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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평점 :
'함께, 다시, 유럽'이라니. 그렇다는 말은 누군가와 함께, 유럽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갔다는 말이 아닌가! 나도 유럽연합이 생기기 전인 10대에 한 번, 20대에는 홀로 두 번째 유럽을 방문하였다. 두번의 여행이었지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유럽여행을 하고 싶어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산과 들, 숲과 바다 같은 자연과 어우러진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배경이 되는 수 많은 역사적인 유적지와 미술작품들, 그리고 자유분방하며 예술적인 분위기까지. 그러나 64일 동안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모나코, 스페인까지 여행을 혼자 하면서 느낀점이 하나 더 있는데 좋은 것도 혼자 즐기니 아쉬운 마음이 자연스레 들더라는 점이다. 누군가와 같이 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글쓰는 국문과 출신 여자와 사진찍는 사진학과 출신 남자가 같이 떠난 유럽 여행 에세이 겸 사진집이다. 사진집이라고 하면 저자들이 좋아하지 않으려나? 그러나 사진집이라고 하지 않기에는 사진의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고 무엇보다 감동을 준다.(정말 사진이 최고다!) 아무튼 두 사람은 결혼 후 414일동안 3대륙(중남미, 유럽, 북미) 21개국을 신혼여행으로 갔는데 그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가고 싶어하는 유럽 여행기를 먼저 풀어 놓는다. 게다가 이 두 사람 모두 10년 전 각자 첫 유럽여행을 떠난 이후(어쩌면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을지도) 두번째는 함께라니 그 의미가 더 클 것 같다.
총 20의 주제 안에 40개의 도시가 실려있다. 같은 도시에서 겪었던 일을 남녀의 입장에서 썼을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였다. 그러나 차라리 이 책처럼 서로 다른 도시를 썼기 때문에 독자들은 더 많은 나라를 간접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들은 베네치아, 비엔나, 바르셀로나 등 남들이 가는 곳도 물론 갔지만 베나길, 기닝고 성 등 남들이 찾지 않은 나만의 장소를 많이 찾아다녔던 것 같다. 사진 하나로 검색에 검색, 현지인에게 물어 그 장소까지 찾아갔을 때의 전율과 감동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특히 이탈리아 카프리 섬과 아말피 코스트는 나에게 잊지 못할 장소들인데 그 때의 그 기분을 글과 사진으로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카프리섬은 코발트색 바다와 대비되는 햇빛을 받아 한없이 하얗고 반짝이는 해변 사진을 넣었다면 더욱더 좋았겠지만) 내가 지인들에게 이탈리아 남부인 카프리와 아말피를 가라고 수없이 말해도 여러가지 제약으로 갈 수 없다는 그들을 이 사진 한장으로 설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만큼!
'여행은 각자 다르게 기억된다.' 맞는 말이다. 스무 개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나와 함께 하였던 수많은 동행인들이 모두 그 여행을 나와 같게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저자처럼 다시 한 번, 햇빛이 찬란한 유럽을, 당신과 함께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