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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평점 :
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조개는 조개 살에 고통을 주는 이물질이 파고 들 때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 체액을 짜내 이물질을
쌓아가며 진주를 만듭니다. 즉 영롱한 빛의 진주는 고통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성장해가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어느 관계에 있든지 간에 우리는 서로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소통을 통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 과정 속에서 더러는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상처를 통해 반성과 통찰의 과정을 겪으며 아픔에 대한 용서와 치유의 단계를 밟아갑니다. 그것은 모든 관계에
해당됩니다. 부모 자식간에도, 친구간에도, 직장동료간에도 말이죠. 그러한 과정을 실감나게 그린 소설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진주를 품은
여자, 은주>입니다.
권비영 작가는 <덕혜옹주>를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덕혜옹주>를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잔잔한 그 분위기 속에 묵묵히 느껴지던 그 아픔.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애잔해집니다. 이번엔
<진주를 품은 여자, 은주>입니다. 국적과 인종을 떠난 가족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스며듭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맺고 있는
관계 속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내놓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단지 픽션에 머무는 것이 아닐 겁니다. 내 곁의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혹은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통과 이해, 반성과 통찰, 아픔과 치유를 절묘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처음 받아들었을 때보다 기대 이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맺고 있는 관계망 안의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서
말이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