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미국사 - 500년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읽는다! 하룻밤 시리즈
손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제일 먼저 읽은 책이다. 동아시아사나 유럽사가 아닌 미국사를 첫 번째로 고른 계기는 역사가 짧아 만만해 보였기 때문에. 하지만 막상 보니 역사가 긴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양이 많았던 건 함정, 넓은 땅덩어리(동시대에 여러 지역에서 여러 사건이 터짐)가 연표의 폭을 넓혔고, 역사적 사건은 건국 초반과 후반에 자주 일어난다는 점에 비추어, 이제 성장하고 있는 젊은 국가라는 사실도 방대한 분량에 한 몫 했다. 때문에 미국사의 AtoZ를 알기엔 페이지 수(500p가량)가 아쉽지만, 제목 그대로 초심자가 하룻밤에 읽기에는 제격.


흥미 있었던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남북전쟁. 나는 여태까지 링컨이 노예시장의 가여운 어린 흑인을 보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노예해방운동을 펼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상은 북부와 남부의 경제, 정치적 이권다툼이었는데도. 만약 남부가 노예 제도 없는 자작농 사회, 북부가 노예를 착취하는 공업 사회였다면 (물론 당시에 공업보다 농업이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했으므로 가능성이 없는 가정이다) 노예제도는 더 오래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렇다. 사형, 낙태, 안락사, 동성애자 결혼 등의 문제로 패를 나눠 싸우고는 있지만 사실 그들은 당사자들의 인권 따위 어찌되든 상관 없이, 그저 더 많은 지지를 얻어 세력을 키우고 싶어할 뿐이다.

 

매카시즘 이야기에서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오버랩 되었다. 도시를 통제하는 자들이 없어진 아비규환 상태에서 어떤 정신병자가 시민들의 대표가 된다. 그가 무고한 사람을 유죄 판결해도 멀쩡한 정상인들이 그에 동조하고 형벌을 내린다. 해결책을 모르는 단체 공황 상태에서는 그렇게 해야 조금이나마 안정이 되니까. 매카시즘이 일어난 이유도 그랬을 것이다. 누군가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공산당이라는 이름의 공포 현상에, 정상인들조차 정신병자처럼 판결을 했던것. 조금이라도 공포심을 유발하는 소재가 있으면 그것을 과장하여 전국민의 정신을 마비시키고는 때맞춰 자신에게 이득되는 행동을 취한다. 무서운건 지금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남의 나라 역사 공부는 국사만큼 의욕이 돋지 않아 지루해지기 쉽다. 그럼에도 미국사가 재미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와의 접점이 생각보다 많아서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한미일관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이 그 예다. 대공황과 오일쇼크도 결국엔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고, 지금은 북한 문제가 그러하다. 이쯤 되면 미국사를 공부해 볼 마음이 들지 않는가! 2011년 개정판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까지 다루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개정판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링컨 대통령은 1863년 1월 1일을 기해 남부 지역의 모든 노예를 해방시킨다는 `노예 해방령(Emanacipation Proclamation)`을 선포해 노예 해방의 아버지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링컨의 노예 해방은 인도주의적 차원의 노예제 폐지론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당시 중립을 지키고 있던 영국을 북부 연방 쪽으로 기울게 하려는 외교적 목적과 노예제에 기반을 둔 남부의 경제적 토대를 무너뜨리려는 전략적 목적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스페인 전쟁의 결과 미국이 필리핀을 소유하게 된 것은 결국 미국이 아시아의 정치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 루스벨트는 포츠머스 평화 회담에 앞서 육군 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를 보내 일본과 비밀리에 태프트-카츠라 밀약을 맺도록 했다. 그 내용은 미국이 당시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주도권을 인정하되 일본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일본은 한국의 국권 침탈을 위한 길을 마련했던 것이다.

과거 미국은 여러 인종과 문화가 하나로 용해되어 하나의 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인종의 용광로(melting-pot)`이라는 말을 들어왔으나, 이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인 것 같아도 속을 들여다보면 각자 고유한 인종적 또는 민족적 특색을 지닌 채 살아간다는 의미로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고 불리고 있다. 나아가 미국 사회와 문화가 한층 다원화되면서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대두해 동일 소수 민족끼리 미국 문화에 동화되지 않고 독자적인 사회를 구축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