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 여행 후에 오는 것들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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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좋아하고 즐기는 나에게 여행 에세이란 다른 어떤 종류의 책보다 공감할 수 있고 술술 읽을 수 있는 장르이다. 유독 여행을 가면 생각에 많이 잠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이동 시간이 길어서일 수도 있고 혹은 둘 다 일수도 있다. 생각의 한계와 장르는 없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사랑과 돌이켜 보는 내 인생 이야기가 주를 이루나, 부모님과 형제,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생각한다. 돌이켜보건데 어쩌면 생각을 하기 위해서, 마음 정리를 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여행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이 책을 어떻게 정의해야할까. 다른 여행에세이와 다르다.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 여행지에서 저자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가 주를 이룬다. 여행지에서의 어떤 것을 보고 그것에 대한 생각보다,저자 혹은 우리의 내면에도 분명히 있을법한 것들을 꺼내 놓는다. 친구와의 섭섭함을 풀지 않고 갔던 시애틀에서 다른 친구로부터 그 친구의 위독함을 전해 듣고 제일 빠른 비행편으로 돌아옴으로 정작 시애틀에서의 일상이 빠진 이야기가 어느 여행책에 실리겠는가. 독자는 시애틀이란 여행지의 매력을 알 수 없게 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때 경험한 일들과 생각들이 이 모든 것을 개의치 않게 할것이다. 친한 친구는 말 없이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이가 아니라 어떤 말이라도 쉽게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사이라니! 왜 나는 그 생각을 못했을까. 여행을 자주 떠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만나면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될 줄 알았지만, 정작 내 곁의 소중한 것들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세상의 무엇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작가는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당신에게 말하듯 하나씩 꺼내놓는다. 그것도 마치 내가 자신에게 매우 소중한 당신이란듯.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것이다. 여행 후의 허무함을. 저자처럼 나도 여행 후의 일들에 대해서는 묵언하였다. 그동안은 단지 '여행이 끝났다.' 혹은 '더 즐겁게 보내지 못했다.'라는 아쉬움 때문이라 생각했건만, 저자 덕분에 여행 후의 허무함이란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처음 생각할 수 있었다. 여행의 좋은 것을 생활로 가져와 그 경계를 허문다면 사실 허무할 것도 없지 않은가. 또 우리는 오래도록 여행하듯 살 수 있지 않을까.

 

  감정도 담지 않은 듯 담담한 저자의 문체가 건조하지 않고 오히려 감동적인 것은 무엇때문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어디든, 지금 당장, 여행을 가고 싶다.'였고 두번째로 많이 드는 생각은 '다음 여행은 혼자가 아닌 둘이 가자.'였다. 저자처럼은 아니지만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이 대화하고, 같이 생각하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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