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애장판 1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기생수는 인간이 환경에 유해한 존재라는 가정 하에 인간의 천적으로 나타나게 된 가상적인 생물에 대한 만화이다. 이 생물은 성장이 완료되기 이전 인간의 몸에 침투하여 인간의 뇌를 점유한 후 머리부분에 거주하며 점유한 인간의 몸을 이용해서 살아간다. 물론 숙주가 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기생생물에 의하여 통제되는 몸뚱이일 뿐이다. 자기의 생명부지를 위하여, 이 생물은 숙주가 된 인간의 몸을 돌보는 한편, 다른 인간을 먹어야만 한다. 인간의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갖추었으나, 인정 사랑 동정 연민 등의 소프트한 감정은 갖지 않은 이 생물은 자신의 생명 보존을 위하여 다른 인간은 물론이고, 자신의 생명유지를 위협하는 다른 기생생물을 죽이고 먹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이러한 생물 중 일부는 뇌에 침입하는 데 실패하여 다른 신체일부에서 성장이 완료되고 만다. 그 중 하나가 주인공 신이찌의 오른팔에 기생하게 된 '오른쪽이'이다. 오른쪽이는 자신의 생명보존을 위해 신이찌와 원치 않는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신이찌는 오른팔을 잃지 않기 위하여, 후에는 다른 기생생물로부터 스스로와 주변인을 지키기 위해서 오른쪽이와 협력관계에 들어가게 된다. 즉 오른쪽이는 신이찌와 공생관계에 들어간다. 이 오른쪽이와 신이찌와의 대화에서 우리는 무엇이 인간을 다른 생물과 구분시키는가에 대한 작가 나름의 성찰을 엿보게 된다.

이 기생생물의 재미있는 점은 침투한 숙주의 뇌에 따라서 개성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고등학교 여교사의 몸을 장악한 한 기생생물은 무차별한 살인과 식육보다 더 효과적이고 드러나지 않는, 그래서 스스로의 생존이 더욱 보장되는, 보다 지능적이고 정치적인 방법을 추구하게 된다. 이 여교사 기생생물과 우리 신이찌/오른쪽이 간의 싸움이 앞으로의 스토리의 주된 소재가 될 것 같다.

이 만화는 재미를 주기 위하여 그려진, 또는 잠깐 머물다 사라질 감동으로 끝나는 많은 만화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발한 착상의 스토리와 심사숙고한 스토리의 전개는 그림의 조야함을 잊게 하고 남음이 있다. 놀랍게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 만화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한 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첨가하자면... 어느 생물이나 자신이 거주한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생태계에서 최고위치를 차지한 생물은, 그 생태계에 그런 위치를 차지하지 않은 생물에 비하여, 보다 더 크고 심각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인간은 이런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생태계는 어떠한 변화를 거치더라도 유유히 존재할 것이고, 그 변화된 생태계에서 주인이 될 생물은 언제든 있을 것이다. 인간이 환경을 염려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는 자신이 망친 환경이 자신을 멸종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천적으로 등장한 기생수와 그의 종족이 반드시 인간의 적은 아닐 것이다.

작가가 진짜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인간과 환경을 보았다면, 인간이 하는 짓들은 결국 자기파괴의 과정일 뿐 환경을 파괴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은 환경의 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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