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들 -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56일간의 기록
장미정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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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날들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56일간의 기록
빈 화면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문장으로 시작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탄식이 나오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으로 마음을 쓸어 내리기도 하다가 씁쓸함 속에서 마지막에는 방긋 웃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응어리진 상처가 치유가 되긴 할까요. 나는 영화의 예고편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지요. 반드시 영화를 보려고 했으나, 시간대가 맞지 않았단 이유로 결국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읽고 나니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음이 다시 많이 아프겠지만요.

  

 

 

  그녀는 평범한 남편과 평범한 딸과 함께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그런 그녀의 가정을 세상은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더군요. 착하디 착한 남편이 동생에게 돈을 빌려주고 보증까지 섰다가 일이 잘못되자, 가정이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금광에서 캔 원석을 운반하는 일로 수수료를 무려 사백만 원이나 준다는 것은 길가로 내동댕이쳐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연히 혹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의심을 했어야지! 라고 속으로 버럭- 소리를 질러보지만, 저였어도 그 말 그대로를 믿고 싶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상황이 사람의 눈을 가리게 만드니까요.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운반한 트렁크 하나가 단란한 세 식구의 인생을 송두리째 휘저어놓습니다. 금광 원석으로 가득 차있는 줄 알았던 트렁크 가방 안에는 17KG에 달하는 코카인이 들어있었습니다. 마약 소지 및 운반 현행범으로 곧장 체포되어 그녀는 파리 프렌 구치소를 거쳐 마르티니크의 뒤코스 교도소에서 형을 살게 됩니다.

 

  통역사와의 대화에서는 같은 한국인끼리임에도 더 처참합니다. 그녀의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라고 울컥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저는 그녀의 상황을 알기 때문에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도 없이 오롯이 혼자였습니다. 그녀는 그녀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일까요.

 

  거기서 그저 그렇게 형을 살고 나온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만약 그저 그렇게 마약 현행범으로 붙잡혀 형을 살다가 나왔다면 이 소재가 그다지 독특하지도 않았을 테고, 감동적일리도 충격적이지도 않았을 테지요. 그렇다면 영화화도, 이렇게 글로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대한민국이 주권을 가진 국민을 버린 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서류 하나만 도착하면 될 것이었는데, 한국대사관에서는 프랑스 법원에서 요청한 재판 서류를 전달하지 않아서 그녀는 악몽 같은, 잊혀지지 않을 나날들을 보내야 했던 것입니다. 방송도 못나가게 막았고, 대한민국의 국민을 버렸던 대한민국. 과연 민주주의가 맞는 건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정말 주권행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냄비근성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이긴 해도, 그녀를 돕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지금은 같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녀는 그녀에게 등돌린 국가에 대해 소리내지 않고 침묵했습니다. 그것은 아마 그녀를 도와준 사람들을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전 개인적으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만큼 국가에게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습니다. – 정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미 극장에서 내렸기에 DVD가 나오면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한없이 먹먹해지긴 하겠지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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