네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도 괜찮아.'라는 선택을 할 수 있고 성공에는 절대불변의 진리는 없다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느끼기엔 이 책은 <시크릿>의 확장판이기도 한 것 같다.)
여자이고 엄마이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포기한다. 특히나 우리나라 여성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서 스스로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걸보스 소피아처럼 언제나 깨어있고, 언제나 살아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자. 그러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나를 #걸보스라고 부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