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비틀거릴 때 -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마음앓이 중인 나를 위한 심리카운슬링
랜디 건서 지음, 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이 비틀거릴 때

 

   언제나 사랑이 솜사탕같진 않다. 갓 만들어진 솜사탕같이 동글동글하고 달콤하니 입에서 살살 녹는 때가 있는가 하면, 내 눈물로 인해 찐득해진 설탕덩어리가 내 손을 더럽히고 있을 때도 있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다 내놓을 듯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사랑은 햇빛과 같이 강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하나씩 재기 시작하면서 사랑에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그 안개 속에서 우리는 질퍽거리는 물웅덩이를 피하기가 어렵다. 그런 장애요인을 혼자서는 헤쳐나가기 어려우니 손 붙잡고 서로를 의지해야 할 것인데, 우리는 그 손을 놓을 생각을 한다. 햇살에 눈부시던 사람이 안개 속의 그 사람과 더 이상 똑같이 느껴지지 않아서. 왜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는 걸까?

 

  처음을 기억하면 헤어질 연인은 없다. 그러나 대화가 필요하다.

  처음은 언제나 달콤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달콤함이 녹아버리는 걸까? 오해와 실망이 자리하며 미소가 사라진다. 그런 시기가 오면 남자들은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여자들은 친구들을 만나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게 과연 치유가 될까? 서로를 바라보자. 초기 관계를 떠올리는 것이다. 달콤한 그 시절을.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분석한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차분히 이야기 하는 것이다. 서로 상처받은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생각보다 힘들다.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나가면 서서히 두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두어서는 안 된다. 격양된 상태라면 차분할 때까지 시간을 갖는 것은 괜찮다. 대신 가라앉고 나면 서로 끝까지 진지하게 듣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도 끝까지 온화한 태도를 지켜라. 아울러 상대방이 열린 마음으로 당신의 얘기를 듣고 비난 섞인 반응도 겁내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두 사람의 진실된 대화는 이루어질 수 있다.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나는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처음을 생각했다. 이 사람을 내가 그렇게 소중하게 대했는데,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대화가 단절됐을 때, 그것을 표현할 수 없음에 마음이 아팠다. 진지하게 대화를 하자고 하면 그는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했고 나는 결국 포기했다. 처음을 생각하며 참아 넘기던 내 마음이 단절된 대화 앞에서 바싹 말라버린 것이다.

 

  내가 실망한 만큼 그도 나에게 실망했다. 실망을 밀어내는 유일한 힘은 신뢰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딱 맞는 옷같은 사람을 찾을 수 없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그리고 실망도 한다. 그러나 그게 나만 그러겠는가?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내가 실망한 만큼 그도 나에게 실망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역지사지의 배려가 필요한 게 아닐까? 하지만 정작 내가 서운해지면 그의 마음은 들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해서 그것을 꿍- 하게 담아두지는 말자.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대화다. 그리고 약속을 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는다. 그렇게 신뢰를 쌓으면 실망은 멀어진다. 물론 말은 쉽고, 세상은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러나 그건 자신을 위한 변명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상대방을 조금만 서로 배려한다면 서로 마음 다치게 하는 일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상대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일까.

  사랑에 빠진 커플들. 특히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여자들은 늘 궁금하다. 나는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일까? 나는 그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을까?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고, 매일 들어도 궁금한 이야기다. 그것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내가 그가 곁에 다가옴으로써 나보다 더 그를 헌신적으로 돌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지낼 수는 없다. 어느 순간 우리는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한다. 무조건적인 희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애인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아니니 자기자신을 언제까지나 뒷전으로 둘 수는 없다. 만약 사랑하는 그가 조금 변했다고 생각할 때는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자. 그가 균형을 잃고 내게 너무 헌신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는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나의 잘못도 인정하면 희망은 있다.

  초기의 관계에서 많이 멀어졌다고 생각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이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지내고 싶어한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상대방의 잘못뿐만 아니라 당신의 잘못도 기꺼이 바라보자. 자발적인 호기심을 되살리려면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연애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니까. 잘못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실망했다면, 그도 실망했고, 그가 잘못했다면, 그 잘못에 대한 영향력의 일부는 내게도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나무라기 전에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자. 내가 어떤 잘못을 한 걸까? 부부는 일심동체다? 아니다. 부부는 이심이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보며 자란 남녀는 끝까지 이심이체다. 그렇기에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배려한다면 관계 회복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독플레이.

  사소한 일로 자주 실망하면 더 이상 도움을 청하지 않게 된다. 한번 부정의 소용돌이가 시작되면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리고, 결국 각자의 문제를 혼자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때는 든든하다는 생각은 커플들이라면 누구나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사소한 실망이 계속 쌓인다면 결국 손을 내밀지 않게 된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보다 체념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게 팀워크는 와해되고 철저한 단독플레이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것은 습관이 된다. 오래될 수록 고치기 힘든 습관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습관으로 배어버리기 전에 의식하는 것이 제일 극복하기 좋겠지만, 습관으로 배어버렸다고 해도 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같이 만들어야 하는 보금자리 지수.

  상대방에게 안식처같은 존재인지 생각해보자. 나는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손을 내밀 때 믿고 잡을 수 있는지 자신에게 그리고 그에게 물어보자. 처음에는 누구든지 아무 조건 없이 서로를 돕지만 관계가 무르익을수록 늘 제공하기는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단독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행복해지니까. 

 

 

  나는 참 많이 울었다. 유난히 생각나는 상황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 내 마음 속에 자리한 상처가 다시 터져버린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음 걸림돌들을 정리해본다. 실망, 권태, 갈등, 돌봄, 집중, 단독플레이, 보금자리, 동행. 바로 이 여덟가지 걸림돌. 관계에 있어 이 걸림돌들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 걸림돌을 극복하고 디딤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안아플 수도 없고, 관계가 언제나 처음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랑은 두 사람이 노력하는 만큼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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