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걷다 놀다 빠지다 : 스토리텔링북 - IT's the BUSAN
엄윤숙 지음 / 포럼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It's the BUSAN. 부산을 걷다 놀다 빠지다

 

  제 2의 서울이라고 불리는 부산. 부산에 처음 간 것은 바로 작년이다. 그것도 중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결혼식으로 인해. 당시 야근과 특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빠듯한 일정을 보내고 있었지만, 친구의 결혼식에는 꼭 참석해야겠다는 일념하나로 금요일 저녁 나는 광명역에 몸을 실었다. 청첩장을 두고 나와서 친구에게 청첩장을 찍어보내달라고 하는 대참사까지 겪으면서. 그렇게 내 금요일 밤은 KTX속에서 지나가고 자정이 넘어서야 부산역이 나를 반겼다. 서울의 총알택시가 부산에서는 일반택시더라. 쌩쌩 달리는 택시 안에서 나는 어둠 속에 그려진 부산을 마치 신기한 세상을 바라보듯 흠뻑 빠져들어 바라보았다. 반갑다, 부산.

 

 

  부산대

  젊음은 정신이다.

  젊음은 숫자가 아니라 정신이다. 젊은 날은 아름답다. 하지만 젊음은 인생의 한 조각이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축이 되어야 한다. 부마항쟁이 부산대를 기점으로 이루어지고 시민 모두의 뜨거운 공감을 이끈 것은 부산대의 젊은 지성과 역사적인 맥을 함께한다.

  친구의 결혼식이 부산대 근처였기 때문에 나는 바로 부산대로 갔다. 역시 대학가라 그런지 번잡스러웠다. 그저 나는 다른 세상에 온 듯 두리번 거리며 거리를 거닐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초행을 같이 해준 부산 토박이 J군이 가이드를 해주었다. 어쩐지 신나서 이곳저곳 요리조리 둘러보는 내가 부끄럽지 않았을까 이제 생각해본다. 유신독재를 타도한 부마민주항쟁에 대해서 나는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5.18 광주민주항쟁만을 생각했을 뿐이다. 다음에 부산에 갔을 때에는 조금 더 둘러보고 싶다.

 

 

  해운대

  최치원의 호는 고운 또는 해운이다. 해운대는 통일신라시대의 최치원 선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 당나라 말기에 반란을 일으킨 황소에게 항복을 종용하는 내용의 <토황소격문>은 논리정연하며 세련된 표현으로 중국에서 최치원이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천재로 알려진 최치원은 29세 되던 해 신라에 귀국하여 등용되었으나, 진성여왕 7년 건의한 '시무10조' 개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벼슬의 뜻을 버리고 산수를 유람하며 지냈다. 최치원 선생이 해운대에 들렀다가 절경에 심취되어, 동백섬 해안절벽에 '해운대'라는 글자를 새긴 후 지명으로 굳어졌다.

  내가 해운대를 찾은 날은 해수욕장 개장일이었다. 공교롭게도 모래축제도 같이 하고 있었고, 조금 더 걸어나가면 그곳에서는 모터쇼도 한창이었다. 나는 그저 해운대하면 바다만을 생각했다. 나는 바라보는 바다를 좋아했기 때문에 사람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바닷물에서 노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모래축제를 보면서 나는 구두를 벗고 백사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모래가 폭신하니 내 발을 간지럽힌다. 그 감촉이 어찌나 좋은지 어린아이처럼 열심히 걸었다. 처음으로 나를 맞아준 해운대는 너무 예뻤다. 모래축제로 이곳 저곳에서는 모래조각들이 즐비했다. 내가 좋아하는 키티도 있었고, 뽀로로도 있었고, 마시마로도 있었다. 조금 더 앞으로 나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했고, 그만큼 낭만적일 수가 없더라. 바다에서 빠져나와 동백섬에 갔을 때,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게다가 내가 맡았던 프로젝트의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며 한참을 뿌듯하게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새기며 다음에는 일이 아닌 다른 예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광안대교

  광안대교의 불꽃놀이는 아름답다. 하지만 까만 밤이라는 배경이 빠진다면 그야말로 폭죽놀이일 뿐이다. 우리가 빛의 환상을 누리는 것은 검은 어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부산에 왔으면 광안대교를 지나가봐야지." J군을 따라 나는 광안대교를 건넜다. 광안대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너무 아름다웠다. 비록 불꽃놀이는 즐기지 못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광안대교는 내게 아름다움을 흠뻑 선사했다. 이 아름다움 속에서, 검은 어둠을 배경으로 빛의 환상에 젖어 프로포즈를 받는다면 정말 얼마나 낭만적일까. 그 때의 두근거림은 아직 내 마음 속에 있다. 그리고 광안리 그 곳에 있다.

 

 

  용두산공원

  용두산공원은 지난날 아픈 과거를 기억하는 곳이다. 이땅 어디에도 예외 없이 조금만 사람이 모이고 풍광이 좋은 곳이면 일본의 신사가 있었다. 부산에는 왜관이 있었기 때문에 신사가 다른 곳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일부러 높은 곳에 만들어 조선인들의 마음을 굽어보는 구도로 신사를 건립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부산의 왜관은 원래 일본인들만을 위한 고유의 공간이었기에 일본인 마을을 향하는 구도의 신사를 가지게 되었다. 용두산공원은 식민지와 근대라는 이중적 가치 기주을 한 몸에 지닌 공간이 되었다.

  J군을 따라 용두산공원으로 갔다. 부산을 전혀 모르는 나는 그저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부산을 구석구석 내려다 볼 수 있다는 부산타워를 갈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부산타워는 정비중으로 입장이 불가능했다. 그로 인해 그저 삥- 둘러보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게 부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그곳에서 J군이 보여주고 싶어했던 그 풍경을 꼭 보고 싶다.  

 

  역사와 신화와 인생사가 담겨있는 아름다운 도시 부산

  이외에도 부산은 볼거리가 너무 많다. 태종대, 해동용궁사, 초량, 자갈치시장, 서면 등등... 너무 많은 역사와 신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부산. 몇 가지만 추려서 적어보았지만, 나는 부산이라는 공간을 1박 3일동안 발이 퉁퉁 붓도록 돌아다녔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 때 찍은 사진들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다음에 가게되면 제일 가고 싶은것은 바로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이 책을 접하고 가장 첫번째로 이야기해주는 이곳. 추억을 사고, 기억을 사고, 인연을 사고, 운명을 사는 곳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있는 이곳. 꼭 가봐야겠다.

  부산시에서 발행한 이 책은 부산을 스토리텔링과 접목시켜 펼쳐놓았다. 먹거리와 숙소, 체험문화와 축제까지 안내해둔 이 책은 여행가이드북의 역할과 동시에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까지 하니 참으로 멋스럽다. 작년에는 생애 처음으로 부산을 직접 마주했고, 올해는 이렇게 부산을 책으로 만났다. 내년에는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과 함께 부산을 만나러 가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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