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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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집

 

  삶은 누추하기도 하지만 오묘한 것이기도 하여 살다 보면 아주 하찮은 것에서 큰 기쁨,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싶은 순간과 만나질 때도 있는 것이다.

 

 따뜻한 노란색을 떠올리게 하는 노부부의 이야기. 삶에 대한 추억, 노년기의 삶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그에 곁들인 일러스트들은 어찌나 잘 어우러지는지 내 마음도 뽀송뽀송한 병아리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굳이 요즘의 내 생활을 색에 비유하자면, 하얀색을 추구하는 푸른색이 아니었을까 싶다. - 그나마 회색이 아닌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변화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회색이었을지도 모른다. - 아직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바꾸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급급한 인생을 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요즘 인생의 과도기가 또 다시 온 것인지 - 사춘기는 한참 전이었다. - 요즘 불안불안한게 자꾸 내 삶을 고쳐나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더 이상 워커홀릭으로 살기에는 내 인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고,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더 컸다. 지금의 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는 생계유지가 되기 어려우니. 그래도 변화를 조금씩 수용하고 있는 탓에 나는 하얀색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언젠가 나에게도 따뜻한 봄 기운이 묻어나는 노란 색이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박완서 선생님의 '노란 집'은 내게 힐링의 책이 되길 원했다. 조금이라도 내가 색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에 더 이상 도심의 문명에 찌들어 있는 삶이 아닌 인생에 대해 노닥노닥 거릴 수 있는, 베시시 웃으면서 가족을 떠올리고, 어릴 적 추억들을 떠올리며 내가 조금 느리게 걸어갈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만난 '노란 집'은 더할 나위없이 내게 반가운 책이었다.

 

 

  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는 행복이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이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많이 공감했다. 선생님은 어릴 적 이름이 어려워서였지만, 나는 이름이 중성틱해서 바꿔주기를 바랐다. 한자는 참 쉬운데, 어찌하여 이름은 그런 느낌인지 어릴 적엔 특히 이름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했다. 그러나 역시 선생님처럼 엄마로 부터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내 이름에 대해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도리어 자부심이 생겼다. 내 이름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지은 이름이었다. 뜻은 솔직히 너무 좋다! 그러나, 가끔은 예쁜 이름이 부럽다.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반드시 남편과 고심해서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예쁜 이름이 가끔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학교 갔다 와서 동무들하고 싸우거나 이지메 당한 얘기를 하면서 그 동무를 워하고 욕하면 엄마는 내 역성을 드는 대신, 그러지 말고 그 동무 좋은 점을 한 가지라도 찾아보라고, 며칠이 걸리더라도 그런 마음으로 동무를 대하면 반드시 한두 가지는 좋은 점이 보일거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어리광이 몸에 배고, 고자질하기 좋아하는 고약한 버릇에 누구 편도 안 드는 그런 말씀이 먹혀들 리 없었다. 그리고 엄마한테 귀가 따갑게 들은, 남의 좋은 점을 찾아내면 네 속이 편하고 네 얼굴도 예뻐질 거라는 잔소리는 철들고 어른 되어, 엄마한테 그런 소리를 안 듣게 된 후에 오히려 더 자주 생각나고, 어떡하든지 지키고 싶은 생활신조 같은 것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가 나한테 하신 것과 똑같은 잔소리를 내 아이들에게 하게 되었고, 내 성질까지 정말 그런 사람이 된 것처럼 느낄 때가 많다. 남의 좋은 점만 보는 것도 노력과 훈련에 의해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으니 누구나 한번 시험해보기를 바란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요즘 왕따라는 말은 참 흔하다. 싸우는 것은 이제 별로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차라리 싸우는 것이 낫지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마 아주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나날이 그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영화 6월의 일기를 봤을 때의 충격과 일본드라마 인간실격을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보다 심해지고 있는 것이 아마 현실일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아마 누구나 그럴 것이다. 엄마의 잔소리는 어쩐지 귀로는 못이 박히게 들리는데, 실행은 참 안 된다. 그러는 사이 엄마의 잔소리는 어느 샌가 줄어들고 있다. 그것은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린 탓이겠지만. 가끔은 그런 잔소리가 그립다. - 하지만 정작 엄마가 잔소리하면 제대로 듣고 있지 않으니 문제다. - 남의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마 나를 위한 말임이 분명하다. 꼭 실천해보고 싶은 사항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예전에 어디선가 읽고 들은 말인데, '생각은 사람의 얼굴을 바꾼다.'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말에 대해서는 확실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얼굴에서 느껴지는 것은 대개 그 사람의 생각이나 사고,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몸이 안 좋아져 일을 잠시 쉬는 사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얼굴 참 좋아졌다.'였다. 그렇기에 지인들에게도 반드시 다시 한번 알려주고 싶은 사항이다.

 

 

 

  내가 죽도록 현역작가이고 싶은 것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참 아름답다.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선생님은 삶을 참 사랑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고 계신다는 것이다. 참 부러웠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하고 생각해본다. 너그러운 삶, 포용하는 삶,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삶. 이렇게 살기가 참 힘든 것 같다. 어느 샌가 나는 타이트하게 살면서, 회사에서 돌아올 때면 지친 모습과 다크서클을 같이 주루룩 늘어뜨리며 다녔던 것 같다.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변화 중이지만, 선생님의 글들을 읽으면서 더욱 깊이 생각한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이 웃었고, 눈물도 났다. 어찌나 엄마 생각이 그리 나던지. 요즘 엄마와의 대화가 더 많아지기도 했고, 엄마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 삶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나도 선생님처럼 삶을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따스한 봄 기운을 안고 있듯이 말이다. 가을에 같이 물들어가는 무렵에 나를 감성적으로 만들어준, 그리고 나로하여금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소소한 행복에 젖어들게 해준 책이었기에,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다. -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이미 엄마가 다음번에 읽는다고 예약을! 엄마는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전부 읽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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