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AYA | 2014.03.30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도심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는 거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채로운 색깔로 이루어진 간판들과 사무실의 불빛들 그리고 그것들이 존재하는 높은 건물과 잔잔한 음악이 아닌 휴대전화 소리, 자동차 소리 등으로 가득한 소음과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로 언제나 끊이지 않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는 공간 속에서 일을 사랑하기도 하는 사람들과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일을 구하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각자 시간의 속도를 달리하며 빠르게 빠르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의 여유 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말이죠.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간이 흐르는 거리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무언가를 하며,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반복해서 보고 있습니다. 아마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소소한 우선 멈춤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휴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만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아키코는 참 잔잔하다 생각했습니다.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담담하게 그리고 조금은 여유롭게 소박한 즐거움과 소박한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 마음이. 참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잔잔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아키코의 이야기를 읽어내릴 수 있어서 저는 그 소소한 부러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의 죽음으로 차리게 된 가게. 단촐한 메뉴. 직원 한 명과 고양이 한 마리. 어쩐지 눈 앞에 아른 거리는 그 느낌은 따스한 봄날의 느낌이었습니다. 책 한권 들고 포근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가 덥지도 싸늘하지도 않게 따뜻하게 부서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을 때의 그 기분 좋음과 여유로움. 나도 그런 소박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만 타로가 죽을 때의 마음은 참 안쓰러웠습니다. 그래도 곁에 있는 느낌이란. 초반부의 상실에 대한 담담함, 후반부의 상실에 대한 슬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아키코가 잔잔하게 제게 걸어온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요코 홀릭,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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