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 천황을 맨발로 걸어간 자
김용상 지음 / 고즈넉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도전

 

 

  삼봉 정도전. 현재 KBS드라마로 재조명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 덕에 저도 다시 한 번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접한 것은 어릴 적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이었습니다. 가히 뛰어난 군사였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시들해졌을 때, 뿌리깊은나무에서 민본사상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도전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게 되었죠.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뛰어난 책략가이자, 그의 고집스러움까지 말이죠. 게다가 맹자의 민본사상을 바탕으로 한 것은 정당성으로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째서인지 언제나 포은 정몽주의 편이곤 했습니다. 제가 보수적인 것인지, 아니면 어릴 적에 삼봉 정도전보다 포은 정몽주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두 인물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목은 이색을 같은 스승으로 두고 있었고, 두 인물이 동심우로 오랜 지기였지요. 포은 정몽주는 삼봉 정도전을 매우 아꼈습니다. 하지만 뜻을 달리한 점은 아직도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만약 포은 정몽주가 삼봉 정도전과 뜻을 함께했다면, 우리의 조선은 어떻게 빛났을 지 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훗날 태조 이방원이 지시하여 선지교(현재 선죽교)에서의 정몽주의 죽음을 이성계 역시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기 때문이겠지요.

 

  "지금 내가서둘러 꼭 읽어야 할 책은 무엇인가?"
  "제왕의 도리를 알시고 싶으시면 『대학연의(大學衍義』가 좋겠고, 그 다음엔 『맹자』를 읽으시면 어떨까 합니다."

 

  정도전이 읽고 있는 책은 『맹자』였다. 을묘년에 회진으로 귀양을 갔을 때 정몽주가 보내주었던 바로 그 책. 도전은 귀양지에서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냥 읽기만 한 게 아니다. 생각하면서 읽고, 읽으면서도 생각했다. 그런 책인데 어떻게 버릴 수 있겠는가. 자신이 죽을 땐 그 책을 관에 함께 넣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아직 아무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맹자』는 자신에게 역성혁명을 꿈꾸게 해준 토양이자 씨앗이며 물과 햇볕이었다. 『맹자』를 통해 군주의 권력과 권위의 원천인 천명은 민심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다면 민심이 떠난 왕조나 군왕은 천명을 잃은 것이니 역성혁명을 통해 모든 사람이 보는 곳, 모든 이가 가리키는 곳을 찾아 바꾸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굳혔다.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탕 임금이 걸을 쫒아내고 무왕이 주를 정벌했다는 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맹자가 그렇다고 답하자 선왕이 다시 물었다. “신하된 자가 자기 임금을 살해해도 괜찮은 겁니까?” 맹자는 이렇게 답했다. “인(仁)을 해치는 자를 흉포하다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학하다 하는 데, 흉포하고 잔학한 인간은 한 평민에 지나지 않기에, 한 평민인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살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맹자] ‘양혜왕’하) 
  
  맹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맹자는 역성혁명의 기본이 되는 사상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민본사상을 이야기하면서 역성혁명의 당위성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불안하고 불의한 군주는 민심을 잃게 되는데, 민심이야말로 하늘이 맡긴 사명이자 소임, 즉 천명의 소재지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민심을 잃어 천명이 떠나간 군주는 더 이상 군주가 아니라 한 사람의 평민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천명이 떠나버린 군주를 몰아내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 여기에서 맹자의 민본사상과 혁명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맹자는 ‘백성이 귀중하고 사직(社稷)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대단치 않다’고 말함으로써 민본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정도전은 생각합니다. 더 이상 고려에 희망은 없다. 새로운 이씨 왕조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민본사상을 강조하고 왕권강화보다 재상제를 추천합니다.


  포은 정몽주와 삼봉 정도전. 뛰어난 이 두 인물. 기존 왕조를 지키려는 자와 새로운 왕조를 창시하려는 자.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저는 어떤 선택을 했을 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지금 '기존 왕조를 지키려는 자'인 포은 정몽주가 아닌 '새로운 왕조를 창시하려는 자'인 삼봉 정도전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는 점.  현 시대에 다시 정도전이 언급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