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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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책 이름을 보았을 때, 남자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과연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은 예전보다 사는게 더 좋아졌을까? 더 어려워졌을까? 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양성평등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걸려있는 지금은 너무 힘들다. 어쩌면 과도기의 오류로 여자에게 더 좋은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몇 남자의 습성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나는 아직 남자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의 인생에서 사라지는 남자들
  남자들이 여자로부터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이유 중에는 책임감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클것이다. 그중에서도 결혼은 남자들이 가장 큰 중압감을 느끼는 인생 일대사다. 어떤 남자는 여자가 결혼을 재촉하면 이별을 통보하고, 어떤 이는 결혼을 약속한 후에 사라진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자에게 결혼은 책임감이다. 맞는 말이다.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와 같이 생활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생각보다 아마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는 중압감을 느낄 확률이 더 크다. 결혼은 그저 1차관문이다. 더 크고 무거운 2차관문인 '임신'을 거치면 남자의 책임감은 나날이 무거워지고 술이라는 것이 친한 친구가 되기 일쑤다. 현재 맞벌이 부부도 늘어나면서 서로 가계나 육아에 대해서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남자들에게는 '가장'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좋은 일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암담하지만 그것을 툭 터놓고 말못하고 웃어야 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남자다.

 

  경쟁 그 속성

  남자에게 경쟁은 삶의 기본 속성이며, 유희이며, 일종의 의식이다. 그들의 놀이나 대화는 경쟁 요소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경쟁을 통해 조직의 위계질서를 정립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인한다.
  남자는 특정한 개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과 경쟁한다. 물론 여자도 포함된다. 여자는 항상 부당하게 공격당했다고 느끼며 모든 것을 성차별로 해석하는데, 실은 남자의 언어를 오해한 것이다. 남자는 모든 타인을 차별하는 것이지 특별히 여자만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습성이다. 왜 경쟁이 삶의 기본 습성인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게 후천적인 것인지, 선천적인 것인지조차도 모르겠다. 무조건 후천적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경쟁? 그게 그냥 기본 습성이니까 이해하세요.'는 납득이 어렵다. 예전에 있었던 일을 하나 끌어오자면 이렇다. 요즘 스마트폰 게임이 참 열성적이다. 그 중에 나는 몇몇 게임을 하곤 했는데, 새 게임이 나와서 내가 하고 있으면 당시 남자친구가 바로 깔고 시작하더라. 그리고는 꼭 나를 이길 때마다 이겼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다른 사람한테 보내는 것도 아니라, 오로지 나한테만 말이다. 정말 처음에는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나 싶은 마음에 그저 귀엽다 봐주고 웃어넘겼는데, 자야하는 새벽에도 게임하고 보내서 나를 깨우니 결국 나는 그 게임을 지우고 수신거부를 걸었다. - 아마 새벽에 보낸 메시지가 잘자라던지, 사랑스러운 말이었다면 이렇게 기분 상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 놈의 경쟁심을 나한테만 곤두세우는지 모르겠다. 이건 정말 '나한테만'이었다. -

 

  술 한잔 해요.

  "술이나 하자."
  남자들은 술잔 가득 술을 부어주는 것으로 모든 대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술을 따라주는 것이 안부를 묻는 일이고, 술잔을 서로 부딪치면서 상대를 위로하고, 각자 자기 잔의 술을 마시면서 슬픔을 느낀다. 술자리에 마주 앉기, 함께 술 마시기, 함께 취하기,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남자는 위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는 말을 할 줄 모르고, 상대방을 감싸안아 편안하게 해주는 행도을 할 줄 모른다.
  술자리는 그 자체로 남자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그들은 슬프다고 말하는 대신 술을 마시고, 기쁘다고 말하는 대신 노래방에 가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른다.
  현 시대의 술은 여자든 남자든 다 잘 마시는 시대같다. 누군든지 어떤 이유를 붙여서든지 술을 찾는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점은 인정한다. 여자들은 술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마시진 않는다. 술자리를 가지고 이야기 '수다'를 떨어 스트레스를 풀어내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자, 요즘 말 많은 남자 많다! 그런데 그게 과연 전부인지는 모른다. 여자도 전부를 말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거늘. 남자들은 책임감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한 잔 또 한 잔 기울인다. 그리고 노래방에 가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게 말하지 않고 모든 감정을 주고받는 형식이란다. 나는 여자라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그저 서글프게 느껴진다.

