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사형집행인의 딸

   

  사형 집행인의 딸. 2013년 추리소설 부문 최대의 화제작이라는 타이틀과 아마존 크로싱최초 밀리언셀러라고 합니다.
  구교와 신교가 벌인 30년 종교 전쟁, 중세시대의 마녀사냥, 계몽되지 않은 시민의식을 소재로 하고 있어 역사를 좋아하는 제게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미스터리 물을 별로 접하지 않은 터라 잠시 고민도 했지요. 선택한 이유는 책소개를 읽으면서 제가 좋아하는 세계사에서 특히 중세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이불 속에서 미스터리의 진실을 같이 파헤쳐가는 그 긴장감과 같이 오는 쾌감은 다른 것에 비유하기 어렵습니다.

 

  

사형 집행인

 

 

 사형집행인이라는 직업은 저에게 참으로 낯선 직업입니다. 현재는 사형제도가 폐지되기도 했고, 폐지되기 직전까지도 대개 소설 속의 사형집행인처럼 사형을 집행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소설 속의 고문기구들이 연상될 때 어찌나 끔찍하던지. 저자가 너무 생생하게 그려줘서 마치 한편의 영화필름을 돌려보는 듯한, 그 숀가우 도시 안에 제가 존재하고 관찰자 시점으로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사형집행인은 단지 사형만 집행하는 사람이 아니더군요. 고문도 하고 마무리까지 하는 그런 사람. 이는 아마도 직접 피를 묻히고 싶지 않은 윗사람들로 인해 만들어진 직업이겠죠. 도시마다 필요로 하는 사람. 그러나 누구나 기피하는 사람. 그럴 수 밖에 없겠죠. 사형집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는 엄청난 피폐함을 가져오니까요. 예전에 글에서 읽은 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사형집행을 맡았던 그는 정신적으로 엄청난 중압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그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정신질환을 계속 앓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죄가 크다 해도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말처럼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우리나라의 형조사령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의 집은 도시의 가장 바깥에 위치해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은 그를 기피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테지요.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형조사령(점잖은 명칭은 회자수, 속칭 망나니)처럼 말이죠. 형조사령은 그 지역의 백정 중에서 차출했고, 백정은 그 당시 사회의 가장 천한 계급이었습니다. 당시 형주사령도 맨정신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탁주 같은 것을 마시고 형을 집행했죠. 그 시간을 잊어버리기 위함이죠. 그리고 백정은 백정과 결혼을 했던 때였던 것처럼, 당시 사형집행인의 가족의 경우 타 지역의 사형집행인 집안과 결혼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는 의사의 아들 지몬 프론비저와 사랑을 나누죠. 그러니 딸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딸에게 직접 수치의 가면을 씌우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의 힘은 어디서나 존재하고 그것 앞에서 사람들은 무기력하죠. 현 시대에도 일어나고 있어요. 느끼고 있나요?

 

 

사형집행인의 딸 중에서

 

 

 

 

  "그 여자한테서 자백을 받아내.

   그러면 그 여자도 자네도 쓸데없는 고생을

   하지 않게 될 테니."


  야콥 퀴슬은 고개를 저었다.


  "그 여자가 한 짓이 아니에요.

   틀림없습니다."


  이번에는 요한 레흐너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도 그 여자가 한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그것이 우리 도시를 위한

   최선의 방법일세. 틀림없어."


  사형집행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수그려 나지막한 문간을 지난 뒤 등 뒤에서 문이 저절로 닫히게 내버려두었다.

 

  서기 1659년 4월 24일.
  페터 그리머 사망.

  마르타 슈테흘린 마녀로 지목 받다.

 

  서기 1659년 4월 25일 수요일 아침 7시.

  소년 살인 사건은 장안의 화제였다. 숀가우처럼 작은 도시에서는 악마의 의식과 마녀의 주술에 간한 소문들이 배설물 냄새보다 더 빨리 퍼져나간다.

 

 

17세기 독일의 한 마을을 혼란과 공포에 빠뜨린 의문의 소년 살인 사건!

 

 

  소년 페터 그리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도시는 혼란과 공포의 도가니로 빠져듭니다. 당연히 시의원들은 시민들이 공포와 혼란에 동요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화가 그들에게 안락함을 가져오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마녀사냥을 시작합니다. 빨리 평화로운 도시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죠. 그리고 페터와 친구들이 자주 들락날락하던 집의 주인 산파 마르타 슈테흘린이 마녀로 지목됩니다.


  언제나 사회의 분위기는 참 무섭습니다. 누군가 몰아가기 시작하면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정확한 물증이 없어도 시민들은 들끓죠. 그리고 조금만 연관된 물건이나 정황이 포착되면 아예 범인으로 낙인 찍어버립니다. 그 사람이 무죄더라도 그 당시엔 유죄가 됩니다. 알리바이가 있어도 '마녀'라는 것에서 모든 것이 무마되기 때문이죠. 마녀가 주술을 부린 것이다! 이 한 마디로 모든 것은 정리되어버리니, 결국 진범을 찾아내지 못하면 마녀는 화형됩니다. 우리들이 인터넷에서 자주 이야기하죠. "마녀사냥"이라고. 바로 중세시대의 산물입니다.

 

 

진실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오다.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은 산파 슈테흘린이 진짜 범인이 아님을 알고 진범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양 옆에는 그의 딸과 그의 지식을 좋아하고 그의 딸을 사랑하는 지몬이 함께 합니다. 하얀 손의 악마를 잡기 위해, 슈테흘린을 위해 말이죠.


  누군가가 믿어준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목숨걸고 도와준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내가 그렇게 되면 사형집행인과 그의 딸 막달레나와 지몬처럼 믿어주고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제가 목숨을 걸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축축하고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긴장감과 흥미진진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열심히 숨가쁘게 뛰어온 느낌이네요. 이제 한숨 푹 놓아보며 책장을 덮어봅니다.

 

 

 

 

 

AYA'S SECRET GARDEN

사형집행인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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