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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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동화를 참 많이 읽습니다. 어쩌면 거기서부터 우리의 인생에 대한 지혜는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동화가 늘 꿈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어린이 시절의 교육은 중요하기 때문에 교훈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으면 좋지요. 동화를 공부하게 되면 어린이에 대해 먼저 공부하게 됩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동화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연령에 따른 동화가 존재합니다. 결국 어린이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대개 어린이는 4,5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이를 말합니다. 그 당시에 순수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호기심이 많이 동하는 나이입니다. 그런 나이에 동화는 호기심과 감성, 창의성, 가치관까지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그에 따라 동화의 소재는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 동화를 어른이 되서 다시 읽는다는 것은 참 신선합니다. 한 권의 책을 초등학생 때,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에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읽는 시각이 달라지듯이 어른이 된 제게 동화는 어릴 때와는 조금 다르더군요. 게다가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읽으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강아지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렸어요.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강아지똥은 온 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속으로 스며들어 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강아지똥』,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저자는 책 판매를 시작한 지인 A씨의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누구나 초라한 조건 앞에 좌절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타인의 좌절을 공감하는 법을, 작은 선택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크고 요란한 선택 앞에서 주눅드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말을 읽을 적이 있습니다. 꿈은 가장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라는 거였죠. 하지만 우리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쩐지 꿈이 너무 멀어 보이기만 하니까요. 하지만 절대 소소한 선택을, 그 작은 희망을 버리면 안 됩니다. 저자는 진정한 시작은 자신이 작음을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참 장황하게 꿈을 꾸던 때가 있었지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때였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의 벽은 너무 험난하더군요. 어느 정도 타협을 하고 살다 보니 어느 샌가 저는 적당한 타협의 울타리 안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 꿈에 대해 조금 생각하게 되더군요. 과연 이게 옳은 것인가. 내 선택이 이것을 위한 것이었나.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제 생계를 전부 내팽개치기엔 현실은 너무 잔혹하니까요. 다른 사람의 선택이 제게는 작아 보일 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매우 큰 시작일 수 있습니다.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풀빛

 

 

  이 책에서 말하는 ‘노동’과 ‘지성’은 평등한 친구이다. 높고 낮음 없이 서로 마주보며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주는 친구. 두 친구가 생활 속에 고르게 존재할 때 우리는 보다 풍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주말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벽돌공이나,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돌보는 연구원처럼. 

 

  우리는 하나에 치우쳐 살기 쉽습니다. 한동안 저도 그랬어요.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때는 일이 제게 전부인 것 같았어요. 뭐, 매우 사적인 이유도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이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지요. 어떻게 해야 할까. 일과 꿈을 같이 꾸기로 했습니다. 일도 하고, 여가도 즐기고, 꿈도 꾸고 하면서 생활 패턴을 바꾸는 거였죠. 사실 쉽진 않아요. 하지만 균형은 정말 중요한 거에요. 그리고 제가 긍지를 가지고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하죠. 인생은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으니까요.

 

  동화는 참 즐겁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이정표 같은 이야기들이 가는 곳마다 숨어있어요. 어릴 때에는 그 이야기들을 그저 이야기들로 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서 다시 만난 동화들은 참 많은 지혜들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아동문학 작가님들이 존경스럽네요. 저자와 함께 떠난 동화여행에서 만난 이야기들은 참 즐거웠습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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