 

  의존성 그리고 폭력성

  "남자들의 의존성은 여자들의 그것보다 더 치명적이다."
  전세계적으로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는 유사하다. 여자가 남자에게 복종하지 않거나 논쟁하는 일, 돈이나 여자 문제를 꼬치꼬치 캐묻는 일, 제때에 식사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오해한 경우, 여자가 섹스를 거부할 때 등이다.
  위 항목들을 읽어보면 폭력적이 되는 것은 자기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몸이든 마음이든 여자가 돌봐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좌절당했을 때 남자들은 폭력을 휘두른다.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말을 우리는 어려서부터 종종 듣는다. 그 말의 의미는 참 가혹하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구분지어버리는 것. 그로 인해 박탈당하는 자신의 감정들이 얼마나 많은 지 모른다. 요즘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무리는 대개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여자들이 보이쉬한 매력을 지닌다 해도 흠이 아니다. 여자들의 역할범위와 행동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물론 남자도 그러하지만, 비율로 따진다면 여자가 훨씬 넓다. 하지만 아직 가부장적 제도의 잔재가 남아있는 현 시대에서는 성별에 따른 기본적인 습성을 요구한다. 남자가 폭력을 휘두르는 이유가 단지 다혈질만이 아니다. 도리어 남자의 의존성 때문이다.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그들은 폭력을 휘두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때문이라고 차마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모른다. 왜 그들이 그랬는지를. 그렇기에 그저 남자들의 폭력은 단순히 화를 못참은 '폭력'으로만 인정된다. 하지만 폭력은 안 된다는 것이 무조건적인 견해다. 한 번이 어렵지 다음은 쉽다는 말은 누구나 안다. 남자들의 폭력성을 이해는 하지만, 그 폭력을 어떤 식으로서든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남자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질투와 의심 그리고 사랑
  "깊이 사랑하지만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의심하면서도 열렬히 사랑한다."
  남자의 질투는 여자의 질투보다 무섭다고 한다. 예전에 칠거지악은 여자에게만 한정되었다. 그 안에는 투기라는 것이 있었다. 여자의 질투는 일찍이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질투에 대해서 논해진 적은 없다. 그것은 전부 온전한 사랑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사회가 그렇게 받아들일 사회던가? 현 사회에서의 남자의 질투는 여자의 질투보다 훨씬 강하다. 나는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종종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질투를 할 때, 나는 그에게서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니까. 이렇게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주변 지인들도 전부 그렇게 생각하더라. 물론 정도를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지나치면 의심이 된다. 그리고 그 의심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사람은 애인에서 스토커로 변한다. 그러니 정도를 지키자. 여자든, 남자든 모두 말이다.

 

  남자들의 거짓말

  "남자가 거짓말을 하면 그냥 속아줘. 그건 너에게 잘 보이고 싶고,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뜻이잖아."
  사실 여자들은 남자의 사소한 거짓말을 대체로 알고 있다. 남자들의 거짓말 창작 능력에 대응해서 여자들이 발전시켜온 능력이 있다면 거짓말을 간파하는 직관이다.
  남자들이 거짓말을 하면 그렇게 속속 걸리더라. 아마 이건 누구나 있을 법한 경험일 것이다. -없다면 맹하거나, 정말 솔직한 남자이거나!- 어찌나 속속 걸리던지 내 이상형 항목에 들어갔다. '거짓말하지 않는 남자.' 물론 선의의 거짓말 이런 것들은 대개 넘어가준다. 그다지 별탈 없으면 싸우기 싫어서 넘어가준다. 그런데 그게 넘어가다보면 밑도끝도 없이 할 때가 있다. -내가 못된 남자를 만났던 것인지.- 그러다보니 내게 잘보이기 위해서라고 해도 제발 거짓말은 안 해줬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남자들의 이중 부담
  한편으로는 가정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자가 요구하는 민감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까다롭던가. 자기를 지킬 수 있는 남자가 되기도 하고, 온갖 기념일에 눈만 봐도 감잡을 수 있는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 인정받는다. 사회의 과도기에 걸려있는 남자들은 힘들다. 예전처럼 가장노릇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가족을 등에 업고 오늘도 술잔을 기울인다. 그런 남자에게 오늘은 아무 말없이 술 한 잔 주고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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