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 - 인생을 바꾸는 아주 작은 차이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다. 험난한 산을 등반한 등산가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산을 오르는 동안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한 건 무엇입니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제 신발 속의 작은 돌멩이였습니다." 험난한 산자락도, 무서운 날씨도 아닌 작은 돌멩이였다. <사소한 것들>은 신발 속의 돌멩이 같은 이야기가 있다.

1등과 2등 차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는 것. 수영 선수 마이크 펠프스가 0.01초 차이로 1등이 된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의 팔이 남들보다 길기도 하지만 어쩜 한 차례 더 왕복했던 수영 연습이나, 좀 더 달게 가진 5분의 휴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자가 낚시에 미쳐있던 스무 살 청년 시절 친구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해안에서 160킬로미터 정도만 나가면 물 반 참치 반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떠났으나 규모가 큰 시추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연료까지 떨어졌고, 공포에 떤 채로 오렌지색 구명조끼는 착용한 상태를 밤을 맞이한다. 새벽이 되어 육지 가까이 떠밀려 온 덕분에 구조가 되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배에 장착된 자동항법장치가 딱 2도의 오류가 났기 때문이다. 360도 중에 2도는 정말 작은 부분이다. 그 사소한 것이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참치들을 살렸다.

작가가 들려주는 열다섯 개의 이야기 중에 가장 와닿은 건 포기에 관한 것이다. 6학년 때 그는 학교 미식축구팀에서 경기하면서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절대로 그만둘 수 없고 울면 울수록 두통만 심해질 것이라고 충고했을 뿐이다. 울고, 구토하고, 피를 흘리고, 아양을 떨고, 기절하고, 도망치겠다고 위협을 해도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열여덟 살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진심을 듣게 된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미식축구팀 활동을 하다가 도중에 포기하는 것을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지. 사소한 일이야. 네가 평생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로만 산다면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그렇지만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니거든. 그리고 또 너는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될 것 아니냐.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 그 순간에는 비록 사소할지 모르지만, 그게 그런 행위를 통상적이고 정상인 것처럼 바라보게 하는 어떤 기준을 네게 심어주고 또 너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간단 말이다."  (p.101)


그의 아버지는 하나하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많은 나무들 중에 다람쥐가 겨울을 나기 위해 도토리를 숨겨뒀다가 못 찾거나, 깜빡해서 못 먹은 도토리들이 나무가 된다. 내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내게 어떻게 다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포기하거나 놓친 것들이 참 많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아쉽지 않았다. 놓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까. 퍼즐을 다 맞추기 전까지는 잃어버린 조각은 알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를 읽고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고 한 번뿐인 내 인생 대차게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라'라는 작가가 나에게 소중한 내 삶을 걸작을 만드는 마음으로 섬세하게 살아라고 조언한다. 요런 반대적인 입장을 가진 책들은 언제나 나를 신나게 만든다. 상상 속에서 두 작가를 불러놓고 토론배틀을 시켜보곤 한다. 나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며 인생을 살아갈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지 않는 것에 목숨을 거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그건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걸 알기 위해 오늘도 책 속의 길을 찾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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