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 :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런어웨이 -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곰 / 2013년 12월

런어웨이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현존하는 최고의 단편작가”라는 타이틀을 받은 작가 앨리스 먼로의 단편 소설집인 ‘런어웨이’.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처음 접한 작품입니다.

  ‘디어라이프’ 외에 그 전 작품들을 참 많이 추천해주셨었는데, 기회가 닿아 이 ‘런어웨이’를 가장 먼저 접하게 되었네요. 정말 두근거렸습니다. 손 안에 들어왔을 때 그 두근거림이란, 이로 말할 수 없었지요. 그런데 어쩐지 열어보기가 두려웠습니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더군요. 그러기를 며칠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 구정을 기점으로 회사 일로 갑자기 정신 없이 바빠진 이유도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거들긴 했습니다. – 사실 내용이야 어떻든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이었기에 선정한 탓도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타이틀 ‘런어웨이’와 함께 적혀 있습니다.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이라고 말이죠. 이 문구는 타이틀보다 강렬했습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저는 제가 최고로 집중할 수 있는 때에 페이지를 넘기고 싶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러나 계속 덮어둘 수만은 없어서 결국 열었습니다. 아주 긴장된 순간이었답니다.

  우리는 누구나 지금 이 순간을 도피하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회사로부터, 챗바퀴 돌 듯 돌아가는 일상에서, 갑갑한 내 현실로부터, 혹은 주변사람으로부터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좀처럼 잘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탈에 관한 상상을 합니다. 지금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그런 상상 같은 것 말이죠. – 아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앨리스 먼로는 여성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작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앨리스 먼로는 단편 소설집 ‘런어웨이’를 통해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런어웨이>, <우연>, <머지않아>, <침묵>, <열정>, <허물>, <반전>, <힘> 이렇게 총 8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런어웨이’는 – 이 중 <우연>, <머지않아>, <침묵>은 연작입니다. -  우리에게 일어날만한 일들에 대해 매우 날카롭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타이틀 작품인 <런어웨이>는 칼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남편 클라크와 아내 칼라 그리고 죽은 시인의 아내 실비아가 등장합니다. 일상으로부터 정확히는 남편으로부터 탈출하여 살아가고 싶은 아내 칼라. 그리고 그 자유를 도와주고 싶은 실비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를 찾아 떠난 칼라는 갑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민 자유에게 선뜻 자신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죠. 아마 우리가 익숙하지 못한 것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마 저였어도 그러지 않을까요.

  그 외 작품들도 참 날카롭고, 반전들이 가득하고,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듭니다. 그렇기에 읽을 때는 반드시 집중을 요합니다. 상당히 무게감이 있거든요. 저는 꽤 책장을 넘기는 게 힘들었어요. 요즘 책장을 넘기는게 좀 힘들어서 인지도 모르곘습니다. 이번에 제가 좀 급하게 읽은 감도 없지 않으나, 조금은 차분하게 조용한 카페에서 만나고 싶은 책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