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돌아눕는 상상만으로도 서운해집니다 - 작은 몸짓 하나에도 헛헛해지는 마음에 대하여
오휘명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목이 특이하다. 돌아눕는 상상만으로도 서운해진다니... 사랑에 빠진 연인이 한 침대에 누워 얼굴을 마주 보며 씽긋 웃는 상상을 해본다. 장난으로 한쪽이 돌아눕자 남은 쪽은 입을 삐죽거리며 서운해한다. 난 꺽정씨에게 늘 돌아눕기를 청했다. 그를 뒤에서 안은 채 양날개 뼈 사이 오목한 곳에 코를 박고 그의 몸 내음을 맡곤 했다. 이상하게 거기에 얼굴을 가만히 대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방전된 새색시는 그렇게 매일 밤 나만의 충전기에 충전을 했다. 지금은? 젠더가 고장 난 모양이다. ㅋㅋㅋㅋ (이젠 뭘 해도 피곤해.)

구구절절한 사랑에 관한 에세이일 줄 알았다. 에세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어디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은 사랑 에세이 중에 하나가 아닐까 잠시 의심도 했었다. 책을 펼쳤을 때 여백이 주는 생각과 공감들로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 거실에 나와 조용히 읽고 싶은 글이었다. 부산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홀로 남은 순간 외로움을 곁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갈 때마다 에세이가 더 좋아진다. 어렸을 때는 에세이를 왜 읽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릿속에 지식을 넣었다는 뿌듯함이 있는 것도 아닌 소소하다 못해 평범한 글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제서야 에세이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이야기나 지식이 가득한 건 아니지만 다른 글에선 얻기 힘든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곤 한다. 작가는 삶의 순간순간을 어떻게 이렇게 담백하게 기록할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하다가 글로 써보고 싶다고 마음먹는 순간 내 생각들은 되감기 버튼을 누른 솜사탕처럼 이리저리로 사라지는데 말이다. 허공에 휘날려진 내 생각들을 둘둘 감아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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